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링과 연애 프로그램
정말 페어링을 잘하는 업장은 일부러 음식에서 요소를 하나 뺍니다.
밸런스가 완벽하면 술이 필요 없거든요.
흑백요리사로 유명해진 한 셰프가 유튜브 채널에서 한 말이다. 듣자마자 이마를 탁 치게 했다. 곱씹어 보니, 늘 ‘정말 맛있었다’고 기억되는 식당에서는 술잔이 그대로였다. 나는 그저 음식이 너무 맛있어 혼을 놓고 먹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 안에 과학적 이유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반면에 어떤 업장은 코스 메뉴를 먹을 때 각 디쉬 마다 다른 술을 추천 한다. 음식 마다 어울리는 술이 다 따로 있다는 이야기다. 어느 업장이 더 낫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전자는 ‘음식’이, 후자는 ‘무드’가 더 기억에 남는다. 그러니 썸 타는 사람과 간다면 후자의 식당을 추천한다. 한낱 스테이크보다는 내가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하지 않겠는가.
페어링이란 본래 두 장치를 연결해 함께 작동하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하나의 부족한 부분을 다른 하나가 채워줄 때 비로소 좋은 짝이 된다. 그 ‘짝짓기’가 그토록 어려운 까닭에, 성공을 기원하는 와인이 수없이 비워지고, 실패를 달래는 소주도 무수히 소비되는 걸까. 물론 페어링이 필요 없을 만큼 완벽한 음식은 근사하다. 하지만 인간이란 본디 혼자서 완벽하기 어려우므로 부족한 나를 채워줄 짝을 그토록 찾아 헤매는지도 모른다. 주말 저녁, 오징어를 질겅질겅 씹으며 맥주 한 잔에 연애 프로그램을 보면서 이런 쓰잘데 없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항상 자신을 ‘페어링 모드’로 열어두고 상대를 찾는다면, 나의 빈 곳을 채워줄 누군가를 하이에나처럼 노리기보다는, 내가 상대의 빈 곳을 채워줄 수 있는지를 먼저 고민하는 성숙한 사람이 되어보자. (물론 나부터 잘하자.) 그래야 비로소 진정한 사랑이 시작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