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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속 체코의 역사(1)

프라하의 봄

by 정현미

체코 작가 밀린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1960년대, 이른바 '프라하의 봄'으로 알려진 체코슬로바키아의 격동기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예부터 보헤미아 지역으로 불렸던 체코슬로바키아는 중세 때는 루터에 앞서 '얀 후스'로 대표되는 종교개혁의 중심지였고, 나름 역사의 부침을 겪으며 민주주의와 산업이 발달한 나라였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공산당과 소련의 스탈린의 영향권 안에 들면서 급격히 공산화되었다.


하지만 개인의 자유가 억압되고 언론과 출판 및 모든 행동들이 통제받는 현실 속에서 국민들의 불만은 쌓여갔고 급기야 1960년대엔 경제 상황까지 악화되면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이에 위험을 감지한 당시 소련의 지도자 브레즈네프는 신임을 잃은 노보트니 정권을 축출하고, 새로운 인물인 듑체크를 체코슬로바키아의 서기장으로 임명한다.

1968년 1월, 새로운 지도자가 된 듑체크는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라는 슬로건하에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했다.

파격적인 그의 개혁은, 그동안 삭막한 겨울을 지나고 있던 체코슬로바키아 국민들에게 따뜻하고 희망찬 미래를 꿈꾸게 했던, 일명 '프라하의 봄'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듑체크는 사전 검열을 없애고 언론과 출판, 이동의 자유를 허용했다. 비밀경찰의 역할을 대폭 제한했으며, 공산당 이외의 당을 허용하는 다당제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더불어 소련뿐만 아니라 서방 국가들과의 협력관계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둡체크의 이러한 개혁이 추진되자, 체코슬로바키아에서는 자유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폭발하면서 소련에 대한 비판이 언론을 통해 분출되었고, 공산당 이외의 정치클럽들이 조직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둡체크의 급진적인 개혁에 대해 당내 보수 주의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고, 소련의 브레즈네프 또한 즉각 개혁을 멈추고 국가의 통제권을 되찾으라고 요구했지만 듑체크는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1968년 8월 20일, 마침내, 소련은 바르샤바 조약 가입국인 폴란드, 헝가리, 불가리아를 대동해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한다.

여타 이유로 다른 나라들이 외면하고 있을 때, 군대 20만, 탱크 2000대 이상의 병력을 동원해 무력진압에 나선 소련군을 가로막고 선 건 체코슬로바키아의 국민들이었다. 프라하 시민들은 거리로 나가 소련의 침략에 일제히 항의하며 시위를 벌였지만 역부족이었다.

소련은 결국 프라하를 점령하고 듑체크를 모스크바로 끌고 가, 소련이 요구하는 사항에 강제 서명하게 한 후 그를 지방의 산림관리자로 좌천시켰다.


듑체크를 대신해 체코슬로바키아의 서기장으로 임명된 후삭은 공산당의 강경노선을 따르며 둡체크의 개혁을 중단시켰다.

모든 상황은 다시 개혁 이전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개혁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숙청되었으며 검열은 다시 시작되었다. 언론은 통제되었으며 모든 활동은 금지되었다.


하지만 국민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체코슬로바키아가 다시 민주화를 되찾는 데는 20여 년이라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개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둡체크가 서기장으로 임명된 1968년 1월부터 그해, 소련군에 의해 짓밣힌 8월까지, 채 1년도 되지 않는 '프라하의 봄'과 그 이후 다시 정치적 겨울을 살아야 했던 네 남녀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 소설이다.


작가 밀란 쿤데라 자신도 이 시기에 프랑스로 망명해 그곳에서 작품활동을 하다가 훗날 체코 국적을 되찾았다고 한다.

공산국가에서 태어나 미처 맛보지도 못하고 꺾인 민주화의 열기 속에서 자신들의 청춘을 보낸 이들의 삶은 어때했을까?

제목의 명성만큼이나 그 의미를 짚어내기가 난해하다는 소설 속으로 조심스럽게 한 발을 내디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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