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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로 즐기는 한 달 살기

돈보다 값진 하루들, ‘무료’로 누린 풍요로운 시간

by 낭만육아

한 달 살기를 준비할 때 걱정되는 것 중 하나는 ‘경비’다. 매일 관광지를 돌다 보면 지출이 쌓이고, 아이와 함께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살아보니, 진짜 값진 경험은 꼭 돈을 들여야만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만 잘 찾아도, 하루하루가 알차고 풍요로워졌다.


시드니, 공공의 품격을 누리다

우리가 시드니에서 가장 자주 찾은 곳은 단연 ‘텀바롱 물놀이터’였다. 한여름의 햇살 아래, 시원한 물줄기와 어우러져 뛰노는 아이는 그야말로 ‘생기 그 자체’. 예약도 비용도 없이, 매일매일 새로운 놀이가 펼쳐지는 이곳은 단순하지만 완벽한 놀이터였다. 특히 토요일 밤 9시가 되면, 달링하버 위로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텀바롱에서 신나게 놀다가, 몰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까지 감상하면 그야말로 낭만이 가득한 하루가 되었다. 서큘러키 근처에 있는 ‘커스텀즈 도서관’도 우리의 단골 장소였다. 관광객에게도 도서 대여 카드를 만들어주는 덕분에, 영어책은 물론 한글책까지 빌릴 수 있었다. 엄마가 읽을 한글 소설도 제법 있어, 갈 때마다 양손 가득 책을 들고 돌아왔다. 예술을 좋아하는 아이와 함께 자주 찾은 ‘뉴사우스웨일스 아트갤러리’도 빼놓을 수 없다. 상설 전시가 모두 무료인 데다, 아이의 시선에 맞춘 작품들도 많아 편안한 마음으로 구경하기 좋았다. 그리고 수영이 하고 싶을 땐 ‘시드니 시립 수영장’으로 향했다. 아이와 나, 둘이서 하루 종일 놀아도 단돈 12불. 공공시설이 이렇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된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우리는 그 혜택을 아낌없이 누렸다.


오클랜드, 도시 곳곳이 놀이터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는 ‘도서관 투어’가 일상이었다. 동네마다 다른 분위기의 도서관들, 호윅도서관, 하이랜드파크도서관, 파넬도서관, 그리고 센트럴시티 도서관까지. 특히 한국에는 없는 영어책이 많아 아이 선호에 맞는 책을 골라 읽는 즐거움을 누렸다. 무엇보다 무료 미술 프로그램이 수시로 열려, 아이는 현지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만들기를 하며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었다. 예술을 좋아한다면 절대 빠질 수 없는 곳, 바로 ‘오클랜드 아트갤러리’다. 무료 전시만으로도 충분히 풍성했지만, 어느 날은 운 좋게 음악회까지 열려, 전시장 한편에 앉아 고요하게 울려 퍼지는 음악소리에 마음까지 정화되는 듯했다. 미술과 음악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나는 경험은, 생각보다 훨씬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이 도시의 진짜 보물은 바다. 타카푸나 비치, 오 모 코로아 비치는 우리가 가장 사랑한 장소였다. 깨끗한 모래, 투명한 바다, 그리고 바닷가 옆 놀이터. 도심 속 바다가 이렇게 아이 친화적일 수 있다니! 하루 종일 바다에 뛰어들고 모래를 만지고, 놀이터에서 놀다 보면 시간이 훌쩍 흘러갔다. 무엇보다도 감동이었던 건, 오클랜드 시립 수영장의 정책. 만 16세 이하 어린이는 ‘무료’라는 것! 덕분에 수영장을 매일같이 찾았고, 아이는 물과 훨씬 더 친해질 수 있었다.


여행은, 돈보다 마음으로 채우는 것

무료지만 부족하지 않았고, 비용이 없었지만 마음은 꽉 찼다. 현지의 도서관, 미술관, 수영장, 바닷가… 그 모든 곳이 우리에게는 특별한 여행지가 되었다.

시드니에서, 오클랜드에서 우리는 돈 대신 시간을 쓰고, 소비 대신 마음을 들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아이와 함께 웃고, 배우고, 더 가까워졌다. 여행의 가치는 결코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다. 가장 소중한 순간들은 늘 계산서 바깥에 있었다.



<도시별 무료 & 알뜰 추천 스폿>

시드니 | 도시 한복판에서 자연과 문화 즐기기

■텀바롱 물놀이터 : 시티 중심부 무료 물놀이터. 도심 속에서 시원하게 뛰어놀기 최고!

■달링하버 불꽃놀이 : 달링하버에서 펼쳐지는 불꽃놀이. 매주 토요일 9시경에 시작하여 10분여간 진행된다. 다른 행사가 있는 경우 공지를 하니, 미리 시드니 달링하버 공식 웹사이트에서 확인 필요

■커스텀즈 하우스 도서관 : 누구나 이용 가능한 공공도서관. 대출카드 발급도 무료.

■아트 갤러리 오브 뉴사우스웨일스 : 호주에서 2번째로 큰 미술관. 19세기 호주 및 세계 미술작품 무료 전시. 아이들과 가기에도 좋아요.

■야외 무료 요가 클래스 : 록스 마켓 인근, 하버브리지 아래. 매주 일요일 9시

■ 시드니 시립 수영장 : 아이 + 보호자 12 AUD 내외. 하루 종일 알차게 물놀이 가능.

오클랜드 | 예술, 자연, 그리고 바다가 함께하는 도시

■ 오클랜드 시립 도서관 : 영어책은 물론 한글책도 구비! 미술·음악 등 무료 어린이 프로그램도 수시로 진행.

■ 오클랜드 아트갤러리 :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미술관.

■ 시립 수영장: 만 16세 이하 어린이는 무료!

■ 타카푸나 비치 & 오 모 코로아 비치: 바닷가 + 해변 놀이터까지 하루 종일 가능한 자연형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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