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호주에 사는 이유 중 하나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호주에 와서 정말 놀랐던 부분이 회사에서 일 년 동안 쓸 수 있는 휴가의 양이였다. 일반적으로 호주에서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들은 나라에서 지정한 공휴일 말고도 매년 한 달 정도 (주말 포함) 쉴 수 있는 연차휴가가 생긴다. 회사에서 배려한다기보다는 연방 정부나 주정부에서 법적으로 그렇게 정하고 있는 사항이다. 그리고 휴가를 가는 것도 내가 예전에 일했던 한국에서의 사정과는 다르게 눈치 보지 않고 가고 싶을 때 휴가를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예로 나는 10년 이상 호주에서 회사 생활을 했지만 단 한 번도 내가 신청한 휴가가 승인이 안 나서 휴가를 못 간 적이 없었다. 그만큼 휴가는 직원들의 법적인 권리이고 그걸 제한할 때는 그만큼의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물론 자기가 맡고 있는 일의 중요한 업무 일정과 겹치지 않게 휴가를 신청하는 매너는 있어야 하지만 한 달 정도 휴가를 가는 것에 대해 별다른 제약이 있지 않다. 그리고 많은 호주의 직장인들이 한 달 정도 긴 휴가를 내는 일은 허다하다.
한국에서는 매년 단 5일만 주어지는 휴가에 목을 매며 살다가 호주로 와서 한 달 정도를 휴가를 내고 쉬다 보면 정말 이게 제대로 사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심지어 내가 어떻게 매년 단 5일의 휴가로 버티고 살았을까 대단하게 느껴졌다. 가끔 한 달 정도 휴가를 갔다 오면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생긴다. 한 번은 휴가를 마치고 다시 회사로 돌아갔는데, 갑자기 사무실 층수가 기억이 안나는 것 아닌가. 기억을 해보려고 갖은 노력을 해봤지만 결국 기억이 안 나서 우습게도 친한 회사 동료들한테 연락해서 물어봤다. 정말 경험하지 않고는 믿기 힘들 수 있겠지만, 한 달 동안 푹 쉬고 회사생각 일절 안 하다 보면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휴가는 길게 가지만 호주 직장인들은 정말 일을 할 때는 열심히 한다. 내가 한국에서 회사를 다녔을 당시만 해도 회사 동료들과 업무시간에 커피 마시러 가고 점심시간만 되면 우르르 몰려가서 식당에 가서 밥 먹고 간식 먹고 낮에 일하는 시간 이외에 동료들과 잡담하고 쉬는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호주의 회사에 가보면 많은 직장인들이 도시락을 싸 오고 흔하게 자기 자리에서 일하면서 도시락을 먹는 경우를 서슴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호주에서 직장인들이 오후 5시가 되면 주로 칼같이 퇴근하기 때문에 낮에는 잘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한다. 나에게도 이런 업무스타일이 더 잘 맞았다. 계속 늦게까지 회사에 남아서 야근을 하는 것보다 매일 처리할 업무를 최대한 빨리하면 업무 효율성도 높아지고 일찍 정시에 퇴근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호주 회사 분위기는 한국과 비교하면 대체적으로 덜 경직되어 있다. 매니저랑도 편하게 농담도 하고 한결 가벼운 분위기가 보편적이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자유롭게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이 한결 편하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때문에 가끔은 상사가 가볍게 하는 얘기도 심각하게 들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진짜 가볍기 들어도 되는 건지 초창기에 호주에서 일을 했을 때는 이 부분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상사나 매니저의 스타일을 잘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심각한 분위기를 갖지 않으려는 게 일반적인 분위기라 때로는 의중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모든 회사가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여태껏 내가 호주에서 다녔던 회사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가족적인 분위기였다. 누군가 생일이면 회사경비로 케이크를 사고 다 같이 모여서 생일 축하를 하며 노래를 불러준다 (이 글 맨 위에 있는 사진이 내 생일날 회사 동료들이 생일 축하를 해주는 장면이다). 다들 열심히 일하고 바쁘지만 가끔 이렇게 회사 내에서 나이나 성별, 또는 인종에 상관없이 다 같이 더불어서 축하해 주고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서로 안부를 묻는 회사 문화를 경험하며 참 여기 일할만 하네 하는 생각이 자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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