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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맵다 쓰다 Mar 30. 2024

no.5 경청이 제일 쉬웠어요.

<고민해결사 펭귄선생님>이라는 동화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어느 마을에 고민을 해결해 주는 펭귄선생님이 있다. 지금으로 치면 정신과 의사정도 되려나? 아침 출근해서 퇴근까지 다양한 동물들이 찾아온다. 겨울잠이 쏟아져서 고민인 개구리, 이빨이 많아서 고민인 악어, 기분 따라 얼굴이 바뀌어서 사회생활이 어려운 카멜레온.. 바꿀 수 없으며 자신만이 가진 고유한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동물들이 어쩐지 어른의 모습 같다. 어찌나 용한지 하나같이 가벼운 얼굴로 모두 고민을 해결하고 돌아간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이 장면이다. 저녁 6시가 되자 펭귄선생님이  퇴근을 준비한다. 보이지 않던  양쪽 귀에서 귀마개를 뽁! 하고 빼낸다. 이 대목에서 아이들은


"뭐야! 하나도 안 들은 거야?" 하면서 황당하면서 어이없어했다.


진심으로 들어줄 상대가 있다면 고민은 해결된다고 우리도 털어놓으면 답답한 마음이 풀리지 않냐고 했던 날이 생각난다.



진심하나는 자신 있었다. 별 가진 건 없어도 그거는 재벌 부럽지 않게 가지고 있으며 다이소에서 쇼핑하듯 남발할 수 있다고 말이다. 누군가의 고민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게 그리 어려울 일은 아닌 줄 알았다. 코칭을 하기 전까지는...


상대의 이야기에 온전히 몰입을 하면서도 어떤 질문을 적절하게 던져 답을 찾아나가는 건  쉽지 않다. 진심과 경청은 동의어쯤 된다고 생각한 건 완벽한 착각이다.

코치는 적당한 거리에서 상대방이 문제로 다가갈 수 있게 이끌면서 함께 문제로 뛰어들어가야 한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위치하는데  너무 몰입하면  진심이 과하게 발동이 된다.  그럼 이런 말이 나온다.


 "제 생각에는요"

"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도움이 되어주고 싶고, 해결해주고자 하는 본능....그 기저에는 내 조언이 해결해 줄 수 있을거란 생각이 깔려있었다.  수 십 년간 지인에게 진심 어린 조언이라는 포장으로 해오던 말들은 무엇이었을까?


경청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듣는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열리는 입을 잘 단속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문제를 또 다른 사람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은 제초기로 슬쩍 뽑아낸 잡초처럼 끈질기게 자라난다. 어쭙잖은 내 자아가 하는 말은 과감하게 음소거를 눌러 버려야한다. 고민해결사로 소문난 펭귄선생님처럼 보이지 않는 귀마개를 꽂고 오로지 고민을 가진 사람이 해결해 나가게 해야한다. 누구나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전제를 가슴팍에 새겨넣는다.


"코치님한테 이야기하니 모든 문제가 풀렸어요!"같은 추켜세움을 듣는 것도

'내가 꽤나 능력이 있구나' 좋으면서 아닌 척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기는 것도 오만이었다. 이 코칭은 할수록 나라는 사람을 면면히 쪼개어 보게 한다. 자기 성찰방법 중 이 정도로 효과적인 것이 있나 싶다.


코치(coach)는  4마리 말이 끄는 마차를 가르키는 말에서 왔다.(Dilts,2009) 사람이 그가 있던 장소에서 그가 원하는 곳으로 이동시키는 의미이다. 내가 아닌 그가 원하는 곳이다.


코칭 전 '나'라는 자아에 불을 끄는 것이 경청하기 위한 첫번째 준비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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