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내가 다 못 가질 뿐

by 반야심경

나의 직장에는 구내식당이 있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한 끼 4천원이라니, 그것 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지만 회사 생활의 유일한 낙이 먹는 것이니 고퀄리티 회삿밥은 늘 간절하다. 하루는 점심을 먹는데 옆자리 동료가 국물을 한 숟갈 뜨더니 ‘으어….’ 소리를 절로 내뱉는 게 아닌가. 전날 숙취로 고생한 동료를 살려낸 그 고깃국은 뭔가 확실히 달랐다. 그날 이후 구내식당 식사 음식은 눈에 띄게 맛있어졌고 다들 그 연유를 궁금해하였다. 알고 보니 새로 오신 조리장님이 그 업계 탑티어라는 것이다. 동일한 시간, 동일한 비용인데도 어떻게 이렇게 맛이 달라질 수 있을까. 그분은 똑같은 탕국이라도 하루 전날부터 사골을 푹 고아내신단다. 이 정도 정성과 노력을 비용으로 따졌다면 분명 더 비싸 졌겠지.


비싼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브랜드 마케팅 비용 이런 것을 제외하더라도 재료, 시간, 기술, 정성 같은 것들이 합쳐져서 가격이 책정되는 것이다. 가끔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짭 니치 향수는 어때요? 향도 거의 똑같은 거 같고 바틀을 들고 다니지도 않을 건데, 10분의 1 가격이면 그게 훨씬 합리적인 거 아닌가요?”


물론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하지만 비싼 향수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 가장 먼저 다른 점은 지속력이다. 흔히 향수를 살 때, 매장에서 한 번 뿌려보고 바로 결정하곤 한다. 그 순간의 향은 좋지만, 저렴한 향수는 중간이 없이 뚝 끊기는 경우가 많다. 반면 고급 향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유려하게 변화하며 오래 지속된다. 좋은 향료가 좋은 향수를 만드는데 결국 고급 향료일수록 향이 짙고 풍부하다. 온종일 지속되는 향기. 고급 향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뿌린다’보다는 ‘입는다’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또한 향이 복합적이고 조화롭다. 비싼 와인이나 위스키도 마찬가지인데, 단순하지 않고 층층이 뜯어보는 맛이 있다. 시간이 지나며 드러나는 노트의 변화, 빈틈없이 꽉 찬 조화로움. 육각형 인간을 더 쳐주는 세상에서, 향도 마찬가지로 고르게 갖춰진 것이 더 매력적인 법인 게지.


하지만 나는 비싼 것을 무조건 취하진 않는다. 그 기준은 단 하나. 내가 그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가. 내 코에 만원 짜리와 삼십 만원짜리가 같은데 후자를 고른다면, 그건 돈 낭비이다. 결국 진짜 럭셔리는 돈이 아니라, 나의 감각이 만들어낸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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