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이동, 그리고 아버지

마지막 근무일, 축제처럼 남은 배웅

by 최순옥


프롤로그



마지막 근무일은 조용히 지나갈 줄 알았다.

인사만 하고 책상을 비우고 나오면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떠나는 날은 늘 사람을 데려왔다. 생각보다 많은 얼굴과, 말보다 먼저 전해지는 마음들이 그날을 채웠다.

그간 함께 웃고 울었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사소한 인사와 손짓 하나에도 서로의 마음이 담겨 있음을 새삼 느꼈다. 떠나는 날, 일상의 작은 온기들이 모여 큰 의미가 되는 순간임을 알았다. 오늘 하루는 조용히 보내는 날이 아니라, 마음이 가득 차오르는 날이 될 것 같았다.


본문

내가 건넨 인사, 그리고 예상 밖의 배웅

“안녕하세요, 최순옥입니다.”

입을 여는 순간 3년이라는 시간이 한꺼번에 올라왔다. 웃고 배우고 서로 의지할 수 있었던 건 곁에 계셨던 여러분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령을 비워내는 이별이 아니라, 이곳에 나눈 마음과 온기를 남기는 일로 기억하고 싶다고 했다.


자리를 함께하지 못한 분들도 메시지와 직접 찾아와 주신 인사로 마음을 전해주셨다.

손을 맞잡아주시거나 허그를 해주시기도 했다. 나는 그 마음을 받으며 울컥 눈물이 쏟아지기도 했다.

작은 쇼핑백 속에 담긴 메모와 브로치는 오늘 입은 네이비 정장에도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자리를 함께하지 못한 분들도 메시지와 직접 찾아와 주신 인사로 마음을 전해주셨다.

손을 맞잡아주시거나 허그를 해주시기도 했다. 나는 그 마음을 받으며 울컥 눈물이 쏟아지기도 했다.

작은 쇼핑백 속에 담긴 메모와 브로치는 오늘 입은 네이비 정장에도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앙증맞게 빛나는 브로치 하나, 반짝이는 풍뎅이는 마치 마음을 전하는 작은 별처럼 눈앞에서 반짝였다.


손끝에 느껴지는 따뜻한 마음 덕분에, 선물 하나하나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하루의 기억과 감정을 담은 소중한 상징처럼 느껴졌다. 빛나는 브로치 하나, 반짝이는 풍뎅이는 마치 마음을 전하는 작은 별처럼 눈앞에서 반짝였다.

손끝에 느껴지는 따뜻한 마음 덕분에, 선물 하나하나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하루의 기억과 감정을 담은 소중한 상징처럼 느껴졌다.


부장님들을 포함해 마흔 여명 많은 분들께서 자리를 채워주셨다.

허그와 토닥임, 눈물과 농담이 자연스럽게 오갔다. 울다가 웃고, 웃다가 다시 안았다.

“팀장님, 인기 실감 나요.”

그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조금 더 편하게 웃었다.


송별회에서 전해진 선물, 근무시간의 인사들

12월 30일, 송별회 자리에서는 꽃다발과 화초, 몇 개의 선물이 조심스럽게 건네졌다. 함께 웃고 인사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전해지는 시간이었다.

그보다 먼저, 근무시간 중에 전해진 인사와 작은 선물들이 있었다. 복도에서, 사무실 문 앞에서, 잠깐의 눈인사와 함께 건네진 것들이다.

“팀장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짧은 말들이 하루를 여러 번 멈춰 세웠다. 일상 속에서 차곡차곡 쌓인 마음들이 그날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마감 후, 트렁크 앞에서

송별회가 모두 마무리된 뒤였다. 직원들이 선물을 내 차에 실어주었다.

“팀장님, 이건 여기 실을게요.”

작은 선물상자와 쇼핑백들이 연이어 트렁크에 들어갔다. 화장품, 정관장, 비타민, 브로치, 텀블러, 핸드크림과 스킨, 에센스, 도넛, 립스틱, 그리고 신간도서들까지.

그제야 나는 트렁크 앞에서 잠시 멈췄다.

와, 진짜 많았다.

