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짧은 인간의 먹는 인생 이야기 ep.12
월남쌈으로 몸을 풀리게 만들었다면, 더 여유를 찾기 위해서는 이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늘 효율보다 비효율을, 이성보다 감성을 따르곤 하는 삶이지만, 가장 빠른 길을 선택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하루가 매우 고단한 날이면 생각나곤 하는, 혼술. 혼술이 정신 건강에 좋지 않고, 피해야 하는 것 중 하나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하루가 힘들 때 이만큼 도움이 되는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입도 짧지만, 술도 짧아 많이 마시지는 못합니다. 때문에 주종 선택도 다채롭지는 못한 편인데, 혼술을 위해서는 주로 달달한 토닉 워터를 섞은 진토닉을 자주 마십니다. 저의 로망 중 하나였던 방 한 구석 술존(zone)을 실현시키는 중이기도 합니다.
혼술의 조건 중 하나는 다음 날이 여유로운 날. 술이 약하기 때문에 다음 날이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날의 하루 일과는 모두 끝낸 후에 혼술을 시작합니다. 술을 마시면 모든 게 의미 없어지고 귀찮아 지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래서 힘든 날 술을 찾게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생각이 많은 만큼 힘들었던 날이면 그 힘든 순간들이 계속 떠오릅니다. 다른 재미있는 것들로 잊어보려 해도, 순간순간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잔을 홀짝이며 그날 새로 뜬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그 순간만을 빼고는 아무것도 없이 느껴져 힘든 하루를 끝내기에 제격입니다. 이러고 있으면 그럭저럭, 내일 하루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래 봐야 비워지는 술은 고작 토닉워터 한 캔 분량 정도. 그리고 한 달에 많아야 3-4번 정도? 이 정도의 분량으로 힘든 하루를 끝낼 수 있다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혼술이 힘든 하루를 끝내기 위함이라면, 친구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는 즐거운 하루를 간직하기 위해서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