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지만 구독을 취소하겠습니다 '란 글을 쓰고 브런치를 대하는 나의 생활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인지상정이랄까? 일단 브런치 선배면서 나의 고민에 공감한다는 작가님들의 댓글을 읽으면서 라이킷이나 구독자에 관한 문제는 브런치 입문 과정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고민 중 하나이며,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분들도 있다는 걸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입문한 지 겨우 한 달, 브런치에 대한 특별한 원칙이 없었던 나는 읽히기를 기다리며 계속해서 올라오는 글과 그것들을 스킵하지 않고 읽어내야 한다는 최소한의 양심과의 보이지 않는 싸움에서 서서히 지쳐갈 때 즈음, 이에 관한 글을 쓰며 나름 나만의 원칙을 세워나가야겠다고결심했다.
우선 양보다 질로 승부하기로했다.
감사한 마음에 섣부르게 구독을 눌러버린 나는, 이전 글의 제목처럼 익명의 작가님들에게 공개적으로 양해를 구한 다음 구독을 하나씩 취소하기로 한 것이다.
기준은 나에게 중요한 요소인 서로 간의 소통여부였다.
나는 취사선택 과정의 일부로 나의 구독자 목록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한 편이상 글을 발행한 분들보다 읽기를 주로 하는 분들이 훨씬 많았다.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아무래도 읽기에 방점을 둔 분들이다 보니 구독에 대해 마음이 훨씬 더 열려있는 것 같았다.
우선 그분들을 차치하고 나면 자신의 글을 하나라도 발행한 구독자는 20명남짓. 그 정도면 충분히 서로 간의 소통이 가능할 것 같았다.
문제의 글을 발행한 이후 모든 글을 소화할 능력이 부족해 난감해하던 나는 알람이 오는 글들 중 나의 구독자 위주의 글을 꼼꼼히 읽고 시간이 허락하는 한 댓글도 빠짐없이 달려고 노력하고 있다.
간혹 수시로 다는 나의 댓글이 상대방을 당황하게 하는 괜한 오지랖은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는데, 놀랍게도 작가님들은 별 것 아닌 간단한 댓글에도 고마워하며 일일이 답글로 응수해주었다.
또한 하나하나 댓글을 달다 보니 혹시 내가 작가님들의 글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 한번 더 읽게 되고, 이전에 의무감으로 스킵하듯 읽었을 때 놓쳤던 글 행간 사이의 의미나 글쓴이의 마음을 다시금 곱씹게 되는 묘한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자신의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200편 넘는 글과 10편 이상의 작품을 발행한 어느 베테랑 작가님의 답글에선 난 왠지 모를 외로움을 느꼈다.
모두들 오로지 자신의 글쓰기에만 바쁘건아닐까?
타인과 글로 소통하기를 바란다면서
다른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글을 쓰고 싶다면서 정작 나의 이야기만 들어달라고 늘어놓으며 순간순간 타인의 반응만을 쫓고 있는 건 아닐까?
나라고 예외일수는 없었다. 늦은 나이에 입문한 터라 남들처럼 많은 편 수의 글을 채우고 싶다는 욕심에 하루의 삼분의 일을 무언가 글적이면서 시간을 보내는 바람에 정작 옆에 있는 남편과의 교감도 뒤로 미루곤 했다.
그러다가 며칠을 주기로 휴대폰을 내던지며 허무하다느니, 이게 무슨 의미가 있냐느니 투정을 부려대다가 이내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글쓰기로 바쁜 나의 반복적인 조울 증상을 지켜보던 남편이 칭얼대는 나의 면전에 대고 농담처럼 던진 말,
'초심으로 돌아가라'
콧방귀 뀌며 무심코 지나쳤던 그 말이 오늘따라 무슨 심오한 진리인 듯 가슴에 와 꽂혔다.
난 오늘도 취소할 구독자를 물색한다.
양심상 구독자수가 적은 작가님은 차마 건들지 못하고 나 하나쯤 빠져도 표가 나지 않는, 그러면서 소통의 흔적을 기억할 수 없는 분들을 찾아 재빨리 구독 취소 버튼을 누르곤 눈치챌세라 빠르게 브런치 창을 넘겨버린다.
하여 내가, 내 그릇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다양한 작가님과 따뜻하게 소통하고 싶다.
공자가 말했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안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스승이 반드시 숫자에 기인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소통하는 분들의 글을 꼼꼼히 읽고 배우며 내 나름의 피드백으로 글 쓰는 사람에게 문득문득 찾아오는 외로움과 허무함을 함께 나누고 싶다.
그리하여 나의 관심작가 목록에서 차마 오늘 누르지 못한 구독취소 버튼을 내일 또 누를지 모른다.
섣불렀던 내 손가락의 터치에 죄책감을 느끼며...
하지만 그들이 뼈를 깎는 심정으로 쓴 글을 일회성 소모품 인양 쓰고 버리는 더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