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 드리는 작은 보고

겨울바다에 남긴 숨, 아버지께 드리는 작은 보고

by 최순옥


아버지의 의자 1편 마감 인사

"아버지의 의자 1편" "30편"을 마무리하며 독자님들께 전해야 했던 인사를 늦게나마 올립니다.

제 글을 매번 품어주시고, 저보다 먼저 마음을 내어주셨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아버지를 기록하던 시간은 제게도 위로이자 배움이었고, 여러분의 마음은 글을 계속 쓰게 만드는 힘이 되었습니다.


그 감사한 마음을 따뜻하게 가슴에 간직하며, 오늘 저는 차분한 숨을 고르고 "아버지의 의자 2편(시즌2) 1화"

첫 장을 엽니다.


아버지를 떠올리는 작은 순간들, 남겨진 자리를 살아가는 일상과 떨리는 감정들을 다시 천천히 적어 내려가 보려 합니다.



프롤로그ㅡ강릉 바다여행 보고

지난해 12월, 아버지의 회복과 작은 기쁨을 기록했었다. 그때 아버지는 콧줄과 소변줄이 잠시 제거되어 조금씩 자유를 되찾고 계셨다. 이제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콧줄과 소변줄을 하고 계시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따뜻하다.

“순옥아, 다녀와라. 숨 좀 쉬어라.”

아버지 덕분에 나는 마음 편히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비다


12월 7일부터 10일까지, 나는 겨울바다 강릉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여행은 아버지가 허락해 주신 쉼이었고, 늘 곁을 지켜준 친구들과 함께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바람에 스치는 머리카락과 파도 소리, 친구들의 웃음소리 모든 것이 마음속에 잔잔히 남았다.



여행 보고 — 바다, 친구, 그리고 작은 행복

강릉에 도착하자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향과 경과 함께 걷는 겨울바다는 차가웠지만, 서로 웃고 이야기 나누는 온기로 마음은 더 따뜻했다.


첫날 저녁, 경이 준비한 쭈꾸미볶음의 매콤함 속에서 정성과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고, 둘째 날 아침 향이 끓인 배추된장국 한 숟가락에는 ‘괜찮아, 네가 살아 있음’이라고 말해주는 듯한 위로가 담겨 있었다.


둘째 날 저녁, 해물·문어 샤브샤브 앞에서 하루 종일 걸은 다리를 녹이며 함께 웃었다. 정동진의 파도는 말없이도 “괜찮다, 여기 있으면 된다”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바람이 스치는 얼굴, 친구들의 손길, 해가 지는 바다 풍경과 발자국이 남은 모래사장 — 그 모든 순간이 조용히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

평화로운 바다 아버지와 거닐 수 있다면 얼미나 좋을까?


아버지께 보고 — 친구와 바다의 기억

여행 사진을 보여드리자 아버지는 친구들의 얼굴과 바다 풍경을 흐뭇하게 바라보셨다.

향과 경을 보시며 “순옥아, 친구들도 좋고 밥도 잘 챙겼구나”라고 말씀하셨다.


그 미소 속에서 여행의 기쁨과 안도감이 동시에 스며났다. 작은 음식 하나, 한 장의 사진에도 아버지는 기뻐하시고 내 마음은 더 따뜻해졌다.


“여행 속 작은 순간이 이렇게 큰 힘이 될 줄은 몰랐구나.”

아버지의 그 말에 내 마음도 조용히 환해졌다.



친구 향이의 아버지가 머물렀던 바다 앞에서

친구 향이는 작년 늦은 여름, 8월 말의 뜨거운 숨결 속에서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강릉에서 군 복무를 하셨던 아버님은 바위에 이름을 새기고 젊은 날을 견디셨다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그 바다 앞에서 소주 한 잔을 올리고 싶었다.

향이친구와 향이의 아버지♡바다 사진 한 장. 그리움과 사랑이 잔잔하게 포개진 순간이다

향이는 누구보다 깊은 마음으로 아버지를 챙기던 효녀였다.

주문진항에 도착했을 때, 향이는 아버지와의 오래된 추억을 떠올리며 고향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말끝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던 향이의 어깨를 바라보며, 오랜 시간 품고 있었던 마음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생선을 주문하며 표정을 가다듬던 그 순간이 오래 남았다.



일상 속 회복 — 작은 순간의 힘

돌아온 지금, 아버지는 천천히 걷고, 손끝으로 세상을 느끼며 조금씩 삶과 자유를 회복하고 계신다.

