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새로운 나라에서 살아본다는 건 단지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에서 무언가에 제대로 빠져보는 기회였다. 그래서 우리는 나라별로 ‘하나의 주제’를 정해, 그 주제를 중심으로 살아보기로 했다. 세부에서는 매일 물속에서 놀며 수영과 가까워지기를, 시드니에서는 요가를 통해 내 몸과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뉴질랜드에서는 바다에서 뛰놀며 조금 더 용감해지기를. 그렇게 우리는 각 도시에서의 특별한 하루를, 스스로 만들어갔다.
세부에서는, 매일이 수영 데이!
세부에서는 물을 좋아하는 아이의 취향을 십분 반영해 매일 수영을 했다. 평일에는 어학원 수업이 끝난 뒤 필리핀 수영선수 출신 선생님께 레슨을 받았고, 주말에는 고래상어 투어나 리조트에서 수영을 즐겼다. 물에 들어가는 순간 눈빛이 반짝이던 아이는 어느새 자유형과 배영을 척척 해내며 실력이 쑥쑥 늘었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수영을 꾸준히 배우고 있으니, 여행이 남긴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다.
시드니에서는, 엄마의 요가 타임
시드니에서는 내가 ‘몸과 마음의 중심’을 찾는 시간을 가졌다. 시티 중심에 있는 요가원에서 매트 하나 펴고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은, 말 그대로 나만의 작은 휴식이었다. 목요일이면 아이와 함께 요가 수업을 들으러 갔다. 아이는 스트레칭을 하다 엉뚱한 포즈로 웃음을 터뜨리곤 했지만, 그런 모습조차 사랑스러웠다. 주말이면 록스마켓 위, 하버브리지 아래에서 열리는 야외 무료 요가 클래스에 참여했다. 파란 하늘 아래, 바다 냄새를 맡으며 요가를 하다 보면 '지금 여기, 내가 있다는 행복감'에 벅찬 마음이 들었다. 시드니의 하늘과 바다, 그리고 요가 매트 위에서의 나. 그 시간들이 나에게도 ‘엄마’ 아닌 ‘나’로 숨 쉬는 소중한 하루를 선물해 줬다.
오클랜드에서는, 바다와 서핑을 만났다
뉴질랜드에서는 매주 바닷가에 나갔다. 아이는 해변에서 물장구를 치고, 현지 아이들처럼 다이빙을 따라 하며 놀았다. 어느 날, 다이빙하는 언니들을 보고는 "나도 돌고래처럼 할 수 있어!"라며 물속으로 뛰어들던 그 씩씩한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리고 어느 주말, 우리는 하루 코스 서핑 수업에 참여했다. 캐나다에서 온 ‘퀸 선생님’은 밝고 친절하게 아이를 이끌어주었고, 아이는 처음 도전한 서핑에서 단 하루 만에 보드 위에 서는 데 성공했다. "엄마! 봤어? 나 보드 위에서 설 수 있어!" 하고 외치던 아이의 목소리는 마치 파도 위에서 더 크게 울려 퍼지는 듯했다.
이 모든 프로그램은 현지 강사들이 영어로 진행했지만, 몸으로 배우는 활동이기에 언어 장벽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도, 나도 자연스럽게 영어에 익숙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배움은 꼭 교실 안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걸, 이 여행이 우리에게 가르쳐줬다.
이처럼 우리는 각 도시에서 ‘우리만의 테마’를 가지고 매일을 조금씩 특별하게 만들었다. 꼭 거창한 일이 아니어도, 좋아하는 것을 반복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는 하루가 쌓여 특별한 기억이 됐다. 그렇게 매일을 다르게 반짝이게 만든 우리만의 방식이, 한 달 살기를 더욱 풍요롭게 채워주었다.
<한 달 살기, 이렇게 테마를 정해보세요>
아이 중심 테마: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에서 출발하기 ▶ 수영, 동물 체험, 미술 수업 등.
부모 중심 테마: 나를 위한 활동도 꼭 포함하기 ▶ 요가, 카페투어, 글쓰기 등
도시와 자연 연결: 그 도시만의 자연환경(해변, 공원, 산책로)을 최대한 활용하기
언어 걱정은 잠시 내려놓기: 신체활동 중심 프로그램은 언어 장벽이 낮고, 실전 영어 노출에도 효과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