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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포도] 속 미국 경제대공황

분노의 포도, 배경을 통한 소설 미리 보기(1)

by 정현미


[분노의 포도]는 존 스타인벡의 작품으로, 1930년대 미국을 관통한 경제 대공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산업화, 기계화된 세상에서 자신들의 삶의 터전인 땅을 빼앗긴 농부들이 새로 정착할 곳을 찾아 힘겹게 부유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함으로써, 저자 존 스타인벡에게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의 영광을 동시에 안겨주기도 작품이다.




소설 속 배경, 경제대공황

그 때나 지금이나 세계 최강국의 자리를 내어준 적이 없는 미국이 어떻게 대공황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되었을까?

작품 속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소설 속 인물들의 삶 자체를 뿌리째 흔들어 놓았던 그 배경에 대해 한 번 알아보자.


전쟁이 가져다준 뜻밖의 호황, 광란의 1920년대

1914년 세계 제1차 대전이 발발한 이래 미국은 중립이라는 입장하에 연합국에 군수물자와 석유, 식품들을 수출하며 경제적 잇속을 톡톡히 챙겼다. 또한 무기를 수출하며 기술력을 발전시켰고, 이는 곧 자국의 국방력 강화로 이어졌다.

전쟁이 끝나자, 그 승패와 상관없이 유럽 국가들이 전후 복구에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전쟁 막판에 뛰어든 미국은 전승국으로서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이며 명실상부 강력한 산업국가로써 국제사회의 리더로 급부상했다.


전쟁이 끝난 1920년대, 미국은 그야말로 전에 없던 호황을 누렸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선 획기적인 자동화 시스템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함으로써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이와 같은 생산체제의 변화로 자동차의 수요가 크게 늘었으며, 관련산업인 석유, 화학, 철강 등 전반적인 부문이 연쇄 호황을 누리며 대량 생산의 대열에 합류했다.

또한, 자동차의 대중화는 도시의 반경을 늘려 대도시가 급속도로 팽창했는데, 이는 도로와 건물, 주택공급의 필요성을 요구하며 건설업의 붐으로 이어졌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때 형성된 미국의 중산층들의 소비에 힘입어 가전, 전자 제품등 일생 생활 전반에 걸친 물품들의 생산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은 고용을 늘였고 일자리는 차고 넘쳤다.


중산층의 확산은 대중문화의 수요를 끌어올리는 데도 한 몫했다. 전쟁동안 억눌러왔던 욕구와 경제적인 풍요에서 비롯된 여가 시간을 즐기기 위해 영화, 음악, 스포츠등 대중문화들이 폭발적으로 발전했다.

20년대의 광란을 염려해 금주법이 도입되었지만, 이는 오히려 밀주업이 성행하는 계기가 되었고, 밀주 거래를 통해 막대한 이권을 노리는 조직들, 특히 마피아가 활개 치는 상황을 만들며, 광란의 정도를 심화시킬 뿐이었다.


손만 댔다 하면 잭팟이 터지는 이러한 분위기는 급기야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연일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남은 자금들이 주식에 몰렸고, 은행은 신용에 상관없이 개인에게 10배 이상에 달하는 주식자금을 앞다투어 대출해 주었다.

검증되지 않은 부실한 사업체들의 주식 상장이 부지기수였고, 사람들은 무분별한 낙관론에 들떠 주위에 떠도는 소문만 믿고 전 재산과 빚까지 끌어모아 주식에 배팅했다.




끝없는 추락, 대공황의 시작

하지만 영원할 것만 같았던 광란의 질주는 곧 그 밑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1929년, 10월 24일, 검은 목요일과 화요일로 이어지는 주식 대폭락을 시작으로 커져만 가던 거품이 일시에 빠지기 시작했다. 불안이 또 다른 불안을 잉태하는 것처럼 연이은 주식의 패닉셀 행진은 개인뿐만 아니라 은행, 기업들을 차례로 파산시켰고, 이는 경제 대공황의 신호탄이 되었다.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경제 대공황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중 손꼽히는 주요 원인으로 과잉설비, 과잉생산을 들고 있다.

1차 대전 당시, 연합국에 수출하기 위해 모든 부문에서 늘였던 생산량이, 전쟁이 끝난 후 더욱 발전된 기술력으로 여전히 대량생산 되었는데, 국내 수요가 더 이상 이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수요가 과잉 생산된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자 물건은 남아돌게 되고, 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기업들은 대출을 갚지 못한 채 도산했다. 그리고 대출금을 회수 못한 은행 또한 개인의 예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기업들줄도산에 개인들은 일자리까지 잃고, 새로운 일자리를 얻지 못한 실업자들이 거리에 넘쳐났는데, 호황기에 4%였던 실업률이 25%까지 증가했다.


이는 비단 도시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전쟁 시, 유럽에 수출할 식량이 늘면서 농촌 또한 그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농업기술의 발전, 기계화등으로 대량생산을 하게 되었고 이 또한 공급과잉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았다.




<분노의 포도> 속 참담한 현실

소설 속 농촌의 현실은 더욱더 열악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오랜 가뭄과 모래바람으로 조상 대대로

목화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던 땅은 이미 황폐화되었고, 밀린 대출금을 제 때 갚지 못한 농부들은 은행으로부터 땅을 강제로 몰수당하는 상황에 이른다.


농부들은 생명과도 같은 땅을 차마 저버릴 수없어, 이를 악물고 버텨보지만, 은행이 고용한 트랙터가 자신들의 터전을 갈아엎는 것을 보자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으며 고향을 등질 결심을 하게 된다.


소설 속 조드 가족도 마찬가지 신세였다.

쓸만한 가재도구를 팔아 폐차직전인 중고차를 구입한 후, 이를 개조해 10명 이상의 대가족을 싣고, 새로운 정착지를 향한 힘겨운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정들었던 고향 오클라마호를 떠나 그들이 닿으려 했던 곳은 풍요로운 땅과 일자리가 보장된 기회의 땅, 캘리포니아였다.

하지만 요란했던 전단지의 내용과 달리,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 갖은 멸시와 열악한 환경, 끝없는 추락밖에 보이지 않는 저임금 노동자의 길이었고, 이나마 수많은 경쟁으로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했다.


자본주의 폐해가 집약된 경제대공황이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과연 조드 가족은 모든 역경을 딛고 기사회생할 수 있을까? 이제 그들의 힘겨운 여정을 따라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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