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구독 중인 작가님이 브런치에 대한 소회를 언급하시던 글을 읽었다. 글도 깔끔하게 잘 쓰시고 구독자수도 1500명이 넘는, 꽤 베테랑이신 분의 글이라 의외였지만, 한 편으론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구독자가 하나둘씩 빠져서 슬프다는 작가님...그 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누군가에게 외면당하는 것 같은 느낌은 사람을 쉬 지치게 만든다.
글 행간에서 묻어나는 작가님의 모습을 추측해 보면 글쓰기를 좋아할 뿐 아니라 소통도 즐기는 성정이시라 그 많은 구독자를 관리하고 애정을 표현하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 글에서도 느껴지는 성실함과 다정함만으로도 브런치에 쏟는 애정과 시간 또한 만만치 않음을 능히 짐작하고도 남았다.
사실 나 또한 '브런치에 대한 단상들'이라는 제목의 매거진으로 묶을 만큼, 초기 몇 달 동안 브런치에 울고 웃는 심정들을 피력하며 기쁨 못지않게 힘들었던 마음을 토로한 글이 한 두 편이 아니다. 이것도 무슨 권력이라고 구독자수로 나누어지는 계급이 있는 것처럼 서열화되고 서로 비교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으로 힘들어하는, 나를 포함한 여러 작가들을 보았다.
익명의 타인으로부터 점수 매겨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든 느낌이랄까?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지만, 초반에 구독자가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 마지않던 마음이, 그 상황에 익숙해지면서 좀처럼 늘지 않는 구독자수에 스스로 자괴감을 느끼며 허우적거리던 나날들이 있었더랬다.
그건 구독자가 적은, 소위 브런치 안의 마이너 리그에 대한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처음엔 구독자가 많은 작가들은 매우 뿌듯해하거나 자존감이 높을 줄 알았다. 하지만 가만히 헤아려보면 그들 또한 처음에 가졌던 기쁨에 점점 익숙해지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면서... 시간이 갈수록 다른 작가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으리라 걸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수가 늘면 좋겠지만 지키기는 더 어려운 법, 오히려 인기 있는 연예인이 한순간에 팬이 떨어져 나갈까 봐 두려움에 몸서리치는 것처럼 그분들 또한 더 이상 기하급수적으로 늘지 않는 구독자수에 푸념을 하다가도 한 두 명의 이탈로 이어지면 덜컥 겁이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관리에 드는 그 에너지와 시간은 또 어떤가? 사랑을 받는 만큼 구독자들의 글도 한 번쯤 찾아가 읽어줘야 하고 라이킷이나 댓글도 달아주려면 오죽 많은 품이 들겠는가? 몇 년을 다녀도 새로운 가게가 생기면 혹하게 되는 세상 이치에 영원한 단골이란 없는 것처럼, 알 수 없는 구독자 마음에 많은 작가님들이 불철주야 엇갈리는 희비로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실 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 글이 좋아 기꺼이 구독 버튼을 누르는 진정한 구독자는 과연 몇이나 될까? 작가님의 글이 너무 좋아서 정성껏 구독을 눌렀던 처음과 달리, 가끔씩 내 글에 들어오는 작가님을 찾아가 구독 버튼을 누를까 말까 망설이며 이리저리 간을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면서 생각했다. 남들도 나와 다르지 않으리라.
나는 누가 구독을 눌러주면 고마운 마음에, 혹은 그 옛날 음식을 보내온 접시를 그냥 돌려보내는 법이 없던 우리네 관습처럼 뭔가 빚진 듯 미안한 마음에 맞구독 버튼을 꾹 누른다. 간혹 글을 읽다가 구독자가 많지 않은 분에게도 슬며시 구독 버튼을 누르고 나오곤 한다. 이게 뭐라고... 마음고생 중일지도 모를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돈도 들지 않는 구독 버튼을 남발하곤 한다.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생각했다. 구독자가 많든 적든, 브런치 안에선 그 누구도 행복할 수 없는 건가? 결국 그런 시스템인가?
그러다 다시 마음을 고쳐먹어 본다.
이 또한 집착이 아닐까?
진정한 구독자가 많지 않다는 걸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것처럼, 그 수가 많을수록 유지하기도, 관리하기도 어려운 숫자놀음에서 그만 마음을 거둬들이기로 했다. 그 대신 그렇게 맺은 하나하나의 인연에서 내가 글을 쓰는 동안 가끔씩이라도 서로 소통하는 이웃에 끈을 두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서로 다독이고 격려하면서 나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글쓰기는 기나긴 마라톤 경기이니 든든한 페이스 메이커들이 몇 있다면 그 또한 좋지 않겠는가?
어느 글에서나 그 사람의 삶과 생각이 묻어난다. 가끔씩 우리의 손을 도저히 가만두지 않게 만드는 매혹적인 글에 압도당하기도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나의 글에 귀 기울여주는 이의 대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구나 관심에 목말라 있기 때문이다.
어느 시인이 말했듯이 좋은 글, 나쁜 글이 어디 있겠는가?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그렇게 닿기 원하는 글 또한 좋은 글 만은 아닐 것이다. 자신이 바라는 바를 어느 정도 이뤄줄 것 같은 인기 있는 글, 많은 이의 관심을 받는 글을 그저 따라 하고 흉내 내고 싶을 뿐...
정말 예술적으로나 문학적으로 좋은 글을 바란다면 이미 검증이 된 책을 찾아 도서관이나 서점에 들르는 것이 낫지 않을까?
난 브런치에 적응하는 수순처럼 플랫폼 회사가 깔아놓은 여러 가지 장치들에 일희일비하면서 감정의 파도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겨우 난파선에서 떨어져 나온 나무 판때기 하나에 의지해 집착의 바다에서 헤엄쳐 나오는 중이다.
만신창이가 된 나는 그 모진 과정을 거치고서야 깨달았다. 브런치에선 욕심과 집착을 버리고 딱 내가 필요한 부분만 취해야 한다는 것을...
글을 쓰면서 불확실했던 내 생각을 정리하고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
기록으로 남기는 것 또한 중요하므로 나만을 위한 일기로 남을지라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 써 내려갈 것.
그리고 미래의 글 이웃이 될지도 모를 구독자와 소통하는 것.
이렇게 정리하자 글쓰기가 훨씬 즐거워졌다.
세상에 작가도 많은데 능력도 되지 않는 내가 굳이 바늘구멍을 더 좁혀서 허수만 키운 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저 쓰고 싶을 때 쓰고 에너지가 소멸하면 그 흐름에 맡길 수밖에...
집착과 욕심을 버리고 나의 목적에 충실할 것
브런치에선 난 좀 이기적인 인간이 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