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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y Mar 04. 2023

Bar라는 곳을 혼자 가도 될까?

저는 23살 무렵 조주기능사 자격증 실기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교재에서 나오는 'Bar'라는 공간이 궁금했습니다.


오로지 책의 글로만 배운 칵테일이었기에 Bar라는 공간에서는 이 책에서 나온 대로 정말 손님에게 이런 서비스를 하는지 그리고 이런 칵테일들이 실제로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당시 그다지 많은 인생의 경험을 해보지 않은 상태였던 지라, 뭐 호텔이나 Bar 같은 고급스러운 곳을 가기에는 금전적인 문제도 있었겠지만 항상 제 머릿속에 남아 있는 질문은 '내가 이런 곳에 혼자 가도 될까?'였던 것 같습니다.


특히나 Bar 같은 곳은 뭔가 조명도 어두침침하고 굉장히 비쌀 거 같고.... 그리고 당시에는 남 시선을 엄청나게 인식했던 소심했던 23살 청년에 지나지 않았기에, 바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저에게는 바를 방문하기에는 뭔가 굉장히 부담스럽고, 첫 잔에는 뭘 주문해야 하고 기본적으로 바에 방문하면 기본적으로 몇 잔을 마셔야 하는,,,, 뭐 이런 암묵적인 룰 같은 게 있는 줄 알았습니다.ㅎ....


혼자 가면 바텐더가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꽤 지배적이었기에 당시에 소심하고 말수도 적었던 저는 괜히 방문했다가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말을 어버버 거릴까 봐 두려워서 못 가겠더군요,


그렇게 방문을 망설이다가 어찌저찌 하다가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러 Bar라는 곳에 처음 방문했었습니다.


그 무거운 나무로 만들어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을 때의 설렘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오래된 나무 향과 위스키, 그리고 리큐르들이 가지고 있는 달달한 향이 섞여있었는데, 살아오며 처음 맡아보는 그런 향이었습니다.


그렇게 바에 들어서서 거기에 일하고 있는 바텐더 선배 누나들과 처음 눈을 마주쳤을 때 처음 들었던 생각은 '아...괜히 왔다 그냥 집에 갈까;;;'였습니다. 당시에 같이 일했던 누나들의 얼굴 인상이나 화장이 쎄보여서 그랬겠지만; 뭔가 바텐더 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느끼는 굉장히 어색하고 불편한 감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뭐...그 뒤로 같이 일해보니 그냥 나랑 별반 다를 거 없는 똑같은 사람이었다는 걸 알고 나서는 그러지 않았지만, 아마도 제가 면접을 보기 위해 Bar를 가보지 않았다면 그 뒤로도 가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저처럼 위스키나 칵테일이 궁금하지만 막상 혼자 방문하기가 위와 같은 이유로 꺼려지는 분들이 분명히 있을 듯합니다.  가끔씩 손님들께서 '여기 혼자 와도 되나요?'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꽤 있는 편인데, 그렇게 물어보시고 당연히 된다!라고 대답하면 그다음에 '이런 곳을 혼자 어떻게 와요ㅎㅎ'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만


혼자서 방문을 하게 되면 뭔가 자신의 모습이 어색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사람들은 남에게 그렇게 크게 관심이 없기 때문에 혼자 오든 둘이 오든 그렇게 크게 신경 쓰지 않거니와 그곳에 근무하는 직원들 머릿속엔 '아.. 퇴근 시간 언제와ㄱ-....' 혹은 '배고프다...'뭐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을 안 하셔도 될 듯합니다.


그리고 혼자 방문하면 바텐더가 조금 더 신경을 써드리는 편인데, 뭐 둘이 오면 둘이서 알아서 할 얘기하면 되겠지만 혼자서 오시면 바텐더분들이 말동무도 해주고 도란도란 잘 서비스해 드립니다. 택시를 탔을 때 기사님들이 말을 너무 걸면 귀찮을 때가 있듯이, '나 오늘 혼자 있게 놔둬 주세요' 같은 기분이라면 굳이 티를 내지 않아도 바텐더들이 눈치가 대부분 빠른 편이기 때문에, 알아서 눈치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해드립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분들을 위하여 요즘 무제한 바비큐 뷔페 같은 곳에 가면 음식을 그만 달라는 의미로 테이블에 위에 표시를 해놓는다고 하던데, 바도 그런 시스템을 적용해서 '방해하지 마시오'라고 쓰여있는 잔 받침을 만들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가끔 합니다.


요즘은 예전처럼 바라는 인식 자체가 뭔가 굉장히 어두침침하고 퇴폐적인 문화가 사라져 건전한 문화 인식으로 자리 잡혀가고 있기 때문에 맛깔나는 술을 즐기는 목적으로 혼자 방문하셔도 좋을듯합니다.

저도 조용한 분위기에서 책을 읽는 다던가, 뭔가 생각을 정리할 일이 있을 때 종종 혼자 바에 방문하는 편입니다


혼자서 가보고 싶은 바가 있다면 일단 방문해 보실 것을 권합니다. 그리고 일단 안에 들어서면 인사와 함께 첫 마디로 '한 명이요:)'라고 말하면 나머지는 자리 안내부터 추천까지 알아서 다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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