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와 가까운 도롯가 어느 틈의 짧은 골목에는 뜬금없이 하얀 2층 주택이 하나 있다. 누군가 살아도 충만히 예쁜 그곳에는 앞만 보고 달리는 인생 속, 언제라도 돌아올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한계 없는 경험에 도전중인 ‘컴팩트 프리덤’의 대표가 커피를 내리며 지낸다. 그는 매일 아침 청소를 하고, 커피를 마시며 시간별로 쏟아지는 햇빛의 반짝임을 찾아 공간을 탐구한다고 했다.
“사람들이 이 공간에서 어떤 것을 느꼈으면 해요?”
“자기 시간을 잘 보냈으면 좋겠어요. 마시고 있는 커피의 맛을 느끼는 것처럼,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사색하는 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간단한 인사를 시작으로 유연히 흐르는 대화 속에 잠깐 찾아오는 침묵은 커피 향이 메꿔주었다. 사색을 위해 어떤 부분을 신경 썼는지 이야기하는 그의 말을 따라 커피를 홀짝이며 공간을 다시 봤다. 곳곳에 널브러진 책과 규칙 없이 적혀진 문구들은 정갈하진 못했지만 분위기는 만들어 주는 듯했다. 색깔이 확고해 조심스러울 수 있는 공간 안에서 사소히 흐트러진 소품들로 하여금 부담 없이 편히 보내다 가라는 느낌 같은 거.
컴팩트 프리덤의 인테리어 방식에서 그의 철학이 묻어다는 건 당연했다. 이 공간이 곧 자신이기에 얼마만큼 닮았는지 말해주고 싶었다. 캐주얼한 공간과 어울리는 캐주얼한 복장, 사소한 메세지를 전달하는 다정한 문구처럼 친절히 내어준 따뜻한 커피를 시작으로 그의 사소한 베풂은 끝이 없었다.
“공간 컨셉은 ‘기숙사’에요. 제가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 기숙사 분위기가 정말 좋았거든요, 편안했고. 컴팩트 프리덤에 편안히 놀러 온다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로고가 집 모양인거였네요. 카페를 차리는 건 원래 꿈이었나요?”
“아니에요, 이 공간은 꿈을 위한 수단이에요. 카페를 만들겠다는 것보단 ‘공간’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먼저였거든요.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은 아니고 제 최종 꿈이 ‘봉사’에요”
“물질적 여유가 아니더라도 무형의 것들을 이야기하는 거죠?”
“네 맞아요. 아프리카같이 도움이 필요한 곳에 가서 제가 가진 모든 것들을 활용해서 도움을 주고 싶어요.”
쉽게 먹을 수 없는 마음인 걸 알고 있기에 큰 계기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길 자신의 인생은 고비 없이 평범했을 뿐이라고 한다.
“딱히 계기가 없어요. 중학교 때 종교적 영향으로 스스로 약속했는데 그걸 제가 지키고 싶은 게 큰 것 같아요.”
또다시 찾아온 잠깐의 침묵에 커피 향이 강하게 느껴졌다. 그는 커피잔을 몇 번 입에 가져다 대더니 말을 이어갔다.
“음… 하나의 계기가 있다면 17년도에 있었던 일을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급성 바이러스로 목에 있는 구멍이란 구멍에는 고름이 찼거든요. 급성이라 손쓸 새도 없이 퍼져서 엄청 위험했었어요. 죽을뻔했거든요. 그때 생각이 들었던 게 ‘내가 아등바등 목숨을 걸었던 것들이 별거 아닐 수 있겠다.’였어요. 혼자서 꽤 많은 생각을 하다가 남은 생을 살아갈 때 내가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는게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성공의 기준은 다르지만 어쨌든 어느 정도 위치가 된 사람은 누군가를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아요.”
그는 재주가 많은 만큼 하는 일도 많았다. 공간 안에는 브랜드를 소개하는 편집샵도 있었고 며칠 후에는 입점되어 있는 의류 브랜드의 영상 촬영을 위해 강원도로 간다고도 했다. 뿐만아니라 그는 독립출판 매거진에 글을 기고하는 작가이기도 했다. 말한것 처럼 가진 능력을 모두 발휘하여 한계 없는 도전을 하는 그는 목표를 이룰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 앞만 보고 나아가는 중이었다. 너무나 다양해서 그 중심에 연결점이 없을거라 생각했던 일들은 뒤늦게 이야기한 죽음이라는 계기 하나에 다 묶여 버렸다. 그가 하는 모든 일들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작지만 가치있는 것으로 안내하는 즐거움]
“컴팩트 프리덤의 슬로건이에요. ‘작은 것’에 가치를 느끼는 이유는, 제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이 세상에 저를 아는 사람은 몇 없잖아요. 이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다들 열심히 일하고 중심을 가지며 살아갈 텐데.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 더 나아가서 보이지 않는 무언가들이 가장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소외된 것들에 대한 중요함 인거네요.”
