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내게 이런 걸 잘 물어봤다.
뭘 배우고 왔더라..... 분명 몇 시간을 책상에 앉아있었는데 그렇게 물으면 정신이 아득해졌다. 마치 대답을 못하면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오늘 뭘 배우고 왔는지, 학교 가서 선생님말씀 잘 듣고 오라는 우리 시절 레퍼토리는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엄마가 된 나는 생각했다.
" 오늘 뭐 하고 놀았어?"
" 오늘 뭐 먹었어?"
"좋은 하루 보내고 와!"
" 신나게 놀고 와~!"
거기서 거기인 것 같지만 나름 고심한 단어선정으로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척했다.
첫째 아이가 입학할 때는 직장을 다녀서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았다.
아이의 1학년 생활이 궁금하고 걱정되는 건 그때도 같았지만 아이의 일상을 전화기 너머 압축된 이야기로, 저녁즈음이 되어 조금은 휘발된 긴장과 설렘으로 전해 들었다.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 중에 내 아이와 마치 오랫동안 떨어져 있다 만난 듯이 서로를 반겼다.
나도 별수 없이 나의 엄마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밥은 당연히 먹었을 거고 또 다른 뭘 했을까?
밥을 어떻게 먹을 예행연습을 하면서 저 종이 안에 가상의 급식을 그려넣었을 모습이 그려진다.
밥을 담는 위치, 어떻게 줄을 서서 들어가는지 먹고 나서 처리를 어떻게 하는지 하나하나 진지한 눈동자로 선생님을 바라보는 장면을 생각하니 아이가 앞으로 배워야할 것들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줄 서는 것, 학교시설과 초등학교 생활 전반에 대해 배우는 3월인걸 알지만 급식 먹는 법도 미리 배운다고 상상이나 했을까.
나는 어른이 되어 당연히 하는 일들을 아이는 수없이 배우고 시행착오를 거쳐서 성장하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배운다.
당연히 하는 것도 처음부터 당연히는 아니었을 거다.
옷에 단추를 당연히 채우지 못했을 것이고
신발끈을 묶지 못했을 것이고
어떤 규칙을 익히고 지키는 것도 처음부터 하지 못했을 것이다.
티셔츠 앞에 소스도 묻혀오고 밥풀도 붙여오고 헝클어진 머리로 집에 오기도 한다.
어떤 날은 사물함에 넣고 오라는 준비물을 그대로 가방에 넣어온다.
연필은 아직 닳지 않은 게 4개나 있는데 왜 오늘 쓴 1개를 또 깎아야 하는지 진심으로 궁금해한다.
어른들이 당연히 하는 것, 당연히 아는 것을 배우러 아이는 학교에 간다.
지식획득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제 몫을 하는 어른으로 성장하려고 작은 일들을 반복하고 몸에 익히려고 학교에 간다.
그러니 아무것도 공부안하고 시간맞춰 가방챙겨 다녀 온걸로도 넌 참 잘했단다!
그 안에서 수많은 걸 배울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