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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미 Jun 21. 2023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그 속에 국민은 없었다

누구를 위한 결정인가?


"형님은 소금 사셨어요?"

 며칠 전 시부모님 기제사를 지내러 온 동서랑 제사음식을 만들고 있을 때였다. 울산에 사는 시동생네랑은 사는 게 바빠 일 년에 서너 번, 명절이나  제사 때 겨우 얼굴 한 번 보는 처지라, 만나면 제사 준비에 앞서 사나 차를 한 잔 하며 이것저것 쌓인 얘기를 풀어놓느라  종종 음식 만드는 시간이 지체되기도 다.


 그날도 이런저런 각자의 최근 근항을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얘깃거리로 화제가 옮겨졌다. 유난히 나라 걱정이 많은 동서이기에, 난 가끔씩 궁금하거나 이해되지 않는 정치 현안들을 물어보곤 다.


"소금? 아~천일염?"

그제사 요즘 세간에 천일염 사재기를 야기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문제임을 직감했다.

일본은 6월에 시운전이란 걸 하고 7월이면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다는데...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왔다.

한낱 무지렁이에 지나지 않는 나는, 사실 지금 돌아가는 정치 전반적인 이야기는 자세히 알 수 없기에, 그저 막연하게 이제부터 생선은 먹지 못하겠거니 했다. 안 그래도 조리법이 번거로워 집에서는 자주 해 먹지 않는 재료였지만 더 이상 먹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처음엔 사람들이 소금을 사재기한다기에 무슨 일인가 싶었다. 마치 그 쓰임이 공기와 같아, 안 들어가는 요리가 없을 정도로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어서 아예 언급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않았던 소금, 옛날에는 아주 값나가는 귀한 재료였던 소금이 바다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또 다른 선물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소금뿐만이 아니었다.

미역, 김, 다시마 같은 해조류부터 시작해,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환영해 맞이 않는 회, 초밥, 참치, 조개류, 하물며 조미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여러 가지 액젓들까지... 한국의 대표 음식인 김치 또한 이러한 재료들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음식이 아닌가?

이렇듯 알게 모르게 우리 삶의 일부인양,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바다를 그저 생선의 서식지로만 여긴 나의 짧은 소견이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벌써부터 생선이나 건어물의 소비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한 동안 바다와 관련된 식재료의 소비는 크게 위축될 것이다. 하지만 과연 여기서  끝일까? 점점 더 바깥 음식 먹기가 두려워지는 것이 까탈스러운 나의 성격 탓이면 좋으련만... 요즈음도 중국산 김치의 비위생적인 행태를 접한 이후, 직접 만든 겉절이가 아니면 식당에서 나오는 김치는 잘 먹지 않는데... 앞으로 오염수가 방류되면 이보다 더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 음식에 쓰인 재료며 양념류의 출처를 어찌 일일이 신뢰할 수 있으며, 그나마 덜 오염된 재료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치솟은 식자재값으론 판매자의 이익 또한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 아니겠는가?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처럼 바다에서 시작된 담론은 안 그래도 어려운 나라 경제에 큰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누구나 쉬 짐작할 수 있는 이다.


 경남의 어업 관련 종사자들은 정부 관계자가 한 차례 방문하고 난 , 자신들의 소리를 속으로만 삼킨 채 벙어리 냉가슴을 앓듯 침묵하고 있다는 소식을 뉴스로 전해 듣고는 혀를 내둘렀다. 정치 논리 앞에선 자신의 생존권마저 무용지물이라니...


 어쩌면 우린 모두 한 통속인지도 모른다.

오염수 방류 소식에도 생선만 안 먹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던 나 자신이나, 뒷구멍으로 후한 보상이라도 약속받았을지 모르는 관련 업자들은 한몫 단단히 챙겨 현장을 떠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작금의 우리 행태는 자연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인간의 개인적인 탐욕만이 우선순위로 자리매김할 뿐이다.


 바다를 비롯한 모든 자연을 후손에게서 빌려 쓰고 깨끗이 돌려주지는 못할 망정 아예 쓸 수 없도록 해코지까지 하고 있으니...

 항상 문제는 기존 세대가 벌여놓은 일을 미래세대가 떠안아야 한다는 이다. 안 그래도 저출산인 상황에서 점점 더 악화되는 식재료 환경에  방사능 오염까지 염려해야 한다면 누가 감히 아이를 낳고 싶어 하겠는가?


자신과 가족이 살아가는 환경과 먹거리에 대해, 최소한의 생존권을 요구하는 국민의 소리에, 오직 자신의 진영이 선택한 정치적 논리를 옹호하는 데만 급급한 위정자들이 한심하기 그지없다. 몇 년 전, 자신들이 그토록 한 목소리로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를 외치던 동영상이 유튜브에서 회자되는 것을 보며 묻고 싶어졌다. 정녕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는 이유가 뭐냐고...


 지금은 이렇게 뜨겁지만 곧 식어버리는 양은 냄비 같다는, 썩 내키지 않는 별명처럼, 우린 또 그렇게 적응하며  살아갈 것이다. 어쩜 몇 년 뒤엔 시장 좌판에, 혹은 마트 코너 곳곳에서 방사능 수치로 값을 매겨놓은 푯말 앞을 서성일 우리를 만날지도 모른다. 차마 그 수치가 낮은 것은 비싸서 사지 못하고, 가운데 것으로 값을 치르며 그저 평균치의 삶으 위안받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를...


 혹자는 말한다. 반대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편인, 한 번이라도 국민 편에서 큰소리치는 정부면 안되냐고..

미국도 방류하고 중국도 방류하는데 일본은 왜 안되느냐, 바닷물과 희석하면 MRIXray 찍을 때의 피폭량보다 적다는 자기 합리화식 변명 말고 바뀔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일수록 두려움에 떨고 있는 국민들을 감싸 안아주는 그런 정치는 정녕 요원한 것인가...

무엇이 국익인지는 모르겠으나 국민의 7~80%가 반대하는 일을 기어코 남의 편에 서서 설득하는 일을 도맡아 하는 우리 정부가 진정 어느 나라의 정부인지 따져 묻고 싶을 뿐이다.

 

 모두가 쓰레기를 버린다고 우리의 쓰레기 투기가 합리화되지 않으며, 우리 자손들이 먹고 마시는 생명의 터전에 소량으로라도 독극물을 더하는 행위는 무슨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할머닌 그때 뭘 하셨어요?"

먼 훗날 나의 손자손녀의 물음에 대답할 거리를 찾느라 오늘밤도 쉬이 잠들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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