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영& 하이볼
내겐 혼영(혼자 영화보기)전 의식이 있다. 텀블러에 그날 맘에 드는 기조를 신중히 골라, 넉넉하게 투 샷쯤 담는다. 영화관 앞 편의점에서 큰 얼음 볼 하나와 탄산수를 사서 조심스레 붓고, 여유롭게 자리에 앉는다. 커다란 스크린, 빵빵한 사운드. 그 앞에 은밀히 하이볼을 홀짝이고 있노라면 기분이 아주 그만이다.
너넨 모르지? 이 은밀한 즐거움을! 나 혼자만 아는 비밀 행위에 더 신이 나는 걸까. 물론 누군가에게 이 얘길 하면 아마 다들 진심 술꾼이라 하겠지? 맞다. 나는 술 마시는 분위기도, 술 취한 기분도 아닌― 술 그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한 번은 이걸 가까운 사람들과 나눠보고 싶어, ‘하이볼 영화벙’을 추진한 적이 있다. 각자 텀블러를 챙겨오라 알리고, 나는 집에서 바이알에 다양한 기조를 담아 들고 갔다. 영화 시작 전 로비 구석진 곳에서 맘에 드는 걸 고르고 각자 자기의 하이볼을 제조한다. 다들 이 또라이랑 이런 걸 같이 하고 있는 사실 만으로도 약간의 일탈을 맛본 얼굴이다. 그날 이후, 나만의 의식이 또 누군가의 의식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혹시, 삶에 소소한 즐거움을 하나쯤 더하고 싶다면 나는 이걸 진심 추천한다.
+덧) 이왕이면 카레이싱 영화면 더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