죄송하지만 구독을 취소하겠습니다.
브런치 한 달 , 신입작가의 변명
브런치에 글을 쓴 지 꼭 한 달이 지났다. 누구나 의욕 가득한 처음이 그렇듯이 나 또한 온 신경을 집중해 글을 썼고 나름 한 달에 20편이라는 적지 않은 글을 발행했다.
브런치를 경험한 지 겨우 한 달이지만 그동안 나의 마음은 브런치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해 그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의
행태에 따라 요리조리 요동치며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생각들로 마음이 복잡했다.
모든 비대면 시스템이 그렇듯 그 얼굴을 직접 볼 수 없기에, 소위 독자로 대변되는 라이킷이나 구독이라는 화면상의 표식으로 마구 수량화된다는 생각에 고요하던 내 마음마저 그 파도의 높낮이에 따라 출렁이기 시작했다.
오십 평생을 살아오며 비록 많지 않은 경험이지만 사람에 의해 상처받는 일은 어느 정도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주제넘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처음엔 부족한 나의 글에 하트를 날려주고 구독까지 서슴지 않은 분들이 너무 고맙고 솔직히 감동도 받았다.
마침 어떤 글을 읽어야 할지 헤매던 차에 나의 글에 한 번이라도 관심을 표시한 모든 분들을 구독하고 하나하나 정성 들여 읽으며 어김없이 라이킷을 다는 것으로 감사함에 보답코자 했다.
그러다 보니 휴대폰에서 울리는 알람 하나하나, 라이킷이나 구독 수의 미세한 증감에도 일일이 반응하며 예민해지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것도 겨우 한 달만에..
물론 개중엔 그 사람의 글솜씨나 감성, 일상에 공감하고 때론 짧은 댓글로라도 서로의 행보를 응원하는 이들도 있지만 한번 맺은 인연을 귀하게 여겨 기꺼이 찾아가 구독을 누르고 글이 올라오면 제일 먼저 읽고 라이킷을 눌러주는 나의 마음에 비해 나의 글을 방문조차 하지 않고 때로는 슬며시 구독을 취소하는 경우도 겪게 되니 알게 모르게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되었다.
이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그러다 보니 어느새 관심작가 수도 늘어 요 며칠 사이엔 내가 읽어야 할 글 편수도 점점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였다.
아~나의 글도 누군가에겐 라이킷이나 구독을 얻기 위한 성가신 소모품으로 전락할 수도 있겠구나.
괜히 타인을 번거롭게 할까 봐 글을 발행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움츠러들기도 했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될 수 있으면 스킵하지 않고 꼼꼼히 읽다 보니 사람들의 마음이란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로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그 가치를 눈에 보이는 책이라는 결과물로 확인받고자 하는 열정들이 글 행간에 군데군데 묻어났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만만찮은 것. 그 목표까지 완주하기 위해 수많은 불안과 희망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라이킷이나 구독자의 수로 알 수 없는 자신의 재능을 가늠질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작 그런 나 자신을 발견하자 그렇게 많은 구독자와 발행하는 글마다 많은 라이킷을 받는 작가님들이 처음에 느꼈던 것처럼 그렇게 부럽지만은 않았다.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웠을 거며 또한 얼마나 많은 이들의 글들을 읽어냈을까?
그리고 갑자기 구독을 취소하는 독자라도 생기면 알 수 없는 그의 마음이 마치 변덕스러운 연인의 그것마냥 막막해 긴 한숨도 삼켰을 것이고 또한 한 번씩 줄어든 라이킷 수에 애써 유지해오던 평정심 또한 흔들리는 그런 상황들이 급기야 자신의 글재주에 대한 회의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를 얼마나 많이 겪고 인내하며 여기까지 왔을까?
아직까지 글쓰기 초짜인 나는 미루어 짐작만 할 뿐 감히 그 과정을 속속들이 헤아릴 수는 없다.
사실 내가 글을 쓰는 데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아직까지는 다른 일보다 책이나 글을 대하는 것이 더 익숙하고 즐겁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행히 남들보다 많은 시간이 주어져서 이제라도 미천한 실력을 갈고닦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다고 글쓰기가 나에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쓰는 과정도 과정이지만 읽을 때마다 부족한 부분이 자꾸 눈에 띄어서 퇴고하는데 제법 많은 시간이 걸리곤 한다.
하여 실력이 많이 부족한 내가, 글쓰기에 적지 않은 나이인 지금, 내면을 다지고 영혼을 살 찌우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상호교류를 중요시하는 성향인 나는 구독해주시는 작가님들의 글과 피드백에 좀 더 신경 쓰고, 또한 나만의 독서와 글쓰기에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부터는 본의 아니게 구독을 취소하는 사례가 생길 것 같아 이 글을 빌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그러한 그릇이 못되기에 결코 글에 대한 어떠한 사견이나 호불호가 아닌, 그저 은근슬쩍 구독을 취소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같이 구차하게나마 익명의 작가님들에게 사과 말씀드리고 싶다. 더불어 나를 구독해주시는 작가님들도 괜히 글 읽기가 부담스러운 날, 많은 글들이 쏟아져 피곤한 날, 나의 글을 우선순위로 스킵하셔도 무방하다고 전해드리고 싶다.
모든 것이 숫자화, 계량화되는 모바일 세상에서 자기 원칙이나 철학조차 없다면 날마다 변화하는 망망대해에서 제 몸하나 의탁할 작은 조각배 하나 없이 그저 파도의 농간에 표류하다 결국 익사할 처지에 놓이는 건 명약관화한 일일 것이다.
아무런 기준도 없이 글의 바다에 던져진 부표처럼 파도에 몸을 맡기며 이리저리 방황하는 지금, 마침내 내가 타야 할 파도를 기다리며 끊임없이 나만의 원칙과 철학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신입의 시행착오라 보아주시면 감사하겠다.
숫자와 통계치로만 저울질되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은 거기에 철저히 무뎌지는 일이 아닐까?
그 어렵고 요원한 일을 향해 새로 전입해 온 초짜 글쟁이는 여전히 숫자에 널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글에 집중하려고 침침한 눈을 부라리며 오늘도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