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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y Feb 21. 2023

서비스업의 인력난인 이유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2007년을 시작으로 햇수로 16년을 늘 현업에 있었지만 사실 최근에 운영하던 업장은 필드보다는 영업 관리직에 있었으므로 3년 정도는 거의 음료 트렌드에서 멀어져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내년이면 불혹의 나이를 바라보는 시점에 올해부터 정말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3년 동안 허송세월 보낸 것은 아니지만 어째서 조금 더 빨리 용기 내지 못했는지,,, 이따금 생각이 들고는 합니다.

전에 운영하는 업장은 강남에 있는 공연업이 중심이 되는 컨셉의 바에서 현재는 종로에서 오로지 음료에 집중된 캐주얼한 분위기의 업장을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어찌 됐든 두 업장 모두 주류를 다루는 바 였지만 극명한 차별점을 보이면서 느끼는 점들입니다.

최근에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더 이상 매일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아서 너무 좋다는 것입니다.

'아.... 너무 출근하기 싫구먼..-,.-' 이런 기분으로 최근 1년을 억지로 출근을 하다가 고민 후 큰 결심 끝에 모두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만, 어째서 이렇게 싫었을지 생각해 보면 업장마다 성격이 다르겠지만 매출은 높은 업장일 수록 진상 빌런들이 많이 출몰합니다.

'아.. 오늘은 어떤 손놈을 만나게 될까^^' 라고 부푼 기대를 안으며(?) 출근을 할 때가 많았습니다. 이게 과연 내가 운영하는 업장에만 정말 진상이 이렇게 많은 건지 아니면 멀쩡한 사람들을 진상으로 만드는 내가 문제인 건지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강남구에서 종로구로 업장 지역을 옮겨왔을 뿐인데, 뭔가 다른 나라에 온 것처럼 이런 스트레스들이 한방에 사라졌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꼭 강남구에만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지난 5년 동안 청담동에 있으면서 별에 별 인간 군상을 다 겪어봤던 것 같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기보다는 간혹가다 한두 명 정도이지만 어쨌거나 이런 사람들의 대부분의 공통점은 보상심리를 아주 크게 가지고 있으며 본인 아주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뭐...자기 자신은 소중하니까; 자기애가 너무 강해서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만 보통은 "내가 이만큼의 돈을 썼으면 날 이렇게 접대하면 안 되지!! 이 미천한 것들아!!" 라는 뉘앙스가 느껴지는데, 그럴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한대 줘패고 싶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려 꾹꾹 참으며 얼굴과 귀가 벌게 진채로 썩은 미소를 날리는 나 자신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어째서 이런 것인지 생각해 보면 분위기가 조용한 일반적인 업장이 아니라 음악이 크고 주변이 시끄러운 업장이고 음주량이 높은 과음하기 쉬운 업장일수록 도파민이 분비되어 한층 더욱 가중되는 것 같습니다, 어찌 됐든 직원들에게 본인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시 반말 및 욕설을 하는 인간성이 미달된 인간은 어딜 가나 뭐 그 정도의 차이가 덜하냐 더하냐의 차이지 결국은 진상이 맞습니다.

(그런데 더 소름 돋는 공통점이 하나 더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보통 본인 진상인지 깨닫지 못한다는 것..)

가끔씩 인터넷에 보면 서비스업 진상썰이 보이는데, 서비스업을 경험해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이 정말 있을까? 하는 말도 안 되는 비매너 진상 손님은 상당히 비일비재합니다.

제가 학교에서 식음료 서비스를 6년 동안 강의하면서 졸업 시킨 제자들이 수가 적어도 몇 백 명은 될 텐데, 가끔씩 졸업한 제자들에게 소식을 물어보면 아주 적은 비율로 현업에 남아있고 거의 대부분 2년을 버티지 못하고 전부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더군요, 

저도 예전에 바텐더를 시작하고 몇 년 동안은 직업의 진로에 대해서 상당히 고민을 했던 적이 있는데,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비전보다는 '내가 왜 이런 대우를 받으면서 이 일을 해야 되는 거지'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서비스업은 아무래도 감정 노동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기 때문에 정신적인 에너지를 소비하는 만큼에 비해 받는 급여가 거의 뭐 최저 임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는 특 1급 호텔, 그랜드 하얏트와 JW 메리어트 호텔을 입사했다가 퇴사했는데, 호텔이 바로 이런 안 좋은 단점 두 가지를 전부 가지고 있습니다. 호텔에서 판매되는 높은 금액의 서비스만큼이나 고객들은 일반 서비스업이 아닌 최상의 서비스를 호텔에서는 해야 한다고 지시하고 고객들은 그런 서비스를 받기를 원하면서 지급해 주는 급여의 액수는 정말 형편이 없습니다,

