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 3학년이 되는 우리 아이는 겨울방학 시드니 한 달 살기 동안 주 5일 9시~15시 어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어학원 레벨은 3개로 이루어져 반이 구성되어 있는데 레벨테스트를 봅니다만 보통
레벨 1 초저(6학년 1명, 5학년 1명도 있습니다)
레벨 2 초고(3학년도 2명 정도 있더라고요)
레벨 3 초고 및 중학생으로 편성이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 당연히 레벨 1에 들어갔고 1주 차, 2주 차에서 star of the week에 연속으로 뽑혀 아이스크림을 얻어먹더니(15명 중 2명 뽑아 주심) 3주 차에 레벨 2로 등업을 했습니다 :D
작년 세부 한 달 살기 하면서 느꼈던 점인데요. 한 달 동안 어학원 다닌다고 영어가 드라마틱하게 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시드니 한 달 살기 계획할 때도 영어공부는 우선순위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등업 되었다고 하니 무척이나 기쁘긴 합니다^^
영어 공부보다는 세계에는 여러 나라가 있고 민족이 있고 언어가 있다는 다양성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시드니에서외국인에게 인사하고, 사과하고, 이야기하는 등 모습이 너무 기특합니다. 물론 어순 틀리지만요. 쩝.
또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베트남인이 있는 어학원에서 원투쓰리가 아니라 이찌니산시, 이얼싼쓰를 배워오지만(친구들끼리 서로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알려준다고 해요^^ 귀여운 녀석들) 이 역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 모습도 무척이나 귀엽습니다^^
여하튼 레벨업으로 다시 돌아가서 이게 레벨 3이 된 것도 아니고 또 처음부터 레벨 2에 배정되었다면 이렇게 기쁠 일도 아니겠지만 레벨 1 하다가 레벨 2 되는 건 또 다른 의미거든요^^ 특히나 늦게 시작한 영어 때문에 속앓이 한 엄마에게는요^^
아이 주변에 영어유치원 나오고 영어를 잘하는 아이가 정말 많은데요. 초2 시작 할 때쯤 아이가 자기는 왜 영어를 못하느냐고 묻더라고요(에미 맴찢).
"늦게 시작해서 그렇다. 그래도 지금처럼 재미있게 영어배우다 보면 잘하게될 것이다"라고 말해줬더니 자기는 왜 영어를 늦게 시작했냐며 일찍 시작해서 다른 친구들처럼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ㅠ
올해 초3 올라가는 우리 아이는요!
영어유치원 안 나오고 7살 때 여름쯤에 처음으로 엄마가 영어책 읽어줬습니다. 7살 11월에 영어 학원 처음으로 등록해서 다녔는데 ABC도 제대로 모르는데 진도 맞는 반이 없어서 파닉스 이중모음하는 반에 들어가서 매우 힘들게 다녔는데 고맙게도 학원 안 간다는 말은 안 했습니다(뭐 못 알아듣지만 영어로 춤추는 시간을 제일 좋아했어요). '엄마표 영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먹고살기 바빠 회사 다니면서 그런 거 해줄 생각은 못해봤고요. 7살 때 한글공부에 관심이 생기면서 엄마표 영어라는 게 있는 것을 알고 책도 읽고 영상도 보기 시작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진짜 할머니, 이 집 할머니, 저 집 할머니의 돌봄으로 야무지게 밥 먹으며 자란 우리 딸내미씨는 트로트를 즐겨 부르고 일일드라마를 챙겨보는 수준에 까지 이르렀는데 7살에 엄마가 공부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드라마 끊고 영어 영상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처음부터 안 봤고요. 영어책은 엄마가 겨드랑이에 착 끼고 읽어주니 듣는지 마는지 어쨌는 듣고 있기는 했고요. 영어영상은 거부가 심했습니다. 김치 싸대기 날려주는 손에 땀을 쥐는 드라마 보다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귀여운 페파피그를 보려니 재미가 없었나 봅니다. 여하튼 일일드라마에서 5분 안에 싸대기를 때리는 장면이 2회 나오던 그날 TV 전원 코드를 빼고 고장 난 것이 되었습니다. 7살 우리 어린이 그날 밤 너무 슬피 울어 다시 켜줄까 고민도 되었지만 TV는 7세 인생에서 바이바이 했고 지금(현 10세)까지 보지 않습니다. 한글 TV가 없으니 영어영상을 보기 시작했고(한글 유튜브는 원래 잘 안 보여줬습니다. 나름 원칙이었어요) 이후 영어책은 계속 사다 나르다가 아이가 흥미도 없고 엄마 역시 손품을 많이 팔아야 돼서 띄엄띄엄 웬디북, 알라딘, 당근에서 사다 읽히고 도서관에서 빌려 읽히고요. 영어 영상은 키즈유튜브에 담아놓은 영상을 아이가 골라보고 있습니다.
