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러비드 Beloved - 토니 모리슨

사랑이 너무 깊어 죽일 수밖에 없었던 너

by 아테나

독자의 멱살을 잡고 간다는 게 이런 걸까. "사랑하는 이"란 뜻을 가진 제목의 소설 "비러비드/Beloved"는 제목처럼 사랑스럽고 따뜻한 소설은 아니다.

"124번지는 원한에 사무쳐 있었다. 아기의 독기로 가득했다. 그 집에 사는 여자들도 그 사실을 알았고 아이들도 알고 있었다."
(124 was spiteful. full of a baby's venom. The women in the house knew it and so did the children.)


첫 문장을 읽자마자 독자는 이 집에 무언가가 있다는 걸 알아챈다. 124번지로 불리는 이 집이 단지 땅 위에 서있는 유형물이 아닌 살아 숨 쉬는 어떤 것임을 인지하게 된다.


주인공 세서가 사는 집 124번지는 그녀의 시어머니, 베이비 석즈 (Baby Suggs)가 처음 자유의 몸이 되어 살던 곳이다. 석즈의 아들 할리가 몸이 부서져라 일해서 사준 자유. 늙은 어미는 이렇게 생각한다.


"쓰러질 때까지 발을 붙이고 버티는 것과, 마지막이자 어쩌면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자식을 떠나보내는 것—이 두 가지 힘든 일 중에서 그녀는 힘들지만 아들을 행복하게 하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을 아들에게는 결코 묻지 않았다. 무엇을 위해서? 세 발 달린 개처럼 걷는 예순 남짓한 노예 여자가 자유를 얻어 무엇에 쓴단 말인가?

마침내 자유의 땅을 밟았을 때, 그녀는 할리가 알고 자신은 몰랐던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단 한 번도 자유인으로 숨 쉬어본 적 없는 할리가, 세상에 자유만 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이 그녀를 두렵게 했다"


"Of the two hard things - standing on her feet till she dropped or leaving her last and probably only living child - she chose the hard thing that made him happy, and never put to him the question she put to herself: What for? What does a sixty-odd-year-old slavewoman who walks like a three-legged dog need freedom for? And when she stepped foot on free ground she could not believe that Halle knew what she didn't; that Halle, who had never drawn one free breath, knew that there was nothing like it in this world. It scared her."


몇 번을 읽어도 눈물이 나는 대목이다. 어찌 알았을까. 할리는. 태어나 단 한순간도 자유인으로 살아본 적 없는 할리가 자신의 모든 노동력을 팔아 노모의 자유를 사주었을 때, 다 늙은 어미에게도 자유가 그렇게나 달콤한 것이 될 것을.



켄터키를 떠나 오하이오주에 정착한 베이비 석즈 (Baby Suggs)는 그곳에서 일종의 영적인 지도자가 된다. (이름에 베이비가 들어있지만 그녀는 세서의 시모이자 할리의 엄마다). 도망친 노예들을 먹이고 재우고 치료하면서 아들 할리를 기다리고 며느리 세서를 기다린다. 스위트홈농장에서 함께 도주하기로 했던 할리와 세서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 같이 도망치지 못하고, 세서는 홀로 도망친다. 만삭의 몸으로.


그 지난한 여정 중 어떤 여인의 도움으로 산속에서 넷째 덴버를 낳고, 간신히 시모가 살고 있는 124번지에 다다른다. 세서의 다른 아이들은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 그리고 막 기어 다니기 시작한 셋째 딸이 있다) 따로 출발해서 먼저 124번지에 도착해 있었다. 잔치가 벌어지고 이제 할리만 도착하면 행복하게 살겠구나 했던 그때... 얼마 지나지 않아 불청객이 찾아온다. 스위트홈 농장의 악랄한 새 주인, "학교 선생"이 세서와 자녀들을 잡으러 오고, 도망치지 못한 세서는 아이들을 자기 손으로 죽이려 한다. 첫째와 둘째는 살아남지만, 이제 겨우 기어 다니던 셋째는 엄마의 손에 죽임을 당한다. 노예로 살게 하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나으므로.


그렇게 셋째는 죽고, 세서는 스위트홈농장 대신 감옥에 간다. 감옥에서 풀려난 후 다시 124번지에서 삶을 이어가 보려 하지만 집에 깃든 아기 유령의 존재를 느낀 아들들은 크자마자 집을 떠나버리고, 노령의 시모 또한 사망한다. 동네사람들도 세서의 가족에게 등을 돌린 지 오래다.


124번지에 남겨진 세서와 넷째 덴버. 그 둘 앞에 과거 켄터키의 스위트홈농장에서 세서와 같이 노예로 지냈던 폴D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 세명 앞에 홀연히 나타난 소녀, Beloved. 죽은 셋째가 살아있다면 딱 그쯤 되었을, 연약해 보이나 섬뜩한, 세서에게 집착하는 소녀. 소녀가 나타난 후로 세서와 덴버, 그리고 폴D의 삶은 변질되기 시작한다.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방대한 서사와 인물들을 품고 있다. 스위트홈 농장의 주인 가너씨와 그의 부인, 가너씨가 죽고 농장을 관리하게 된 학교선생과 그의 조카들, 세서의 시모 베이비 석즈가 스위트홈농장에 오게 된 이야기, 그곳에 살았던 다른 노예들, 세서와 할리의 이야기, 그리고 떠돌이 폴D의 이야기.


책을 읽는 중에도, 덮은 후에도, 너무나 많은 생각과 감정이 밀려온다. 언젠가 세서라는 이름도 줄거리도 잊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책을 읽기 전의 나와, 읽은 후의 나는 같은 사람일 수 없다. 그러므로 나에게 이 책은 반드시 읽어야만 했던 책이다.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이 소설의 작가 - 토니 모리슨(1931–2019)은 비러비드로 1988년 퓰리처상과 미국 National Book Award를 수상했고, 1993년에는 미국 흑인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비러비드 외 "가장 푸른 눈", "솔로몬의 노래" 등 수려한 작품들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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