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곳, 다 똑같다!
내가 생각하는 원만한 호주 회사생활의 필수요소는 무엇일까?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위의 헤드라인 문구를 보고 눈치를 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필수 요소는 회사 내에 나와 친한 사람 한 두 명을 갖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대게 일상의 많은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고 사회생활은 쉽지가 않다. 그럴수록 회사에서 나에게 우호적인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특히 호주라는 외국에서 회사생활을 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호주는 한국과 조금 달라서 나이의 개념이 그렇게 크지 않다. 10살 어린 동료가 회사에서 제일 친한 친구가 될 수 있고 10살 많은 다른 동료도 거리낌 없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매니저가 팀원보다 나이가 어릴 수 있고 팀원이 매니저보다 나이가 많아도 그걸 이상해하거나 꺼려하지 않는 문화가 인상적이다. 나도 처음에는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나 자신도 사람들의 나이를 묻거나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이와 상관없이 회사에서 여러 다양한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그래서 호주는 친구가 될 수 있는 직장 동료들의 폭이 상대적으로 넓고 자유롭다. 아래 사진에 있는 직장 동료들도 평균적으로 나보다 나이가 5살 이상 어렸지만 내가 웃고 떠들고 정말 즐거운 회사생활을 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 친구들이다.
내가 한국에 있을 때는 내가 영어를 잘하는 줄 알았다. 나의 영어는 그냥 나의 의사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영어권 국가인 호주 현지에서 영어를 할 때는 그냥 의사전달만 잘해서는 안된다. 그건 호주에 있는 누구나 다 잘하는 것이었고 글의 뉘앙스 및 세세한 톤까지도 신경을 써서 말해야 한다. 위의 사진에 있는 친구들 중에 수염을 기른 직장동료는 Mark라고 하는데 영국인이어서 그런지 똑같은 영어를 하더라도 상대방의 기분이 나쁘지 않게 정중하고 예의 바른 톤으로 말하고 글을 잘 썼고 나에게 이메일 에티켓에 대해서도 많이 가르쳐줬다. 예를 들어 파트너 업체에서 특정 요일에 미팅을 가질 수 있느냐고 나한테 물어봤을 때 나는 그냥 그날은 시간이 없어서 미팅을 할 수 없다고 짧게 이메일 답변을 했는데, Mark는 그렇게 이메일을 보내면 너무 무례할 수 있으니, 'unfortunately'를 붙여서 안타깝게도 요청 주신 날에 시간이 안된다는 것을 정중한 표현으로 쓰고, 내가 언제 시간이 되는지 상대방이 알 수 있도록 회신 이메일에 나의 가능한 시간도 알려주는 게 좋겠다고 조언을 했다. 사실 이게 별게 아닌데도 이메일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느낌이 확연히 다를 수 있다. 아무래도 Mark랑 친해지고 나니 종종 이렇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피드백과 조언을 해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시점을 계기로 회사에서 내가 말하는 톤과 나의 이메일 에티켓은 많이 향상이 되었고 한층 더 호주 회사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
회사에 친한 직장동료들이 있으면 또 다른 좋은 점은 사내에 소문이나 정보에 대해서 빨리 알 수 있고 일을 잘하고 친한 동료들이 많을수록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승진을 더 빨리할 확률도 높다. 아무래도 사내에 친한 동료들이 많을수록 평판이 좋을 수밖에 없고 평판이 좋고 일도 잘한다면 다른 똑같은 실력의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승진자 명단에서 거론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민자로 회사생활 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리고 혼자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많이 든다. 그러다 보면 괜히 소극적이 되고 자신감 없는 모습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고 그게 지속된다면 좋은 평가를 받기도 힘들게 된다. 호주 회사에서는 사교적이고 동료들과 잘 어울리는 능동적인 모습들도 중요한 평가기준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 한 명이라도 나에게 우호적이고 회사 업무 이외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회사 생활은 정말 다르게 느껴질 수 있고 우리 인생의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 생활을 더 즐겁게 할 수 있다.
억지로 회사에서 친구를 만들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일만 생각하지 말고 호주라는 사회에 편입돼서 적응하고 그들과 어울리며 생활하기 위해서 열린 마음을 가지고 일 이외의 중요한 부분들도 잊지 말고 회사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회사생활은 우리 삶의 커다란 한 부분이고 그 회사생활이 원만하지 않다면 우리의 생활도 행복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음 이야기..."호주 회사 업무 스타일과 달콤한 장기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