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튜어트 밀 지음, 현대지성, 2018년 6월 1일 발행
2025년 8월에 읽음
마침내 '자유론'을 읽었다. 오랜만에 인문학 책을 좀 읽고 싶었는데 [총, 균, 쇠] 등에 비하면 분량이 얼마 안 되기도 했고, 어느 작가의 추천 도서 목록에 이 책이 있었던 게 기억나서이기도 했다.
무려 1859년에 쓰인 책이다. 그렇다면, 1859년의 한국은 어떤 시대였나.
네이버 AI가 요약해 준 바에 따르면,
1859년은 조선 후기, 철종(哲宗) 10년에 해당하며, 봉건적 유교 질서와 세도 정치가 지배적이던 사회였다.
왕권 약화 및 세도 정치: 왕권이 약화되고, 관료들의 부정부패와 서민 경제난이 심각해 사회적 불만이 커졌다.
동학농민운동의 배경: 이러한 사회적 불만은 동학농민운동 등 종교운동과 민란의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한다.
외세와 개항: 1859년은 조선이 미국, 영국 등 서구 열강의 개항 요구에 직면하던 시기로, 이후 개항과 근대화의 흐름이 시작된다.
요약하면, 1859년 한국은 전통과 근대가 교차하던 시기로, 사회적 불안과 외세의 압력 속에서 변화의 기운이 감돌던 시기였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왕이 지배하던 나라였던 1859년, 지구 반대편의 영국에서 존 스튜어트 밀은 ‘개인의 자유'란 무엇이며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사회적 권위의 한계'에 대해 규명하는 책을 써낸다. 심지어 책에서 논거로 제시하고 있는 ‘개인의 자유’를 논하기 위해 제시된 수많은 사례들이 166년 후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동시대의 사례들로 읽히게 만든다. 작가가 천재이거나 ‘개인의 자유'라는 것이 시대가 바뀌고 사회가 발전해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어떤 본질과 닿아있는 무언이기 때문인 것 같다.
* 밀은 마지막 5장. 적용 파트에서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개인의 자유와 제한에 대해 설명하는데, 술을 판매하는 경우, 독약을 판매하는 경우, 포주가 되거나 도박장을 개설하는 경우, 가족 내에서 남편과 아내/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자유가 제한되는 경우, 국가시험, 혼인 제한, 관료제 등은 오늘날에도 생각해 봄직한 사례들이다.
밀은 공리주의자답게 ‘효용’적 관점에서 개인의 자유의 필요성을 얘기한다. 인간이 자유를 향유할 수 있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곧 최대의 효용을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유가 주어졌을 때에 자신에게 천부적으로 주어진 모든 재능을 완전히 꽃 피워서 인간으로서의 성장과 발전을 최대한으로 이뤄낼 수 있고, 인류라는 것도 결국 개개인의 집합이기에 개인이 최대의 성장을 이루어내는 환경을 조성해줄 때에만 가장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밀은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조건으로서 “지적 역량"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밀은 '미성년 상태의 미숙한 사회와 대중'은 시민적 자유를 제대로 누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다만, 이러한 논리는 일부 기득권들의 독재와 독단을 합리화하는 근거로 악용될 수 있다.대한민국의 근대화 과정과 싱가포르의 성장 과정이 떠오른다.
밀은 “자치"와 “자유로운 교육"을 통해 미숙한 사회와 대중이 성년 상태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정부와 통치자의 소임임을 강조하면서 현재의 인류는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조건인 “지적 역량"이 계속해서 발전해 왔으며 근대 사회에 이르러 인류가 성년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분명 인류의 지적 역량이 성장해온 것은 틀림 없겠지만, 기술의 발전 위에서 온갖 가짜 뉴스와 인간의 확증편향을 부추기는 매체에 잠식당한 요즘같은 세상에서 과연 우리의 지적역량이 계속해서 성년기에 머무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들 같지만, 핵심 내용을 요약해 본다.
- 자유의 원칙: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개인은 자유롭다.
- 가장 큰 위험: 국가 권력뿐 아니라 다수의 여론이 소수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
- 자유가 중요한 이유: 개성과 다양성이 인류 발전을 이끌기 때문이다.
1. 자유의 필요성
인간은 각자 고유한 개성과 발전 가능성을 지닌 존재이며, 자유는 이를 실현하는 데 필수적이다.
사회나 국가가 개인의 삶을 과도하게 규제하면, 개인의 성장은 억압되고 사회 전체의 발전도 저해된다.
2. 권력과 자유의 긴장
전통적으로 권력은 “통치자 대 피통치자” 관계에서 문제시되었으나, 근대 민주주의에서는 “다수의 전제(tyranny of the majority)”가 더 큰 위험이 된다.
다수 의견이 소수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민주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3. 자유의 원칙 (유명한 "해악 원칙")
개인의 자유는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보장되어야 한다.
자기 자신에게만 해로운 행위(예: 과음, 무모한 생활)는 국가나 사회가 간섭할 수 없다.
하지만 타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행위(예: 폭력, 사기)는 규제될 수 있다.
4. 사상과 표현의 자유
모든 의견은 자유롭게 표현되고 논의될 권리가 있다.
진리라고 여겨지는 의견조차 반대 의견과의 충돌을 통해 더욱 확실해지고, 잘못된 의견이라도 부분적 진리를 포함할 수 있다.
따라서 검열이나 사상 억압은 사회의 지적·도덕적 발전을 막는다.
5. 개성과 자기실현
개인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실험할 자유가 있어야 한다.
개성은 인류 발전의 원천이며, 획일화된 사회는 창의성과 활력을 잃는다.
따라서 개인적 생활 방식에 대한 간섭은 최소화해야 한다.
6. 사회와 개인의 역할
사회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사적 선택이나 생활양식에 대해서는 권고·비판은 가능하지만 강제는 정당화되지 않는다.
자유로운 인간들이 모여 사회를 이루어 살아가면서부터 '개인의 자유'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자유의 제한'은 늘 쌍을 이루어 논의되어 왔다. 본질적으로 하나가 커지면 다른 하나는 작아질 수밖에 없는 상충관계(Trade-off)이기 때문에 사회, 정치, 경제 제도를 규정할 때도 늘 왼쪽 끝에서부터 오른쪽 끝, 그 사이 어딘가에서 어느쪽에 가깝게 점을 찍느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기도 했다. 굵직굵직한 인류사적 사건이 있을 때마다 좌우로 이리저리 왔다갔다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테지만, '자유'의 개념과 필요성을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규명해내고 부득이한 경우 어떤 기준으로 제한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한 최초의 개념서(?)로서, 이 책은 그야말로 의미있다. 책이 쓰여진지 166년이 지난 지금, 지구 반대편에 사는, 인류의 지적성장의 수혜를 입어 봉건국가에서 자유국가로 발전한 나라에 사는 평범한 나라는 독자가 읽고 새삼스레 감탄할만한 그런, 기본 중에 기본을 최초로 정의한 기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