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05 나,

by 꿈작가

어릴적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하곤 했어.

주변에는 몸도 마음도 아픈 사람들이 줄곧 있었어.

그들을 위해 20년의 시간동안 고민하고 생각해 본 것 같아.

그때는 사랑이란 단위보다 믿음이 우선이고, 믿음을 얻기 위해선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착각하고 있었어. 실수였어.

20년이상 삶의 무게에 눌려, 마음으로 인상쓰고 있던 사람들은 바꾸지 못한다는 결말을 너무 늦게 깨달았어.

이미 늦었을지모르지만, 보다 성숙해지기 위해 사사로운 감정을 없애기로 했어.

10살 때였어.

사업실패로 찾아온 가족의 불화를 막고 싶어 매일 눈치를 보며 살면서도,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오만으로 '가족관계심리'에 몰두해봤어.

사람과 사람의 감정은, 사람과 돈의 문제는 고작 그런 학문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는데도 말이지.

그 시간동안 설득하고, 다투고, 싸우고, 해결하고, 웃고, 결국 내려놓고를 반복하였지만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왔어.

그 시간 속에서 나의 성격과 가치관이 정해져버린 것 같아.

언제나 상대 보다 낮은 위치에 있으려고 했고, 조용히 관찰하며 상대방의 표정, 눈빛, 말투, 행동, 글을 보며 그 사람의 마음을 읽고 싶어했어.

그런데 왜일까, 다년간의 긴 시간동안 사람의 마음만 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았어.

20살이 된 나는,

원치 않는 길인 것을 알면서도 타인을 치료하는 학문을 몸소 경험하고자 보건계열로 진학했어.

나 자신의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고 방황만하는 사람이 나 말고 누군가를 치료할 수 있을까? 그런 여유가 있을까?

대학병원 임상실습을 가서야 알았어.

교통사고 직후 헬기로 실려온 환자를 가감없이 진단하고 치료하는 응급실 선생님들을 봤어.

팔다리가 부러졌어도 진단을 위해 팔다리를 좌우로 젖히며 골든타임 내 응급처치를 마쳐야해.

환자는 다리를 들고 바지를 가위로 자르기만해도 피를 뿜고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고 있었어.

그 상대적 고통을 감뇌하며 그를 위해서 불가피한 고통을 주며 진단과 치료를을 해내야했어.

또 항암치료를 받으며 수개월간 아파하는 어머님 아버님들을 보며 느꼈어.

내가 해낼 수 없는 일이구나..

할 수야 있겠지만, 상대적 동정감을 심히 느끼는 나에게는 결국 버틸 수 없는 시간이었을 거야.

여전히 나이는 찼지만 나는 아직 미성숙한, 사고만 안치는 사춘기 아이였어.

그래서일까, 지금의 나 자신이 알고 싶었어.

'청장년심리'에 관심을 가지면서,

나 혹은 내 사람들을 위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되고는 싶었나봐.

이 과정에서 문득 꿈에 대한 뫼비우스 띠에 갇혔어.

여전히 나는 누군가의 삶을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고,

대중 앞에 설 수 있는 의장대로 복무하며 무대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다는 꿈도 꿨었어.

이런 삶에서도 운명같은 사랑을 만날 수 있을거라 믿곤 KBS모델행사에 함께 참여했던,

얼굴만 아는 MA 여성분을 6개월간 찾아,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했지만, 나만의 착각으로는 나의 운명이 아니었어.

나는 분명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확히 알면서도,

사람들의 생각과 시선을 의식하고 이미지화하고, 자기합리화하면서 잠시 숨어있을 곳을 찾고 싶었나 봐.

이후 어린애처럼 무의미한 시간들을 붙잡고만 있었어.

나는 아직도 나약하고 미성숙한 존재구나.

아는척, 준비한척, 노력한 척만 할 줄 아는 사람이구나.

그럼 그나마 내가 잘 할 수 있는게 뭘까?

아직 못찾았어.

그럼 내가 뭘 할 때 가장 즐거워했지?

생각해보니, 일기 쓰는게 재밌었어.

또 남의 일기장을, 그 사람의 스토리를 듣는걸 좋아했어.

아, 나는 나에 대한 또는 남에 대한 스토리텔링 하나는 잘 써내려가겠구나?

잘하지 못해도 생각은 많이 했으니 시작하는 법은 알겠구나?

일기라도 써보자, 더 나아가서는 글을 써보자, 글을 쓰면서 누군가를 위한 글도 써보자.

나에게, 누군가에게 슬프고 아프고 힘들었던 사연들을 모아서 아름다운 색으로 덧칠해서 선물해주자.

먼저 나의 이야기를 써보자.

나의 이야기를 예쁘게 포장해서 시나리오로 만들자.

