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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혼의 미립자 Aug 08. 2024

어쩌다 고양이 구조 작전

여3 남1 우리 오늘 처음 만났어요

오늘은 8월 8일 <세계 고양이의 날>날이다. 이 세상의 집고양이, 길고양이를 포함해 모든 동물들이 사람들로부터 해 입지 않고 건강하고 자유롭길 바라며, 얼마전 있었던 새끼 길고양이 구출 작전 썰을 풀어본다.     




여느날처럼 저녁 9시쯤 먹을거리 챙겨 우리 냥이와 노랭이에게 가는 길이었다. 우리집을 나서면 바로 공영주차장이 있는데 누군가 쭈그려 앉아 차 밑을 플래시로 이리저리 비춰보고 있는거다. 그리고 그 옆엔 커다란 노란 플라스틱 상자가 놓여있고.  순간 고양이가 차 속으로 들어갔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언젠가 공원 캣맘에게 들었던 또다른 동네 열혈 캣맘이 떠올랐다. ‘혹시 그 분이 저 분?’ 아니더라도 뭔가 도움 드릴게 없나 싶어 다가갔다.   


저, 혹시 고양이..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네, 지금 이차 안에 새끼냥이가 들어갔어요. 우는 소리 들리죠?” 하는데 정말 ‘애옹 애옹~ 아옹 아옹~’ 어린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서로 통성명이고 뭐고도 없이 그냥 상황에 쑥 개입되는 순간이랄까.


새끼냥아~ 얼른 톡 튀어나와라~


남의 차를 함부로 만질수도 없고 그저 플래시만 비춰보며 새끼 고양이를 살펴보고 있는데, 지나가던 젊은 여성이 무슨 일인지 묻더니 또 자연스럽게 슥- 합류. 젊은 여성은 유튜브에서 고양이 울음소리를 틀어 새끼냥이를 유인하려고 힘을 보탰다. 이런 저런 방법으로 빠져나오게 유도해봐도 경험없는 어린 새끼라 그런지 이 상황 자체에 멘붕이 온건지 울기만 할 뿐이었다.   




난 일단 우리 냥이와 노랭이에게 밥을 줘야해서 잠깐 다녀오겠다 하고 공원으로 고고. 울 냥이와 노랭이에게 평소와는 달리 재빨리 밥을 주면서 양해도 구했다.  


냥아, 노랭아~
지금 저기 주차장에 새끼냥이가
차에 갇혀서 도와주러 가야돼.
그러니까 오늘은 일찍 갈게
… (냠냠냠)...


뭐? 새끼냥이 차에 갇혔다고옹? 얼른 가서 구해주라옹~


다 먹는것 보고선 얼른 치우고 인사하고 다시 주차장으로 갔다. 그 사이에 젊은 여성이 차주에게 연락을 했다는데, 1시간 거리에 있다고 했단다. 일단 기다려볼 수 밖에.  이때 지나가던 배달 라이더 한 분도 자연스럽게 슥 다가와 오토바이를 세우고선 무슨 일인지를 묻는다. 상황 설명 드리니 폰으로 차에 갇힌 고양이 영상을 찾아보며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시고.   

   



그렇게 캣맘과 젊은 여성과 라이더와 나는 엔진룸에 들어가있는 새끼 고양이에게 플래시를 비추고 본네트를 살짝 통통 쳐보기도 하며 밖으로 나오도록 유도해 보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캣맘의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이 동네 길고양이들 밥도 주고, 구조해서 중성화 수술도 시키고, 입양도 보낸다는 것. 그리고 젊은 여성은 모처에서 가게를 운영하는데 그곳에서 길고양이 밥을 주고 있다고 한다. 다들 길고양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갖고 있는 분들이었기에 다들 처음 보는 이들이 하나로 뭉칠수 있었겠지.     




그러다 갑자기 기습적인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비는 피할 수 있는 공간이었지만 마음이 착잡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는데. 캣맘이 플래시를 비추느라 폰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걱정을 하신다. 그리고 만약 고양이가 튀어나올때 사방에서 지키고 있다가 재빨리 잡아야 하는데 맨손으로 잡기는 힘들고 담요가 필요한데 하나밖에 없다고 걱정을 하시는거다. 그래서 가까이 있는 우리 집에서 담요와 배터리를 좀 가져오겠다며 비 속을 뚫고 집으로 향했다. 다들 폭염에 폭우에 지친 분들을 위해 생수와 담요, 배터리와 우산을 챙겨 다시 왔다. 다리도 아프고 후덥지근한 날씨에 땀이 줄줄 흘렀지만 일 때문에 자리를 뜨신 라이더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차주를 기다렸다.


