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가 선생님께 이르면 그 친구가 혼나잖아.

이타심과 불편함.

by 세상의 주인공님

24년 6월 19일


아침을 먹으며 가온이가 한마디 꺼낸다.


엄마 난 연우가 좀 싫다.


왜? 무슨일 있었어?


응. 내가 안가자고 놀았는데 자꾸만 장난감 내가 가지고 놀았대.


그러면? 정리해야하는거야?


응. 나는 내가 가지고 논 장난감은 정리 다 했거든. 근데 자꾸만 연우가 내가 안논 것도 너도 했잖아 하면서 정리하래.


음 싫었겠다. 그럴때 가온이는 어떻게 했어?


음. 자꾸만 연우 옆에서 놀았어. 내가 이것만 가지고 논것을 보여주려고.


응 그랬구나.


이때 준형이가 끼어들었다. 같은 유치원을 다녀봐서 내용을 잘 아는 것이다.


우리는 그럴때 선생님한테 말씀 드리면 돼서 절대로 그런일 없었는데. 선생님이 아시면 다 해결 돼. 선생님께 말씀 드려봐.


근데 내가 선생님한테 말씀 드리면 연우가 혼자잖아.


헉. 자기가 억울한 감정을 느꼈으면서도 어떻게 상대까지 생각하고 있을까. 이런.. 마음 고운 녀석.


에잉? 그런일로 연우가 혼나지는 않을거야. 선생님이 연우에게 잘 말씀해주실거야. 연우야, 선생님이 봤는데 가온이는 자기가 가지고 논것을 모두 정리했어. 그건 안했으니까 그만 가온이에게 뭐라하고 연우 할일 하자. 하고 말씀해주시지 않을까? 혼내기까지는 안할거야. 선생님께 말씀을 안드리면 가온이는 어떻게 했는데?


응. 자꾸만 연우 옆에서 노는거야. 내가 이거 가지고 놀고나서 정리하고 또 저거 가지고 놀고 정리하고 연우 옆에서 놀면서 보여주는거지. 그러다보면 연우도 나한테 정리하라고 안할것 같아서.


가온이는 나와 생각하는게 같다고 생각했다. 준형이와 체스를 두면서 몇번이고 들었던 말이기도 하다. 엄마는 가온이랑 생각하는게 똑같아. 하면서. 나도 그렇게 느낄때가 많았다. 가온이가 하는행동들이 내 어릴때와 비슷할때가 많아서 혼내려다가도 웃음이 났다. 그 마음이 이해가 돼서. 그런데 지금 보니 나와 달리 더 마음이 넓은것 같다. 나만 불편하지 않으면 나에게 뭐라고 한 친구니까 선생님께 혼나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말하면 친구가 선생님께 혼날거라고 자기의 불편을 감내하는 아이. 자꾸만 연우 앞에서 자기를 증명하려들면 번거롭고 오래걸리고 힘들텐데. 어쩌면 연우의 생각을 바꿔서 자기 이미지를 더 좋게 바꾸는 시도이기도 하니 고차원이랄까.


너무 멋진 생각이라서 내가 감히 더 끼어들 수가 없었다.


가온이 진짜 멋지다. 그리고 연우 별로 안싫어하는것 같은데. 연우가 혼날일도 걱정해줬잖아. 근데 가가온이가 힘들겠다. 연우가 가온이를 잘 보고 있는지 신경써서 옆에서 놀아야하니까.


어쩌면 나도 어릴때는 가온이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러다 쉽게 상대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것을 느끼고 그만 포기하고 쉬운길을 택해 선생님께 알렸을까. 아니면 연우에게 강력하게 대응해서 내가 안했다고 또 주변 친구들에게도 증언을 요청했을까. 아이들이 자기만 생각할때 이기심의 극을 볼수 있듯이 아이들이 화합을 택했을때 그 지칠줄 모르는 에너지로 어떤 노력을 해낼수 있는지. 순수함이 힘을 받을때 얼마나 영롱하게 빛나는지 볼수 있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학교에서 내 아이가 다친다면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