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모든 것은 하나로 귀결된다

로마네 콩띠& 무이암차

by 반야심경

로마네 꽁띠. 신의 물방울에 나오는 바로 그 고급 와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는 와인 이름이 아니라 레드 와인으로 유명한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본 로마네 마을에 속한 특급 밭 중 하나다.


로마네꽁띠.jpg 로마네 콩띠

부르고뉴는 생산 지역이나 밭에 따라 등급을 매긴다. 특급 밭(그랑 크뤼), 1급 밭(프리미에 크뤼), 마을 단위, 지방 단위 순이다. 그 중에서도 특급 밭은 단33개뿐이다. 떼루아 좋기로 유명한 동네에서, 마을 단위도 아닌‘밭 단위’라니— 엄청난 자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대체로 이 지역산 와인 바틀에‘부르고뉴’라고만 적혀 있다면, “어쨌거나 나도 부르고뉴 와인이긴 해. 큼큼.” 같은 뉘앙스고, 만약 밭 이름이 적혀 있다면 “에헤이~ 부르고뉴 땅이 얼마나 넓은데! 나야말로 진또배기지.” 라는 뉘앙스다.


와인 뿐 아니라 커피, 차, 위스키 등등 수많은 ‘찰랑이’들을 공부하다 보면 결국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보리, 커피, 포도, 찻잎 같은 농작물을 가지고 기호품 음료를 만들어내며, 이 농작물들은 생산지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기에 ‘떼루아(terroir)’가 핵심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무이암차.jpg 무이암차


그렇다면 이번에는 차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차는 무이암차다. 중국 복건성 무이산의 바위틈과 절벽 사이에서 자란 찻잎으로 만든다. 이 지역의 지형적 특성 덕분에 해발 고도가 높을수록 고급 차가 생산된다. 가장 고도가 높은 차를‘정암차’, 그 아래가‘반암차’, 그리고‘주차’, ‘외산차’ 순으로 등급이 나뉜다.

부르고뉴 와인이 그러하듯, 그냥‘무이암차’라고만 적혀 있는 것보다‘우란갱’, ‘혜원갱’처럼 계곡 이름이 표기된 것이 훨씬 고급이다. 정암차는 무이산의 성골쯤 되는 셈이다.


무이암차는‘암골화향(巖骨花香)’이라는 표현으로 유명하다. 암골은‘바위의 기운’, 화향은‘꽃의 향기’를 뜻한다. 꽃 향은 그려지는데, 바위라니? 바위를 혀로 핥아본 것도 아닌데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하지만 암차를 몇 번 마셔 보면, 다른 차와는 확실히 구분되는 독특한 향과 무게감이 느껴진다. 묵직하고 깊으면서도 그윽한 꽃향기가 함께 깃든다. 비 오는 날이면 암차 생각이 절로 난다. 꿉꿉한 기운을 묵직하게 눌러주고, 공기 중의 물 비릿내를 싹 가셔버리는 마법 같은 맛이다.


무이암차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대홍포’와‘육계’다. ‘대홍포(大紅袍)’란 원래 황제나 고위 관리가 입는 붉은 관복을 뜻한다. 전설에 따르면, 왕후의 병을 고친 은혜에 보답하고자 황제가 차나무에 붉은 비단옷을 하사했는데, 그때부터 이 차나무에서 나는 차를‘대홍포’라 불렀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중국은 이런 썰이 참 많다. 그런 썰을 살짝 풀어 가며 묵직한 대홍포 한 잔 내려 마시는 것 이야말로 신선 놀음 아니겠나.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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