제목은 내가 인생에서 가장 중시해왔던 사람과 사람의 OOOO로 하자.

그럼 누군가의 평가를 받아야 할테니 공모전에 시놉시스를 출품 해보자.

하지만, 고작 20대 초반의 내 글은 내가 봐도 부족했고, 구성에 큰 맹점이 있었어.

나는 내 이야기는 누구보다 잘 써내려 갔지만, 누군가의 생각을 넘겨짚어 써내려 간 이야기는 예쁘게 포장될 수 없었어.

특히 여주인공에 대한 생각이나 가치관, 감정선에 대한 심리는 완성된 글로 표현될 수 없었어.

지금 나는 '내 인생의 역작'을 남기기엔 깊이가 부족함을 깨달았어.

현실 직시부터 하자.

10년뒤에 내가 다시 글을 써내려갈 수 있도록 나의 깊은 우물을 채워갈 수 있는 일을 해보자.

내가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나는 이렇게 커서 그런지, 여전히 누군가를 치료해주며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아.

누군가의 마음을 치료해주고, 누군가의 앞길을 밝혀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내가 생각하고 고민했던 시간들에서 찾았던 해법으로 청장년층을 도울 수 있을까?

그들을 돕기위해 나는 더욱 성숙해야 했고 성장해야 했어.

하루하루 변해가는 변혁기에 사는 그들이 가장 어려워 하는 부분은 불투명한 사회생활과 대인관계에 대한 문제였어.

수십년 삶 속에서 누구나 대인관계에 있어 전문가가 되겠지만, 그 전문가들이 겪고있는 문제에 대한 치료제를 주기 위해서는 나는 더욱이 노력해야했고, 하고 싶었어.

내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며 '대인·사회심리'에 대해 탐미하기 시작했어.

이윽고 나는 내가 직접 보통사람들이 하는 사회생활을 하며, 그 문제에 대해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싶었어.

그리고 현재,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아.

약속의 10년이 지나 벌써 30대 초반의 나이에 접어들었지만, 나는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고 생각해.

남들에게 내 이야기를 숨겨야만 했고 연기해야만 했어, 내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이 두렵기만 했었어.

수십년이 지나 회상해보니,

자기 이야기를 각색하여 시나리오로 쓰고 싶은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가 남들에게 전해지는 것을 걱정하며 꿈을 꾸었다니.

정말 한심한 것 같아.

그 때 익명의 커뮤니티에 글을 쓰기 시작했어.

연재도 했고, 나름 팬층도 생겼었지.

소소한 소통의 공간이었지만, 팬들이 원하는 글을 선물하기 위해 써내려갈 때는 몇시간이 걸려도 행복했었어.

이런 나를 깨닫게 해준 사람들이 최근에 많이 생겼지만, 나는 아직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게 별로 없어.

내 꿈을 이루는 날, 모두에게 보답하겠다고 매번 다짐해.

꿈이 꿈이라 불리는 이유는,

매일 밤 잠들기 전, 매일 꿈꾸며 그리는 것이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 생각하고, 꿈속에서도 그 꿈을 꾸기 때문이라고 정답을 짓곤 했어.

자각몽, 루시드드림과 같이 꾸며진 꿈을 꾸려고 쫒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 또한 그런 소재에 몰입하던 시간이 있었어.

하지만, 나는 이 꿈이 현실로 비춰지는 순간까지 꿈을 놓지 않기로 했어.

용기를 내, 심오한 글을 써내려갈 때면 눈물이 흐르곤 하는데,

이 또한 익숙해 질 때까지 앞으로 써내려가기로 결심했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야기'로, 그 아픔을 이겨내고 웃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꼭 완성하고 싶어.

지금의 나는 하루하루 행복하고 즐겁기 때문에,

어릴적 그 시절의 나를 돌아보면서, 나 또한 아름다운 색으로 덧칠할 수 있을 것 같아.

이 글은 내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보여주기로 마음 먹었어.

다는 아니겠지만, 이 공간에서 이 글을 먼저 보고 있다면 내겐 그런 사람일 거야.

내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조차 20년이 지나도록 못했던 이야기니까.

슬픈 가사를, 글을 쓰는 사람들이 이런 심정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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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30년간의 일기장을 5분으로 요약해봤어요.

누구나 쓸수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 이 글을 썼던 취지는

초면에 나를 소개할 수 있는 여건은 쉽게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5분안에 내 자서전을 보여주면 어떨까. 에서 시작했어요.

실제로 모임이나 술자리에서 쉬는시간에 공유를 해봤고,

이를 읽은 지인분들께서도 높은 관심도와 호평을 주셨어요.

생각보다 좋은 이미지를 전해줄 수 있는 아이템이에요.

꼭 한번 써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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