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좋으면서 싼 것도 있다.

몽키숄더

by 반야심경

기호품 : 가지고 즐기거나 좋아하는 물품

생필품: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


이 둘은 정말 다른 개념이다. 흔히 기호품이라 부르는 차, 술, 향수, 담배 등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물론 나한테 차나 술 없으면 못 살겠지만 인간 생명 유지 관점에서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나는 꼭 없어도 되는 것에 시간, 돈, 에너지를 왕창 때려 붓는 철딱서니 없는 인간인 것이지. 그러나 어쩌겠는가. 인간이 살아가는 데는 의식주 말고도 필요한 것이 얼마나 많은 지 우리는 이미 너무 잘 알고 있다. 사랑, 행복, 위로….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들 말이다.


누군가는 500만 원짜리 명품 가방을 사서 들고 다니며 행복해하고, 나는 그만큼의 돈을 찰랑이들로 누릴 때 행복하다. 같은 돈을 어디에 쓰느냐의 차이일 뿐, 얻는 만족감은 같다. 그리고 만약 같은 행복을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다면? 더 오래, 더 자주 누릴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겠다. 그렇게 생각하면 기호품이란 내가 좋아하고 즐기면 되는 것이라, 내가 저렴한 것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면 그런 나 자신을 더없이 감사하게 여기면 된다. 예컨대 와인이나 위스키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할 때 내가 5만원짜리를 놓고 20만원짜리라고 착각한다면 ‘아! 기특해. 나는 앞으로 5만원짜리만 마셔도 되는 거잖아? 개꿀.’ 하면 그만이다. 맞다. 이건 내 경험담이다.


그날은 좀 수치스러웠다. 위스키를 꽤 마셔봤다고 자부했던 나는, 그 이후 급격히 겸손 해졌다. 바로 그 주범이 몽키숄더 되시겠다. 병에는 어깨가 축 처진 원숭이 세 마리가 장식돼 있다. 위스키 제조 과정 중 하나인 몰트 뒤집기는 굉장히 힘든 작업인데, 이걸 기계 없이 수작업으로 할 경우 생기는 일종의 직업병을 형상화한 것이다. 오렌지와 바닐라 향이 부드럽고 밸런스 있게 풍기며 아주 꿀떡꿀떡 넘어간다. 비싼 술로 하이볼 만들어 먹긴 아깝다 싶은 날 제격이다. 몽키숄더 한 샷, 탄산수와 얼음만 있으면 여름 나기도 걱정 없다. 1병의 몽키숄더와 한 번의 여름은 함께 지나간다.




tip. 몽키숄더 하이볼에는 오렌지가 참 잘 어울린다.

나는 과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과육은 다 못 먹고 껍질만 칵테일용으로 쓰곤 하는데(정말 알코올 중독 같군), 오렌지 하나를 알차게 먹는 방법을 소개한다. 오렌지 잘라서 통에 보관하고 뭐하기 귀찮을 때 쓰는 방법이다.


1. 오렌지를 손으로 꾹꾹 조물조물 한다.

2. 꼭지 부분에 쇠 젓가락을 푹 찔러 넣고 뱅글뱅글 휘젓는다.

3. 젓가락을 뺀 구멍으로 구멍 즙을 짜서 칵테일에 탄다.

4. 남은 오렌지는 냉장 보관을 하면 며칠 간은 젓가락 신공을 발휘하여 칵테일에 쓸 수 있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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