손끝 운동, 식사 한 숟가락, 복도 산책 — 모든 순간이 여전히 작은 기적임을 확인한다.


바다에서 받은 온기를 마음에 담고 나는 그 옆에서 다시 숨을 고른다.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 바다와 음식, 웃음과 손길 — 이 모든 것이 지금의 회복과 맞닿아 있음을 느낀다.


아버지의 표정과 손짓, “괜찮다”는 말 한마디 속에서 하루의 기적이 조용히 쌓여간다.

바다 그리고 나의 글


여행과 일상의 연결 — 마음의 지도

강릉 바다, 친구들의 웃음, 아버지의 미소 — 그 모든 온기 속에서 나는 새로운 마음의 지도를 그렸다.

바람은 여전히 차갑지만 마음은 따뜻하다.


여행에서 얻은 온기와 회복의 감각은 앞으로의 일상 속에 조용히 스며들 것이다.

하루의 작은 순간, 한 사람의 미소, 손끝으로 느껴지는 온기 그 사소한 것들이 삶을 지탱하는 마음의 나침반이 된다.



에필로그 — 돌아온 자리, 다시 숨 쉬는 하루

아버지, 친구, 그리고 나 — 우리는 서로의 삶 속에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바다에서 찍은 풍경과 밥을 나누던 순간, 친구들의 얼굴과 아버지의 미소 — 짧은 여행이었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긴 회복의 시간과 연결되었다.


작은 순간, 작은 마음, 작은 손길 — 그 모든 것이 삶을 지탱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임을 다시 느낀다.

오늘도 아버지 옆에서 숨을 고르며 여행에서 받은 온기와 회복을 마음에 담는다.



꿈의 기록 — 선산 아래, 마음이 멈추던 자리

아버지의 장례가 치러진다는 소식이 들려온 밤, 나는 익숙한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선산 아래로 이어지는 그 길 — 늘 이유 없이 발걸음이 멈추고 어디선가 제지당하는 듯한 묘한 기운이 흐르던 자리였다.


꿈속의 길은 더 어둡고 깊었다. 소나무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고 바람은 차갑게 살을 스며들었다. 멀리서 장례의 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아버지께 가야 해…” 속삭이듯 말하며 걸음을 옮기는데, 그 지점에 다다르자 어둠 같은 형체가 앞을 막아섰다. 얼굴도, 목소리도 없는 존재.


“비켜요… 가야 해요. 아버지가 기다리세요…”

간절히 외쳤지만 그 존재는 묵묵히 나를 막고만 있었다.

바다 햇살 그리고 희망을


다리가 풀리며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왜 이렇게 멀기만 할까. 왜 나는 이곳에서 자꾸 멈춰 설까.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오며 목이 메고, 뜨거운 울음이 흘렀다.


“아버지… 제가 못 가요… 왜 이 자리를 넘지 못할까요…”


울음이 잦아들 무렵, 그 어둠은 바람 속으로 흩어졌고 빈소의 불빛도 안개처럼 사라졌다.


눈을 뜬 후에도 가슴 한구석이 꽉 눌린 듯 아팠다. 하필 그 자리 — 선산 아래, 늘 나를 멈추게 하던 곳에서 또다시 제지당한 꿈이었다.


작가의 말

이번 여행을 기록하고 또 하나의 꿈을 덧붙이며 나는 단순한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삶의 작은 순간 하나가 때로는 가장 큰 위로가 되고, 사람과 순간이 모여 회복의 힘이 된다는 것.


기록한다는 것은 내 마음과 대화하는 일이며, 다시 살아가는 나 자신을 조용히 다독이는 시간이라는 것.

작은 순간을 마음 다해 느끼고 쓰면 그 힘은 다시 일상 속으로 스며들어 나와 아버지,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울림이 된다.


다음 예고편

지난겨울, 강릉 바다에서 마음을 채워 돌아왔다. 바람과 파도, 친구들의 손길, 아버지의 미소 — 그 온기가 아직 마음속에 은은하게 남아 있다.


다음 편에서는 아버지의 일상 회복 속 작은 변화들, 손끝의 움직임, 식사 한 숟가락 속에 담긴 기적, 그리고 바다에서 얻은 온기가 우리의 삶 속에 어떻게 스며드는지 조용히 기록해보려 한다.


짧은 순간도, 작은 마음도 이어지면 큰 힘이 된다.

그 힘이 오늘의 우리를 살게 하고 내일을 조금 더 밝게 만든다.

목,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