송별회에서 받은 줄로만 알았던 마음들이 근무시간 곳곳에서 이미 차곡차곡 쌓여 있었음을 그 순간에야 실감했다. 선물의 무게보다 그 안에 담긴 마음이 더 크게 다가왔다.

“오늘 축제네요.”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이 정확했다.

감사와 행복을 담아주신 귀한 선물들 하나하나에 마음과 기억이 깃들어 오늘 하루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신규 직원의 인사

세 달 전 만난 신규 직원이 있었다. 늘 조심스럽게, 그러나 또렷하게 따라오던 아이였다. 고민이 있을 때면 손가락을 입가에 대고 ‘쉿’ 하듯 다가와 조용히 “팀장님” 하고 불러주던 신규직원.

신규직원 마지막에 말했다.

“팀장님, 최고의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어요. 존경합니다. 친절하게 지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인사는 오래 남았다. 말보다 태도가 기억에 남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마음이 그제야 또렷해졌다.


편지와 메모, 그리고 아버지의 카드

선물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접힌 종이들이 조심스럽게 건네졌다. 봉투도, 형식도 없이 각자의 방식으로 적은 글들이었다.

“사람으로 대해주셔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짧은 문장들이었지만 그 안에는 시간이 들어 있었다. 회의실에서, 복도에서, 점심시간에 차마 말하지 못하고 마음에 쌓아두었던 말들. 나는 그 자리에서 모두 읽지 못하고 종이를 접어 가방에 넣었다. 그 순간이 가장 벅찼다.

문득 아버지가 요양원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카드 만들어줄게.”

아버지의 크리스마스 카드와 이곳에서 받은 편지들이 같은 시기에 내 손안에 있었다. 떠나는 날에 받은 건 선물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같은 날 밤, 요양원에서 온 연락

송별회 하루 전인 12월 29일 밤, 야근 중 요양원 대표님의 톡이 왔다. 아버지가 휴지를 드셔 산포도가 떨어졌고, 석션 후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내용이었다.

12월 초, 아버지를 뵈러 갔을 때 입안에 휴지를 넣고 계시던 모습이 겹쳐 떠올랐다. 하지 말라고 말리고, 살펴달라고 부탁했던 기억까지 함께.

그제야 ‘섬망’이라는 단어가 조용히 마음에 내려앉았다.

송별회의 웃음과 요양원의 밤은 같은 하루 안에 겹쳐 있었다.


에필로그

집에 도착해 차에서 선물들을 하나씩 내렸다.

사진을 몇 장 남기고, 꽃다발 두 개를 화병에 담았다.

거실에 꽃이 놓이자 공간의 공기가 조금 달라졌다.

그제야 실감이 났다. 오늘 하루가 축제였다는 것을. 누군가의 마음이 이렇게 많이 모일 수도 있다는 것을.

메모장에 짧게 적었다.

온통 사랑이다.

그 말이면 충분했다.


작가의 말

이동의 날에는 늘 두 개의 시간이 함께 온다. 환하게 보내주는 얼굴들과, 조용히 지켜야 하는 삶의 자리.

이 글은 그 하루를 통과하며 내가 놓지 않으려 한 마음들의 기록이다.

떠나면서도 남아 있고, 남아 있으면서도 이동하는 삶을 나는 계속 연습 중이다.


다음 편 예고 & 새해 인사

새해가 밝았습니다. 1월 1일, 연재 3편 중 52편째를 올리며 인사드립니다.

신규 작가로 활동한 지 117일이 된 지금,

405명의 구독자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 큰 기쁨입니다.

작가님의 큰 응원과 따뜻한 마음 덕분에, 때로는 힘들고 버거운 순간도 잘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며 한층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올 한 해 평안하게 마무리하시고, 다가오는 새해에는 건강과 행복이 늘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늘 좋은 글로 많은 이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전해주시는 작가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새로운 직장에서의 첫 출근, 낯선 공간에서 건네는 첫인사 속 설렘과 긴장을 담아,

떠남 이후에도 이어지는 돌봄과 일상의 풍경을 기록하며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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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