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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맵다 쓰다 Feb 16. 2024

no1. 사랑합니다 고객님~

인생은 타이밍이다. 같은 말도 나의 상황에 따라 달리 들린다.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서 '코치'를 하면 잘할 것 같다고 들었다.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흘려 들었다. 때마침 자격증을 따볼까 고민하던 시점에 다시 그 말을 듣게 되었다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이 되는 걸까. 필연은 자기가 부여하는 의미일까. 고민하기도 전에 이미 내 마음의 절반은 넘어갔다. 게다가 평소에 존경하는 분이 처음으로 코치 양성과정 연구소를 만들었다는 희소식이었다. 그게 무엇이든 배울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겉으로 보면 냉철하게 비교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생각보다 큰 결정은 운명에 맡기는 성격이라 내가 편할 대로 믿어버리곤 한다. 고민은 길지만 생각보다 결정에는 큰 이유가 없다.



KAC코치 (korea Associate Coach) 국내 코칭 자격 중에 기초가 되는 단계이다.

교육과정 20시간 이수, 실습, 실기 시간 50시간을 채우고  필기시험과 전화로 실제 실기시험까지 치르면 된다. 교육과 실습까지 3개월이면 가능할 것도 같다.


'좋았어. 경력에 한 줄 추가해 보는 거야.'

'사람 이야기를 듣고 기획해 주는 원래 일과 비슷하잖아~


뭔가 목표과 결과물이 있는 일은 성취욕구를 불러온다. 앞으로 자격 없는 삶을 추구하겠다던  자격증무용론은 간데없이 어느새 최단시간 취득을 계산하고 있었다.


2022년 팬데믹이 막바지에 들던 겨울이었다. 수업은 zoom을 이용한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작게 분할된 모니터 속으로 익숙한 박사님이 보였다. 숱하게 온라인 교육을 들었지만 새로운 집단속으로 들어가는 건 언제나 긴장을 부른다. 미리 배송받은 책과 노트를 준비해 두고 8시간 이어지는 교육이라 아이들도 친정에 맡겨뒀다. 만반의 준비를 한 것이다. 그렇게 각오를 단단히 하고 맞이한 교육과정은 시작부터 당황 자체였다.


네? 무엇을 하라고요?


"이론 말고 체험을 해보세요"라는 말을 던지면서 박사님은 아우라를 뿜어냈다. 익숙한 방식으로 열심히 필기를 할 참이었는데 체험이 훅 들어왔다. 실습도 아니고 체험이요? 원적외선 체험, 임종 체험은 들어봤지만 이런 체험은 처음이다. 

존. 재. 체. 험...


존재(存在) 현실에 실제로 있거나  그런 대상을 말한다. 지금 내가 여기 있는 데 있는 걸 체험하라고요?

자격증을 마음에 품고 들어온 검은 속내 때문이었을까. 어딘가 피곤해지는 기분이었다. 일반적으로 이론하고 실습하면 되는 게 아니었어? 이제까지 경험과 다르면 어색하게 조금은 불편하기도 하다.

우리의 존재를 경험해 보자는 말은 예전에 114 안내원이 전하던  " 사랑합니다. 고객님~" 이란 인사말을 처음 들었을 때처럼 손발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게 만들었다


우리는 고귀한 존재, 인정받을 가치가 있으며 그걸 머리 말고 직접 체험하자는 좋고 좋은 말은 어쩐지 나를 더 얼어붙게 만들었다.  하나같이 너무 좋다는 반응에 뇌회로가 멈춘 듯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존재코치란 것이 무엇인지 간략히 설명되었고 2명씩 짝이 지어졌다. 주어진 주제로 처음 대면하는 사람과 소회의실에서 (zoom 프로그램에서 소회실이란  조별 대화 기능이 있다) 난생처음 해보는 대답과 질문을 하게 된 것이다.


다양한 주제로 주어진 시간에 맞춰서 내가 질문하는 코치가 되기도 하고 고객이 되어 상대 코치에게 고객이 되기도 했다. 오전에 시작한 강의는 짧은 겨울 낮을 지나 창밖에 어두워졌다. 8시간을 지난 첫날의 교육은 몇 페이지 수업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색색의 펜을 준비해 둔 노트가 무색하게 몇 줄 적혀있지 않았다.


이건 도대체 뭐지? 이 체험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난감했다. 정확하게는 내가 느낀 것이 뭐지 모르겠어서 답답했다. 과연 이 과정은 어떻게 흘러갈까? 의문을 해소할 시간도 없이 격무를 마치고 파김치가 된 직장인처럼 잠이 들어버린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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