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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미 Jul 04. 2023

대한민국 교육의 킬러는 과연 킬러문제인가?

수능 5개월을 앞두고 혼란에 빠진 우리의 교육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는 비문학 국어문제라든지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는 처음부터 교육 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으로서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 국민들은 이런 실태를 보면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통속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 윤 대통령의 '수능'에 관한 발언 -

 

 대학수학능력시험(수)에 관한 대통령의 발언으로 교육계를 둘러싼 사회 전반이 연일 시끄럽다.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문제는 출제하지 는 말과 변별력을 두기 위해 출제되고 있는 소위 킬러문제 또한 교육당국이 국민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불공정하고 부당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 골자이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충분히 자기 의견을 가지고 지향하는 바를 밝힐 수 있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이 말한 내용에 공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그 발언의 시기와 방식에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

 모름지기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처럼, 그만큼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기에 교육을 논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교육에 의해 인생의 전반적인 요건들이 좌지우지된다고 생각하는 환경에선, 타 분야에 비해 그 무게의 중압감이 실로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교육 제도에 큰 변화를 줄 경우, 교육에 혼선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교사와 학생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앞으로 바뀌게 되는 내용을  3~4년 전에 미리 공지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말이 3,4년이지 그 제도를 고안하고 검토해서 발표하는 과정까지 고려하면 최소 5년 이상 공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리란  능히 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국민 대부분이 문제점을 공유한다면 충분히 검토해서 앞으로의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어떤 면에서 반길만한 사항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중차대한 문제를  불과 수능을 5개월 정도 앞둔 시점에서 교육부 장관도 아닌 대통령이, 즉시 적용하라는 뉘앙스를 풍기며 발표한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온갖 사족을 붙여가며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그 휘하의 참모진들은 또 뭐란 말인가?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는 건 고사하고 그 뜻을 미리 헤아려 자기 자리를 보전하려는 몸부림인지 서로 경쟁적으로 하나에 또 하나의 추임새를 덧붙여 가며 핵심은 흐린 채, 정쟁으로 실어 나르기에 여념이 없다.

 

 과연 대통령이 언급한 소위 킬러문제 한 두 개 없앤다고 사교육이 줄어들고 공교육이 좋아지겠는가?

 어려운 문제를 없애고 쉽지만 시간이 많이 드는 문제로 바꾼다 한들 아이들은 또 그러한 스킬을 배우기 위해 특화된 학원을 찾아 이리저리 헤맬 것이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그동안 국가수년 전에 제시한 교육과정에 따라 충실히 공부해 온 학생들과 학부모가 겪고 있을 정신적인 혼란과 불안이다.

 정부는 얼마 남지 않은 이번 수능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대통령이 제시한 문제는 차후 여러 가지 공청회를 통해 공론화시킨 후 이후 교육정책에 반영하도록 그 가닥을 잡아야 할 것이다.


교육에 관해 정부가 해야 할 일

 정부가 진정 손보아야 할 것은 수능 문제 하나하나를 핀센을 뽑아내고, 삽입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제 역할을 하도록 공교육을 바로 세우는 것이며, 나아가 더 이상 학벌로 줄 세우지 않는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공부 또한 개인이 가진 한 가지 능력일 뿐, 그 이외의 재능을 가진 아이들도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일하며 즐겁게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학벌위주로만 편중된 사회 전반적인 구조를 바꾸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학벌과 고소득의 직업으로 모든 것이 서열화되는 사회에 편입되기 위해서 반드시 치러야 하는 자격고사 같은 기존의 입시제도의 변화는, 성적 이외의 다양한 재능도 차별받지 않고 공정하게 대우받는 사회로의 전환 없인 불가능해 보인다.

 

 국민대통령이 모든 분야를 다 잘하길 바라지 않는다. 각 분야에 전문가를 잘 배치해 그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구조를 짜고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 아닐까?

 그러기에 대통령은 더 높고 더 넓은 시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천금 같아야 할 그의 말을 결코 남용하거나 가벼이 여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 말에 국민들이 울고 웃고 때론, 죽고 살기도 하기 때문이다.



*** 이 글 발행 전 날인 7월 2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24학년도 수능 시행 세부계획을 발표했다.

"수능은 학생들이 학교 교육을 충실히 받고 EBS연계 교재와 강의로 보완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정 난이도를 갖춘 문항을 출제할 계획이다"

백년지 대계인 교육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채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속전속결로 해결(?)하는 우리 정부의 능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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