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된다면

by 맵다 쓰다

일기장 검사가 어린이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했다. 요즘 초등학생 일기를 검사하지 않는 이유를 듣고 달라진 세상을 실감했다. 엄마가 되고 맞춤법검사라는 명분아래 아이의 일기장을 당당히 펼쳐본다. 고쳐도 고쳐도 틀리는 맞춤법에 한숨도 나오지만 아이는 어떤 세상을 살고 있는지 엿볼 수 있게 된다. 유난히 솔직한 마음을 글로 잘 표현하는 아이 덕분에 일기장을 보는 맛이 난다. 아니 기다리고 있다고 표현해도 좋다. 다음 화를 기다리는 열혈 애독자의 마음으로 아이의 세계를 엿본다.


내가 몰랐던 아홉 살, 열 살 아이의 생각을 엿본다. 한 살 두 살 먹으면 더 이상 보여줄 것 같지 않은 아이의 세계가 아쉬워서 글로 남겨보기로 했다. 먼저 원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평소에 일기를 쓰면 읽어주던 걸 즐기던 아이는 재밌다는 말에 흔쾌히 허락을 했다. 일기장 귀퉁이에 그려진 그림은 디지털 그림으로 다시 그려주기로 했다. 혹시 책으로 나와서 너무 유명해지면 어떻게 하냐는 걱정에 같이 웃었다.


같이 보낸 시간에도 아이와 어른이 보는 하루가 다르게 그려진다. 일기장을 열면서 아이의 마음도, 어른의 마음도 함께 열어본다. 이제는 애써도 가질 수 없는 동심을 만난다. 집도, 차도 뭐든 살 수 없는 게 없는 어른도 가질 수 없는 건 '어린아이의 마음'이다.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었지만 언제인지 모르게 사라졌거나 숨어버린 마음을 일기를 통해 소환해 본다.


어른이 된다면 하고 물음표를 그려보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좋겠다. 운동화끈을 묶는 것도 계란후라이를 뒤집는 것도 모두가 처음이다. 미숙한 일, 실수하는 일이 많지만 놀 때도 진심, 까불때도 진심이다. 어떤 어른보다 솔직하게 세상을 만나던 그때를 다시 만나보면 어린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과 맞닿는 지점을 신나게 넓혀가던 시간을 온몸으로 반응하던 시절이 우리 모두에게 있었음을 느끼게 된다. 실은 우리가 어린이의 마음을 품은 어른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어린이의 마음으로 나를 아껴주는 어른이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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