(엄마표로 너무너무 잘하시는 분들 많이 계시지요? 그런 분들은 절대 안 보셔도 되시고요. 7세, 8세에 영어공부 시작한 아이들 부모님이 보시고 도움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여하튼 7살 11월부터 꼬박 2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고군분투 한 영어공부 히스토리는 이러합니다.
1. 영어 영상 하루 1시간(또는 그 이상)
페파피그로 시작한 영어영상은 현재 come play with me 제일 좋아하고 가끔 인형놀이할 때 영어로 말하며 놀고 있습니다. 키즈 유튜브에 제가 담아 놓은 영상만 골라보고 있고 매일 아침 식사 할 때 또는 숙제 다 마치면 볼 수 있게 해 주는데 영상 보려고 숙제를 대충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쩝
여하튼 한글 영상을 단번에 끊은 게 영어영상 볼 수 있던 계기가 된 것 같아요. 한글 영상 끊고 -> 엄마가 영어영상 같이 보며 재미있는 척 웃는 척하고 -> 그다음은 아이가 저절로 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키즈유튜브가 좋은 이유 1. 엄마가 승인한 영상만 볼 수 있다. 2. 넷플릭스는 영어로 언어변경해 둬도 한글만 제공되는 영상이 있어 아이가 자꾸 한글영상으로 빠지는데유튜브는 그럴 일이 없습니다. 3. 아이 영어공부라는 이유로 유튜브 프리미엄 계속 유지해서 엄마 아빠도 유튜브 편하게 봅니다^^
2. 영어책 또는 리딩게이트
매일 한 권 이상 영어책 보기를 하고 있는데 요즘 들어 재미있는 책 수급을 못해줬는지 책은 안 읽고 리딩게이트를 부쩍 하려고 합니다. 리딩게이트에 리딩 점수와 순위가 나오는 기능이 있는데 그걸 유독 신경 씁니다. 그래서 요즘 등수 올리기에 여념이 없는 어린이입니다. 개인적으로 경쟁심 싫어해서 다른 친구들 점수 연연하지 말고 너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말해주는데그런 경쟁심이라기보다는 게임처럼 점수 올리는데 집중하는 것 같아요. 아무튼 리딩게이트 리딩 실력 올리고 영어 단어 외우고, 문장구조 터득하는데 정말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3. 영어학원
영어학원을 3번 옮겼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선생님과의 케미인 것 같아요. 지금 학원 선생님 너무 좋아하고 선생님이 하는 말씀이라면 잠도 줄여가며 공부하는 어린이입니다^^ 수업마다 단어시험 12-15개씩 보는데 무조건 외워가고, 리뷰데이 날은 단어시험 50개를 한꺼번에 보는데 리뷰데이 전날 밤 11시까지 외우고 자더라고요. 왜 이렇게 열심히 하는지 물으니 선생님한테 칭찬받고 싶데요^^;; 선생님이 좋아서요. 학원은 주 3회 정규 수업 2시간 30분, 숙제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총 3시간이 넘는 시간을 학원에서 있다가 오는데 학원에서 더 있고 싶어 해요^^; 숙제반도 안 해도 되는데 꼭 하고 온다고 하고요. 예전학원은 안 다닌다고 해서 엄청 꼬셔서 다녔거든요. 여하튼 2년 넘게 원어민 선생님 계신 영어학원 주 3회 반으로 꼬박 다니고 있습니다.
4. 그 외
그 외 화상영어, 영어도서관, 국제초 영어방학특강, 주말 영어베이킹 수업 등등 여러 영어수업들을 경험해 봤는데 큰 효과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1회성 수업은 정말 효과 없고, 화상영어도 집중력 낮은 초 저에게는 맞지 않는 것 같고, 영어도서관은 디스커션 선생님이 매번 변경되어 선생님과의 케미를 기대하긴 어려웠습니다.
꼬박 2년을 하루도 빠짐없이 영어공부를 하니 그래도 다행히 영어 거부 없고 자신감도 생기고 또 더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도 생긴 것 같아요.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 그거 제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거든요^^
그리고 제가 육아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관계'인데요. 아이 공부도 관계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영어책 읽기 싫어도 엄마가 읽어주니 듣고, 영어영상 보기 싫어도 엄마가 깔깔 웃으니 같이 보게 되고 영어단어 외우기 싫어도 학원 선생님이 좋으니 기쁘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외우게 되고요!
뭐 레벨 2가 별거냐? 아이가 별 잘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영어공부에 대해 이야기하느냐?라고 얘기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이렇게 길게 써나가는 이유는 만약 저처럼 늦게 영어공부 시작 시킨 분들 포기하지 마시고 해보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수상소감처럼 낯 뜨겁지만 아주 길게 적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