새끼냥을 구해보려는 필사의 노력. 우리 이날 처음 만났어요;;


그렇게 1시간이 좀 더 흘렀을 때 소형차 한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와 우리 옆에 끽 서는데, 차주분이었다. 너무나 고맙고 반가워 우리는 90도 폴더 인사를 하고, 곧 고양이 구출 작전을 펼쳤다.


자, 빙 둘러 서서
요놈 나오면 재빨리 잡으세요


차량 좌우에 한명씩 스텐바이를 하고, 차주분이 본네트를 열기로 했다. 다들 긴장하고 튀어나올 고양이를 잡으려고 서 있었는데, 본네트를 열어도 새끼냥이는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더 숨어버리는게 아닌가. 사람 손이 들어가지도 않고, 새끼냥은 마치 숨바꼭질하듯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울기만 우는거다. 엔진룸 안을 통통 손으로 쳐 보고, 차량을 가볍게 흔들어도 보고, 이리저리 플래시를 비춰봐도 속수무책.      




마지막 방법으로 시동을 가볍게 걸어보기로 했다. 자칫 잘못하면 고양이도 위험하고 차량 손상도 생길 수 있었지만 더이상 기다릴 수가 없었다. 차주분이 웅~ 하고 시동을 걸자 갑자기 훅! 튀어나오는 새끼 고양이. 이제 됐다! 싶었는데, 아니 글쎄 요 놈이 쏜살같이 바로 옆 소형차 (차주분이 타고 온) 본네트로 쏙 들어가는게 아닌가!!  하.. 다른 차 같은 상황.. 처음부터 다시..!!   



다시 차주분이 소형차의 시동을 거니 역시 바로 톡! 튀어나옴과 동시에 다다다다 도망을 간다. 그 방향에 서 있던 내가 냅다 쫓아갔지만 새끼냥이는 주차장 울타리 사이를 쏙 빠져나갔을 뿐이고 난 푸바오같은 다리로 힘겹게 울타리를 넘어야 했을 뿐이다. 하지만 새끼냥이 가건물 앞에 있는 화단으로 쏙 들어가는 걸 포착!   

  

뒤따라온 분들과 함께 화단으로 가 사방을 에워싸고 캣맘은 구조틀을 열어두었다. 요 녀석 이리 빼꼼 저리 빼꼼하면서 우리 애를 어지간히도 태우더니 결국 우다다다 뛰더니 구조틀로 쏙 들어갔다. 와~~ 구조 성공!!! 우린 땀 범벅에 비까지 맞아 다들 꼴이 말이 아닌 채로 숨죽여 있다가 환호성을 질렀다. 그렇게 구조틀에 들어간 녀석의 얼굴을 플래시로 비춰보는데, 와 이런 미묘가 있나! 이뻐도 너무 이쁜거다! (외모 지상주의 죄송 ;;)


잡고보니 장원영냥! 우리 동네  걸그룹 연습생냥 탄생!!


세상에 너무 이쁘다. 암놈이네!
이 동네 1등 미묘네요.
걸그룹 연습생 상이에요~


고생 많았다, 너도 우리도. 이제 안심해도 된다냥


차주분께 다시 한번 고맙다고 인사 드리고, 다들 서로 고생했다며 인사를 했다. 캣맘 집이 멀지 않다고 해서 구조틀을 들어드리며 함께 가게 됐는데, 주택 마당에 작은 창고같은 곳을 여니 고양이 사료와 용품이 가득 들어있는게 아닌가. 구조한 새끼냥이에게 사료와 물을 넣어주고 내일 병원에 데리고 가겠다는 말씀을 듣고선 우린 거기서 헤어졌다. 그때 시계를 보니 딱 12시! 거의 3시간 가까이 그 작은 생명을 구조하려고 폭염에 폭우 속에서 함께 고생한 시간이었지만 마음은 그렇게 가볍고 기쁠 수가 없었다. 그날 처음 만난 여3 남1이 어쩌다 특급 콜라보 작전으로 <TV동물농장>을 라이브로 찍은 느낌이랄까. 새끼 길고양이 행복해라!!  

  

다시 한번 미모 감상 & 그날의 기록


[에필로그]

1. 캣맘이 평소 고양이 입양을 원하던 어느 할머니 댁에 입양 보냈고,

2. 빼어난 미모로 걸그룹 연습생 상이던 새끼냥이는 수컷이었다고 합니다. 캬캬캬캬캬캬캬캬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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