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다름없는 그런 해가 뜨는 아침이다.
하지만 조금은 다른 아침..
동쪽으로 난 창으로 햇빛이 쏟아진다. 뒤엉킨 채 자고 있는 아이들을 햇빛이 슬며시 어루만지면 부스스 눈을 뜨며 일어난다.
채 떠지지 않은 눈으로 나의 품으로 들어와 언제나처럼 같은 말을 묻는다.
"엄마, 오늘 할머니 오는 날이야?"
아직 요일 개념이 없는 네 살 배기가 요일을 알고 싶을 때 물어보는 자기만의 언어다.
"아니, 어린이집은 가는 날인데 할머니는 안 오실 거야."
엄마가 회사에 휴가를 내서 출근하지 않는 평일이라는 걸 어제저녁에도 설명해줬는데 다시금 확인하고 싶었던 건지 조용히 대답을 듣고는 내 목을 꽉 끌어안아준다.
워킹맘이란 이름표를 달기 전과 똑같은 아침이다.
아이들이 자기 취향껏 옷을 고르는 걸 여유롭게 바라보고 어느 만화 속에 나오는 캐릭터를 대며 오늘 하고 싶은 머리스타일을 주문한다.
할머니도 똑같이 해주는 아침의 일상처럼 간단히 아침을 먹이고 가방을 챙겨 등원 채비를 하는... 별 다를 것 없는 시간이다.
단지 엄마와 같이 나갈 거라는 기대, 한 가지만 빼고는...
그 기대 하나만으로 아이들은 더 신나 보인다.
원하는 신데렐라 머리를 해주고 집을 나서니 두 아이 다 폴짝거리면서 내 양 손에 매달린다.
우리 집에서 차를 타는 곳까지 100m 남짓의 길이 설렘으로 넘친다.
어린이집, 유치원에 가있는 시간 말고 아침과 늦은 오후 시간 각 두세 시간 남짓을 할머니와 보내는 건데, 나는 눈을 떠서부터 잠이 들 때까지도, 아니 잠결에도 어둠을 더듬으며 배 위에 이불을 다시 덮어주는 정도로 항상 같이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고작 3시간 정도가 주는 큰 아쉬움이 있나 보다...
차량이 오는 곳에 가서는 내가 잘 모르는 이웃 할머님께서
"오늘은 할머니 안 오셨네"
하고 이야기를 건넨다
그리고 몇 번 본 적 있는 같은 반 아이 엄마도 싱긋 웃으면서
" 오늘 엄마랑 나와서 신났구나"하고 이야기한다
아무것도 아니게 평범한 일상인데 아이들에게 일하는 엄마가 다른 엄마처럼 똑같이 해주는 날은 그렇게 특별한 하루가 된다.
나는 이제 생소해져 버린 내 아이의 등원 길이다.
차량이 떠날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고 하트를 머리 위로 그려주고 돌아서니 마음 한편이 허전해진다.
내가 재취업을 해서 일한 지 벌써 1년 하고도 3개월..
준비하는 것에 협조가 안돼서 아이들과 실랑이하면서 혼내고 울려서 보내는 전쟁 같은 아침도 있었지만
작은 아이가 더 어릴 때는 둘째는 업고 큰 아이를 자전거에 태워 20분씩 일찍 나와 아침마다 동네를 산책했다
야옹이를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
자동차 아래 고양이를 부르면서 다니기도 했고,
동네 횟집에 오늘은 무슨 물고기가 들어왔나
뻐끔뻐끔 흉내 내기도 하고,
추운 날에 나의 큰 겉옷으로 폭~안아주기도 하면서 기다렸던 그 길인데
그렇게 아이들을 보냈던 따뜻한 추억이 내게는 있는데
우리 아이들에겐 이제 할머니 손을 잡고 나가서 엄마 손 잡고 나온 친구가 부러운 뭔가 허전한 등원 길이 되었나 보다...
나의 어린 시절 했던 운동회날이 떠올랐다.
아침까지 인사하며 봤던 내 엄마인데 운동회 하는 내내 머릿속엔 '우리 엄마는 어디 있나?'하고 나를 잘 찾아서 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 수많은 사람 중에 단 한 사람, 우리 엄마만 눈으로 찾고 있던 그때의 나처럼
나의 아이들에게는 엄마와 손을 잡고 있는 다른 아이의 손만 보였나 보다.
너무 이해가지만 조금은 모른 척해야 내 마음이 편해지는 입장의 나라서 이 특별한 아침의 의미가 미안한 감정이 들게 한다.
하지만 미안한 엄마보다는 조금 더 많이 사랑해주는 엄마가 더 현명하다는 걸 알기에
오늘도 나는 내가 줄 수 있는 작은 무엇을 주는 것에만 마음 쓰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