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읽는 게
세상에서 제일로 힘들다는 남편
마누라가 시 쓰는 건 좋은데
본인은 읽기가 싫고
누군가는 읽어 줬으면 좋겠는데
꼼수를 찾다가
만만할 독자 하나 잡았다
우리집 구피들
말간 수족관 서점 유리 벽에
마누라 시 한 편씩 떠억 진열해 놓고는
가갸거겨도 모르는 구피들에게
안 읽으면 밥 안준다고
아침마다 밥통 들고 협박을 하니
매일
깨알 같은 시어들에 꿈벅꿈벅 모여들어
읽고, 읽고
공감 하고
빈 소라껍질에도 방울방울 시 소개도 해주며
주둥이로 톡톡
물로 써진 시
너도 읽고
나도 읽는다
옳지, 옳지, 그렇지
감사한 줄 알아라 나 아니면 이런 시를 어디가서 읽냐
신바람 난 남편
나를 바라보며 으쓱 할일 다한듯 뿌듯 뿌듯
게으른 남편 덕에
오늘도 나는
수족관 서점의 앉은뱅이 베스트셀러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