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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미 Mar 01. 2023

나의 서양사 편력기

서양사에 대한 글쓰기 도전에 앞서...


서양사를 독학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말이 독학이지 그 맥을 끊지 않고 꾸준히 책을 읽어왔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사실 그 시작은 서양 미술에서였다. 언젠가 르네상스에 관련된 책을 접했을 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미켈란 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보다 먼저 내 시선을 잡아 끈 화가는 '비너스의 탄생'으로 유명한 산드로 보티첼리였다. 순정만화의 주인공 같은 모습의 아름다운 여신들을 소재로 한 그의 그림은 친숙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그의 그림들을 하나 둘 찾아보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의 삶 또한 들여다보게 었다. 작품이 곧 작가인 것을 대변이라도 하듯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던 삶의 궤적에 따라 그의 화풍도 변해갔고 그렇게 쓸쓸히 무대뒤로 사라졌다.


 보티첼리에서 시작된 나의 호기심은 다른 작가들의 작품으로 이리저리 옮겨갔고 미술에 전혀 문외한이었던 나는 한동안 그림에 빠져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미술 관련 에세이들을 주야장천 읽어댔다.


하지만 웬일인지  읽을수록 목마름은 더해갔다. 나의 얕은 지식 탓 이겠거니 하고 넘겼지만 그림을 접할수록 느껴졌던 답답함의 실체는 결국 그것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함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하나의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사건들 중 화가가 유독 그 장면을 선택하여 그리고자 했던 의도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데 그 부분에선 미술분야 못지않게 난 까막눈이었다.


교양 수준으로라서양 미술을 접하다 보면  그림을 감상하는데 필요한 소양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꿰어져 나온다. 그것은 서양인들이 그 속에서 공기처럼 숨 쉬고 살았던, 그들의 실체를 한데 버무리는데 바탕이 되었던 신화와 성경, 그리고 그들의 역사였다.

 어려서부터 나의 관심을 그리스 로마신화를 비롯해 쉽게 쓰인 성경도 찾아 읽기 시작했고 지금은 서양 역사에 빠져  어디메쯤에서 서성이 있다.


비전공자여서일까 나이 탓일까? 아니면 체계가 없어서인지 역사책을 여러 번 읽어도 내용은 늘 뒤죽박죽, 정리가 안된다.


올해 들계획한 건 새로운 직업 탐색과 함께 서양사에 대한 글쓰기 도전다. 이제 하강할 일만 남은 듯 나날이 줄어드는 기억력과 이해력에, 글을 쓰지 않고서는 도저히 정리가 되지 않을 것 같은 위기감에서 생각해 낸 마지막 방법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러시아, 미국등 여러 나라의 역사 속에서 헤매 다녔던 나는 몇 번이고 읽었던 그리스와 로마사로 다시 돌아와 책과 함께 노트를 나란히 마주하고 있다.

어떻게 정리하고 어떤 방식으로 쓸 것인가?

언제나 하얀 여백은 사람을 난감하게 만든다.


 이쯤에서 아무리 화려한 미사여구로 치장해도, 서양 문화에 대한 나의 호기심의 8할은 어려서부터 부지불식간에 학습된 문화 사대주의의 산물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반대급부였을까? 감탄해 마지않으며 책 속 어느 낯선 나라를 헤매 다닐수록, 가슴 한구석에서 향하는 곳은

오직 하나, 요즘 들어 서양사 공부의 정리를 서두르는 것도, 결국 내가 닿아야 할 곳은 다른 어느 곳도 아닌, 우리나라 역사의 한가운데일 거라는  난 벌써부터 짐작하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아무리 좋은 외국을 여행해도 집에 돌아와 짐을 풀고 침대에 누우면, 그래도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가장 살기 좋은 곳이란 걸 새삼 절감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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