“네, 그리고 지난 것들도요. 제가 앞만 보고 가는 스타일인데 옆은 안 봐도 한 번씩 뒤는 보거든요.”
“소외되거나 지난 것들처럼 놓칠 수 있는 것들을 다시 한번 신경쓰는 대표님만의 방법이 있을까요?”
“사진이나 영상을 찍을 때, 폰이나 디지털카메라로 편하게 찍을 수도 있는 걸 저는 불편한 필름을 고집해요. 신중히 기록을 남기고 인화를 기다리는 과정이 좋고, 그 결과물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지고 있는 에너지도 달라진다고 생각하거든요.”
그의 말을 증명하듯 공간 곳곳에는 카메라가 비치되어 있었다. 그가 남긴 작업물은 액자에 담겨 멋있는 소품이 되어있기도 했다.
“사람을 대할 때의 방식도 있을까요?”
“제가 원래 사람에 무딘 편이었는데요, 이 일을 시작하고 조금 예리하게 바뀐 것 같아요. 좋은 쪽으로요. 좀 더 친절해지고자 하는데 사람마다 친절의 기준이 다르니까, 어떻게 하면 모두가 친절히 느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그가 말한 대부분이 ‘작은 것’에 속해있었다. 그 넓은 것들을 하나로 묶기까지, 얼마나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했는지 깊이가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고민을 드러내지 않는 침묵을 좋아한다던 그는 주위 제안으로 얼마 전부터는 영상 콘텐츠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저를 많이 아껴주는 친구들이 같은 커피 업계에 있거든요. 이 공간은 정말 좋은 곳인데 노출이 안 돼서 사람들이 모른다는 게 아깝다고 말해주더라고요. 눈에 띄는 걸 안 좋아해서 광고도 안 하고 있었는데 또 다른 생존이라고 생각하면서 해보고 있습니다.”
“정말 묵혀두기엔 아쉬운 공간이긴 해요, 이 공간을 알리기까지의 기간은 얼마나 보고 있나요?”
“10년이요.”
“10년이나요?”
“네, 저에 대해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안되면 될 때까지 한다’거든요. 그거 하나는 기막나게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 공간에서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아요. 재미있는 캠페인도 계속 만들어 볼거고, 인테리어도 계속 바꾸고 있고요.”
“지금 삶에 되게 만족하고 계신 거네요.”
“네 만족도가 높아요. 제가 속한 이 자리가 굉장히 좋기 때문에 마음에 들 수 밖에요. 이 자리에 대한 가치가 전달이 잘 되기 위해서는 시간을 들일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잠시 예뻐 보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건데 시간이 지나도 예쁘고 가치 있다고 느끼게 하는 건 어려워요. 그래서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거고요. 저는 그 시간을 버티고 있어요.”
안 되면 될 때까지 버티고 도전하는 것만큼 이 세상엔 어려운 건 없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그 기간이 10년이면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버팀을 위한 하루의 원동력 같은 게 있을까요?”
“이 공간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고 빛을 받는 거요. 저는 어떤 장소든 빛이 들어오고 안 들어오고가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거든요. 빛이 들어올 때 볼 수 있다는 거, 그게 너무 좋아요. 이 공간에서 빛이 들어오는 모든 시간대와 장소를 다 알고 있을 만큼요.”
마음이 복잡하거나 지칠 때, 편안히 와서 사소히 사색하다 갈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컴팩트 프리덤은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키고 싶다고 했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느낌을 주고자 한다는 것이다.
“‘돌아갈 곳’이라는 건 이 공간만을 말하는 건 아니에요. 어느 곳에서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거, 유형이든 무형이든 실존하지 않아도 마음의 안정을 주는 세계에 잠깐 들어가게 한다 는거. 그 방법을 느끼게하고 순간을 제공하고 싶은 것 같아요.”
꽤 많은 주제로 대화가 오갔지만 알보고면 그 끝에는 공간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었다. 그가 얼마나 컴팩트 프리덤에 몰입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겨울이 오면서 굼뜬 생활을 하던 차였다. 지금을 쉴 때가 아니라며 목표를 위해 앞만 보고 가고 있다는 말에 힘을 받으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인터뷰가 끝나고도 조금 더 머무르며 공간을 감상했다. 확실히 또 오고 싶은 곳이 맞았다. ‘다음엔 책을 들고 와야지’ 생각했다. 인테리어가 아닌 그의 친절이 더 마음에 들었기 때문일 수 있겠지만 그가 바라는 마음이 들었으니 더할 나위 없지 않을까.
[WUN(wonder your normal) 소개]
다른 방식으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