그래서 현재 호텔 같은 높은 서비스를 원하는 업장에서 직원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요즘 젊은 세대들은 굳이 이런 힘든 일을 안 하려고 합니다. 이런 현상들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며 앞으로도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 중에 한 가지는 매년 서비스업과 관련된 학과들이 정원 미달로 인하여 계속 사라지고 있습니다. 보통은 전문 대학교에서 호텔전공이나 바리스타, 소믈리에, 바텐더, 항공 서비스 학과들이 많은데 매년 정원 미달로 인하여 학과가 폐과 되고 이것은 지방은 물론 서울 수도권에서도 서비스업에도 유명한 했던 학교의 학과들도 계속 사라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인구감소로 인하여 현재 정원 미달인 대학교들은 계속 사라지고 있고 서비스업을 창업하는 업장들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으며, 서비스업에서 근무하려는 인원은 감소하고 있는 악순환이 계속될 듯합니다.

요즘 MZ 세대들은 열정도 없고 지밖에 모르는 개인주의 성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보통 이런 사람들은 제 나이 또래의 80~90년 그렇게 일을 하지 않은, 열정 페이로도 꿋꿋하게 참고 열심히 일한 세대들이 거의 대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만,

단순히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젊은 세대들을 보면서 혀만 끌끌 차면서 '라떼는 말이야...'를 말하기보다는 업장의 사장님들이 이런 처우와 복지를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려고 생각을 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름 있는 호텔이나 유명한 식음료 업장에서는 최저 임금으로 채용공고를 올렸어도 본인의 스펙이나 커리어를 쌓기 위해 입사를 지원율이 상당했지만, 요즘은 사실 그런 업장은 서비스업에서도 많지 않습니다. 특히나 예전에 정통 클래식 바가 몇 개 없던 시절에는 열정 페이보다 훨씬 낮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급여에 구인 공고를 올려놔도 일을 한번 배워보겠다고 대기표 뽑아야 되는 바도 있었습니다.

2008년도에는 그랜드 하얏트 호텔의 실습생 한 달 월급이 10만 원이었습니다. 100만 원도 아니고 식대 교통비 포함 진짜 그냥 딱 10만 원, 그때 당시에는 무슨 '10년 뒤 유망직종 호텔리어!!' 라고 해서 여기저기 전문대에서 홍보를 엄청나게 하면서 호텔경영학과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는 했었는데 15년이 지난 지금도 언제 유망해지는 직종이 될 것인지에 대한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실습생 한 달 급여가 10만 원이었던 시절에도 실습생 지원자가 엄청나게 넘쳐났습니다. 당시에는 서비스업에 대한 인력이 넘쳐났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이런 인력난의 문제를 해결하게 위해 단순히 다른 타 업장 보다 급여를 높게 책정해서 공고를 올리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서 어줍지 않게 월급 10~20만 원 올려서 구인 공고를 올려놔도 당연히 사람은 안 구해집니다. 왜냐면 그 돈 10~20만 원 보다 차라리 덜 힘든 일을 하고 싶을 테니까요;;

저는 '손님이 왕이다'라는 말을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왕은 사장이지 어째서-_-...)

손님이 무조건 옳고 어떤 컴플레인이던지 머리 숙여서 사과하는 것을 지양하는 편입니다.

저는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직원에게 함부로 하는 손님들은 당장 내쫓고 앞으로 오지 말라고 합니다.

업장과 직원의 잘못이면 사과를 드려야 되는 것은 당연히 마땅한 일이지만 요즘은 되지도 않은 이상한 요구를 하거나 근무하는 직원들을 함부로 하는 비매너들은 직원들의 피로도를 위해서라도 단호하게 차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들이 개선되지 않으면 앞으로는 인력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며, 단순히 급여를 올리는 것이 문제가 아닌 직원들의 복리후생 개선과 업장의 비전에 대해서 고민을 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급여가 엄청나게 높지 않은 이상, 내가 그 업장에서 근무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딱히 없다고 생각되는 비전 없는 업장이라면 둘 중에 하나입니다. 앞으로도 직원이 계속 구해지지 않거나, 아니면 진짜 개념 없는 자격 미달 인원을 마지못해 고용해야 하거나,

짧게 쓰려고 하는데 쓰다 보면 늘 길어지는군요; 이만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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