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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y Aug 17. 2021

해놓고 / 없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대학교와 첫 직장에 취업을 같이 했던 동기 녀석과 10여 년 만에 연락이 되어 식사와 가볍게 술을 한잔할겸 친한 형이 운영하고 있는 성수에 Bar에 들렸습니다.


그곳에는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혹시나 해서 가기 전에 연락을 하고 갔었는데 형이 신경 써서 잡아준 제 테이블 하나 빼고는 그 넓은 곳이 전부 만석이더군요, 끽해봐야 2인씩 밖에 모일 수가 없는데 어찌나 북적이는지 오랜만에 보는 생동감이 넘치는 Bar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내가 꿈꿔오던 하고 싶던 바의 모습이 이런 곳이었는데, 뒤돌아보니 제 이상과는 너무 멀어져있는 저의 현실에 자괴감 같은 현타가 왔습니다.


식사 자리를 같이하는 대학 동기 녀석은 호텔에서 10여 년을 근무하고 지금은 기본급이 없는 오로지 100% 실적제 영업 쪽에서 전국에서 탑클래스가 되어 정신없이 바쁘고 성공한 삶을 살고 있더군요.


세상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고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고 다들 힘들다는 와중에도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은 벌고 있고 동종업계에서도 코로나 사태 전부터 잘 되었고 방향성을 잘 잡아놓은 업장은 지금도 변함없이 그다지 큰 타격을 받지 않고 여전히 잘 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그 동기 녀석은 식사 자리에서 내일 오전에 만나서 계약하자는 고객의 갑작스러운 요청에 그 자리에서 음주를 절제하고 계약서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러 10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회사로 돌아갔습니다.

일주일 내내 회사에서 일을 하며 하루에 4시간 잔다는 그 친구 앞에서 오늘 잘 자고 컨디션이 좋은 제 모습이 뭔가 싫어지더군요.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가 없어서 지금 이런 것이다. 라는 건 사실 내가 내 마음을 위안 삼는 자기 합리화에 불과했던 것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나 노력한다고 해놓고 최선을 다해서 노력했던 적 없었고, 공부한다고 해놓고 공부한 적 없었다.

돈 없다고 해놓고 아껴 쓴 적 없었으며, 아버지처럼 힘들게 살기 싫다고 해놓고 아버지만큼 부지런하게 움직여본 적 없었다.


더욱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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