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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맵다 쓰다 Feb 20. 2020

브런치에 박카스라도 돌릴까?


며칠 전에 쓴 내 글 하나가 조회수 15만을 향해 무섭게 달려가고 있다.


오로지 글을 위한, 글에  집중하는 플랫폼이라고 찾아왔지만 실제로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을 쓴다는 게, 힘이 빠지는 일이었다.


어릴 때부터 작가가  꿈이거나 나 글 좀 쓰지 하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우연히 글을 쓰는 게 재미있다고 느껴졌고 브런치란 곳이 귀에 들어왔다.

그런 나였기에 이곳에  작가 신청을 해보는 게 사실 엄청나게 큰 용기였다.

첫 시도에서 탈락의 메일을 받고 나는 실망감보다 '역시...'였다.


그나마 던 용기가 흔적 없이 증발해버려 한참을 기다렸다 부끄러움이 망각될 쯤에야 한번 더 문을 두드렸다.


'저.... 거기서 글을 써봐도 될까요?'


이유야 모르겠지만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빗장을 열어 준 것만으로 기뻤던 게 잠시... 몇 편의 글을 썼지만 좀처럼 읽히지 않는  글을 보하루 종일 손님을 기다리는 허탕 친 장사꾼이 된 것 같았다.




조회수 어떤 판단의 잣대는 아니고 조회가 낮아도 나에게 의미 있는 글을 쓰라는 브런치의 의도는 잘 알겠다.

하지만 글을 쓰겠다고 찾아와 놓고 막상 누군가 내 글을 봐준다는 사실에  브런치 인사이트를 들여다보며 입꼬리가 올라가는 건..

부끄럽지만 사실이다.


아이도 부모가 쳐다봐줘야 유치원에서 배워온 노래를 들려줄 맛이 나듯이, 나도 그랬다.

그저 안의 있던  작은 생각이  타인의 생각과 공감으로 연결된다는 경험이 짜릿했다.

그것도 글로..


그러려면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봐주고 그 생각들의 접점을 만들어내는 먼저이다.

솔직히 내 글이 좋아서는 봐주는 독자는 아직 극히 일부이긴 하다.

하지만 누구든 봐주는 글이라는 건,  글 쓰는 사람의 사기를 이렇게나 올릴 수가 없다.


살아오면서 내가 대화를 나눠본 사람이 10만 명이 될까? 싶은 정도로 내 글을 읽어주는 일이

나의 글쓰기 인생의 경사처럼 느껴졌다.


회사에서 우수직원에 선정되거나 경조사를 마치고 오면  감사한 마음을 담아 약속이나 한 듯 떡을 돌린다.

마치 나에게 온 경사 같은 기분에  브런치에 뭔가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브런치에 박카스라도 돌릴까?'


박카스 박스를 왼쪽 옆구리에 끼고 브런치 직원들 책상 위에 올려놓는 모습을 상상하다

'피식'웃었다.





1년간 여러모로 신경 써주신 아이의 담임선생님께 캔커피라도  한 개 사드릴 수 없어  편지에 마음만 담아 보내듯이..

나는 브런치한테 박카스 대신 계속 글을 보내야겠다.


감사했고, 감사하는 중이고, 앞으로도 또 감사할게요






하루아침에 수많은 사람이 글을 봐줬다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남편이 내게 "조회수가 높으면 뭐가 좋아? 물었을 때 한 대답처럼


"그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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