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고양이는 어떻게 생겼을까
조선시대에도 고양이 덕후들은 있었을거다. 저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고양이를 애정했을텐데, 그 덕후의 직업이 화가라면! 당연히 고양이 그림을 그렸겠지. 학창시절 배웠던 단원 김홍도, 겸재 정선, 혜원 신윤복, 문인화, 진경산수화, 낙관.. 음.. 또.. 여기까지! 아무튼 세월에 바랜듯한 한지에 그려진 고풍스럽고 운치있는 풍경화나, 관복 점잖게 입고 길고긴 수염을 드리운 인물화 일색에서 귀욤 뿜뿜하는 고양이 그림이 있다!
<국정추묘>는 조선 후기 화가 변상벽이 그린 고양이 그림이다. 제목 그대로 국화가 있는 정원의 가을 고양이라는 뜻인데, 가을은 지금처럼 조선시대에도 참 좋은 계절이었을거다. 높고 푸른 하늘에 선선한 바람이 일렁이는 정원, 그 속에 피어있는 예쁜 국화에, 게다가 고양이라니! 마치 살아있는듯한샹생한 표정에 섬세한 털 묘사를 보면 변상벽은 틀림없는 고양이 덕후였음이 느껴진다.
<묘작도>는 고양이 두마리와 참새가 주인공인 그림이다. 높이가 93.7cm라 하니 꽤 큰 사이즈의 작품이다. 생각해보면, 사실 사람들은 문명과 기술 발달로 생활양식이 급변하고 있지만, 고양이들은 조선시대나 현재나 크게 다를바 없을 것 같다. 나무타기 좋아하고, 새 관찰하기 좋아하고(일부 고양이들은 사냥까지!), 혼자인걸 즐기는 동시에 친구 고양이와 아옹다옹 장난치기도 좋아하고.
변상벽 못지않게 고양이, 개 등 동물을 사랑한 조선시대 화가가 더 계시다. 바로 동물 덕후 화가 이암이다. 이암은 특히 멍집사로 유명했다고 한다. 조선회화사에서 개 그림에 있어서는 1인자로 꼽히는데, 그의 그림에서 주연은 개! 고양이는 살짝살짝 거드는 조연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그 분, 김홍도의 고양이 그림도 있다. 제목 그대로 노란 고양이가 나비를 희롱하는 그림인데 지금은 치즈라 불리는 노랑 고양이는 조선시대에도 장난꾸러기였나보다. 나비를 희롱하다니 말이다. 서민들의 일상을 재치있게 담아낸 풍속화가로 잘 알려진 김홍도도 사랑스러운 고양이 그림을그리지 않을 수 없었나보다.
다시 변상벽의 그림으로 돌아와 감상해보자. 언뜻 보면 비슷한 그림으로 보이지만 하늘 아래 같은 고양이는 없다! 고양이의 털 색깔은 물론 얼굴 표정과 몸짓, 섬세한 털 묘사도 특색을 잘 포착했다. 흔히 코숏이라 불리는 한국의 고양이들 생김새가 조선시대라고 다르지 않다. 당장 동네 골목이나 공원에서 마주칠것 같은 모습이다. 이 반가운 익숙함 무엇.
조선시대 고양이 그림으로 이름을 떨쳤던 변상벽도 처음부터 고양이를 그린건 아니라고 한다. 처음엔 당시 유행하던 산수화를 주로 그렸지만 당대 넘사벽으로 출중한 화가들이 많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는데. 자신의 그림 실력을 한탄하며 지내던 변상벽을 위로해 준 것이 바로 고양이였다고 한다. 하.. 고양이의 힐링 재질이란..
실의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고양이의 귀여운 애교와 이기지 못할 밀당 등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매력을 느낀 변상벽. 자연스럽게 그런 고양이의 모습을 화폭에 담게 되었는데, 자신의 재능에 애정까지 아낌없이 담아낸 그림을 누가 당하겠나. 사람들은 그의 고양이 그림에 서서히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고, 결국 조선의 제일가는 고양이 화가로 유명세를 떨쳤다고 한다. 변상벽이라는 이름 대신 ‘변고양’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고 하니 그 인기가 짐작이 된다. 근엄한 조선시대에 그런 깜찍발랄한 별명이라니!
고양이가 주는 위로와 힐링, 행복은 시대를 관통하나보다. 고양이의 猫한 매력은 영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