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가장 멋진 나의 팬

삼한사온육아맵쎄이

by 맵다 쓰다


발은 제일 아래에서 나를 위해 험한 길, 궂은 길을 앞장서서 대신해준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발의 노고를 약간은 부끄러워하면서 거칠고 못이 생긴 발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나도 홀대하는 그런 발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내맡긴다는 건, 마치 나를 아무렇게 벗어둔 양말처럼 뒤집어 내놓는 것과 같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발이라고 하면 주저 없이 아기의 발이다. 게다가 그 아기가 내 아이라면 작은 발가락 사이에 끼인 먼지마저 그러하다.

마치 잘 삶아진 옥수수 알갱이 같이 투명하고 작았던 처음 엄마가 되었을 때 만났던 그 발을 너무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햇살이 가득히 비추는 마당, 숲 속의 난쟁이 집에 초대되어 온 어른들처럼 작은 의자에 부모들이 앉아있다.

그리고 그 앞에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잔디 위 매트에 내려앉은 아이들...


잔잔한 음악이 깔리고 담임선생님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항상 사랑해주시는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발을 씻어드리고 조물조물 마사지도 해줘 보세요"



고사리 같은 손이란 말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그 작은 손으로 조물조물 마사지 흉내도 내보고 준비해 둔 창포물로 작은 대야에 가득 찬 내 발등위로 끼얹기도 한다.

이 낯선 행동이 재미있는지 킥킥거리기도 해 보고 쑥스러운지 꼭 다문 입으로 웃음을 참아보기도 하는 아이..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부모님의 발을 씻겨주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다 알지는 모르겠지만 나보다 낮은 곳에 앉아 내 발을 씻겨주는 모습에 만감이 교차한다.

그간 얼마나 연습했는지 잘도 따라 하며 선물로 만든 팔찌까지 내민다.


5분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아이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아이를 낳아서부터 지금까지의 시간들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재생된다.


울컥 눈물이 나올 것 같기도 하고 '어느새 이렇게 자라주었구나'하고 그 자리 부모들이 아마도 다 했을 그 생각을 나도 했다.


아이와 눈 맞춤을 하며 전해주고 싶은 말을 해주는 시간이 되었다.

여기저기서 "말 잘 듣고 착하게 커줘 고맙고 사랑하고"하는 말들이 쏟아진다.

"밥 잘 먹고 건강하고 동생이랑 싸우지 말고 " 내 머릿속의 그것과 별 반 다르지 않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입을 떼려다가 잠시 멈추고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엄마 딸이라 너무 고마워, 우리 매일매일이 더 신나게 놀자~"


잘 자라줘서, 건강해서, 말도 잘 듣는 착한 아이라서 보다


그냥 네가 나에게 와준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워!

이 우주에서 단 하나, 나와 엄마로 만나게 해 준 너라는 존재만으로 벅차게 감사해!


처음 건강히 태어났던 순간, 잘 나와줘서 고마워,

첫 이빨이 난 것도 기특해!

작은 쉬통에 처음 스스로 오줌을 눈 것도 대단해!

건강한 변을 매일 잘 본 것도 장해!

숨 쉬는 것, 존재만으로도 아무 조건 없이 모두 "잘했네~잘했어~!" 이였는데,


이제는 조금 더 자신감 있었으면, 밥도 좀 혼자 먹었으면, 동생과도 싸우지 않았으면, 한글도 좀 빨리 깨쳤으면, 승부욕도 좀 있었으면, 끈기 있게 좀 해봤으면, 티브이 좀 그만 봤으면, 초콜릿도 그만 좀 먹었으면.......

.

너를 생각해서라는 그럴싸한 핑계 아래 조건을 붙이고 있었다.

고작 한 두 살 더 자랐다고....

'너 이제 아기가 아니잖아! 혼자 못해?'

'왜 그렇게 하니? 다른 아이들은..."

나도 교과서 같은 부모의 정석이 아니면서 아이에게 정답의 기준을 비추고 있는 이상한 안경을 쓴 나..




하지만 여전히 아이는

"더 예뻤으면 좋겠어"가 아니라 기미가 잔뜩 내려앉은 엄마 얼굴도 "너무 예뻐!"

"더 좋은 곳에 데려가 줘"가 아니라 귀찮아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해준 휴일에도 "엄마랑 있어서 재밌었어!"

"비싼 장난감 사 줘서 좋아"가 아니라 유치한 개구리 점프 장난감도 "같이 해서 신나!" 하면서 함박웃음 지어주고

별 것 없는 요리에도 "역시 엄마 요리가 최고야!"라고 엄지 척!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도 해주면 신이 나서 펄쩍펄쩍 뛴다.


그저 나를 존재 그대로 봐준다.

어떤 조건도 없는 순수한 사랑을 내게 준다.




아이들이 나에게만 딱 붙어 숨도 못 쉬게 할 무렵 시어머님께서


"너는 좋겠다 이 집에서 제일 인기 많아서~"라고 농담을 하셨었다.



맞다!
누가 이토록 열렬히 좋아해 주겠는가...나를..

우주 최고의 유일무이한 팬!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는 부모이자

조건 없는 사랑을 돌려드려야 하는 자식이다..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