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 동안 좋은 대화를 나눴다. 무려 반나절이나 말이다. 스스럼없는 진지함과 가벼운 진지함과 웅장해지는 진지함이 오갔다. 대화의 폭은 시간의 앞자리처럼 갈수록 늘어났다. 잊고 있던 진득달큰한 위스키가 떠올랐다. 한잔하며 더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다음을 기약했다. 새 인생을 살고있는 나와 이미 그 인생을 살고 있던 그녀는 든든한 동료이자 멋진 친구가 되었다.
관심사가 통하는 사람과 멋진 친구가 되는 것은 어쩌면 영광으로 받아드려야 할 만큼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누군간 유난스럽다 할 표현이겠지만 알 수 없는 외로움으로 시간을 보내던 나에겐 그만큼의 깨달음과 행복을 주었던 값진 해결책 중 하나였다. ‘나’를 찾아주는 사람을 옆에 두어야 하며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찾아 그 속에서 힘을 내야 한다. 흐릿한 시야와 흐물한 자아를 판단 못하는 방황은 그렇게 벗어날 수 있다.
남은 반나절은 내 쉼대로 보냈다. 간단한 일을 받고 미루던 글도 적고 새롭게 쌓인 자극적인 콘텐츠를 보며 내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음에 감사했다. 프리랜서가 된 이후 그렇게나 싫었던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끝내주게 행복했다. 일상이 곧 일일만큼 상당 시간을 할애하지만 내 공간에서 내 시간을 주체적으로 쓴다는 게 나에겐 복에 겨울만큼의 행복이었다.
종종 혼란한 마음이 몰려올 때면 과거와의 대비를 한 번 더 상기한다. 영광스러운 대화, 주체적인 매일의 행복, 일상을 일로 채울 수 있게 만들어주는 감사한 분들까지. 그러면 이 멋진 인생을 유지시킬 간절한 집념과 평생이라는 단어를 뱉어 낼 힘을 얻는다. 만약 방황을 겪고 있는 누군가가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요령 없는 마음으로 나답게 살 수 있는 법을 찾아보길 바란다. 가늠안가는 미래는 생각보다 더 멋있을지도 모르며 근사한 인생이 당신의 것이 될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