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다 '숯' 넣은거 아니죠?
피트향이 강하게 풍기는 아일라 지역의 위스키는 위스키의 경험이 없는 분들은 향을 맡고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위스키입니다.
모든 아일라 위스키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흔히 말하는 '병원 냄새' 혹은 '요오드' 같은 향이 가장 먼저 떠 올리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아일라 지역 위스키를 처음 접하는 분들은 특히나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위스키를 처음 접하는 분들은 리뷰를 참고하시고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옥토모어 에디션 14.1은,
그냥 참숯을 술에 담근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재미있는(?) 술입니다.
따끈따끈하게 들어온 2023 옥토모어 에디션 14.1을 리뷰해 볼까 합니다.
일단 이 술은 굉장히 귀한 술로 이번 에디션이 국내에 아주 극소량 입고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걸 니가 어떻게 아냐구요?
입고된 지 3일이나 됐는데 아직 아무도 리뷰를 안 올렸더라고;
증류소 : 브뤽라디 Bruichladdich
용량 : 700ml
지역 : 스코틀랜드 아일라
숙성 기간: 5년
숙성 캐스크: 버번 캐스크
도수: 59.6%
가격: 매우 있음;
구매 난이도: 매우 매우 어려움.
이 옥토모어는 미친 페놀 수치 답게 라벨에 당당히 SUPER HEAVILY PEATED 라고 써놓았듯,
스모키한 위스키의 향을 그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는 위스키입니다.
PPM이라는 것은 페놀 수치를 뜻하는데, 위스키를 만드는 과정에서 맥아를 '피트'라는 천연자원을 불에 태워 생기는 연기를 입히는 작업을 하는데, 이 피트의 사용량이 높을수록 훈연 향이 강합니다.
스코틀랜드의 아일라 지역의 위스키들이 대체적으로 이렇게 강한 피트향을 가지고 있는 위스키를 생산하는데, 대체적으로 가격이 만만하여 입문용으로 즐기기 좋은 엔트리급 중에 '아드벡 10'년도 강한 피트향을 자랑하는데, 이 옥토모어 보다 한참 못 미치는 50~60 PPM 정도입니다.
(가격도 옥토모어가 무려 4배 정도 비싸긴 하지만....)
5년 밖에 숙성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색 자체는 굉장히 연한 레몬색을 띠고 있습니다. 화이트 와인 정도에 가까운 색을 가지고 있는데 향을 맡으려 코에 살짝 갖다 대면 사실 이때까지 엄청 폭발적인 훈연 향이 난다기보다는 은은하지만 역동적인 피트향과 군고구마에서 느껴질 법한 고소하고 달달한 향이 섞여있습니다.
아드벡이나 라프로익 같은 위스키는 직관적으로 코에 훈연향이 훅 들어오는 느낌과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맛은.... 테이스팅 하려고 입술에 갖다 대려고 하는 순간 입술이 따끔 거립니다;;;
높은 알코올의 휘발성 때문인지 눈과 가까워질수록 눈이 시린 정도...
맛은 높은 도수임에도 첫 맛에서 강력하게 느껴지는 피트향과 버번에서 느껴질 수 있는 달달한 바닐라와 잘 익은 과일향이 느껴지는 신기 방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훈연 피니시 자체도 굉장히 여운이 깊게 남으면서 '이게 자본주의의 맛이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시중에서 이 위스키를 구하게 된다면 아마도 40만 원 이상이 아닐까 싶은데, 저도 판매용으로 어렵게 구한 위스키라 약간만 테이스팅을 했지만 여운이 매우 강하게 남는 위스키였습니다. 국내에 딱 120병이 입고되었다고 합니다. 옥토모어는 피트 위스키를 좋아하는 분들의 굉장히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데,
역시 수요가 많고 공급이 적다면 아마도 가격이 더욱 상승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페놀 수치 128. 9 이라는 극강 난이도의 피트향을 자랑하는 이 위스키는 어느 날. 소개팅으로 2차를 왔던 남 여 손님으로 인하여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또렷이 남습니다.
남성분께서는 위스키에 대해서 꽤나 지식과 경험이 많아보이는 분이셨습니다.
식사를 하고 자리를 옮겨 제가 근무하던 바에 오신듯해 보였는데, 제 느낌상 여성분께서 남성분을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 여성분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해가 되는 것이 너무 눈치 없게 자기 자신 이야기만 신나게 하시더군요,
여성분께 위스키를 추천해 주는 그때 이 옥토모어를 추천하였습니다.
이 옥토모어라는 위스키가 피트가 _#^@%☆ 가격이 굉장히 비싸고...#&'&#>$$!
'이걸 추천해준다고???'저는 속으로 약간 흠칫했지만 소개팅 자리에서는 어지간하면 끼어들지 않는 것이 좋기 때문에 일단 달라는 대로 해드렸습니다. 이때 다른 위스키로 회유해서 추천해 드릴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남성분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음으로.. 그냥 드렸습니다;
남성분 본인은 멕켈란을 마시면서 왜 여성분께 이걸 추천했을지는 의문이었지만, 제 생각엔 아무래도 희소성이 있는 뭔가 썸띵 스페셜한 경험을 여성분께 선사해 주고 싶은 마음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 여성분께서는 뾰로통하게 시선을 다른 곳을 보면서 글라스를 집어 들고는 향을 맡지도 않은 채 이 옥토모어 위스키를 시원하게 들이키는 대형 참사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음.... 제 생각에는 '니가 사주는 술 한잔 마시고 나는 빨리 집에 가고 싶다'라고 얼굴에 쓰여있었는데, 이 옥토모어를 소주처럼 시원하게 들이키고는, '엌!!' 이라는 짧은 탄성과 함께 고개를 떨구고는 두 손을 눈과 이마에 갖다 댄 채, 한참이 말이 없었던 모습이 생각이 납니다.
그런 반응이 남성분께서는 마음에 들었는지 들뜬 말투로 여성분께 물어보더군요
"OO씨!! 위스키 어때요???ㅎㅎ"
그러자 여성분께서는 고개를 들며 입술을 꽉 깨물면서 이야기하더군요.
"아...X발 OO씨나 많이 드시고 앞으로 연락하지 마세요."
........
뭔가 못 들은 척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또렷하게 제 귀에 박혔기 때문에 애써 고개를 돌리고는 헛기침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뭐... 그 소개팅이 성사가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면 어떻게든 다른 위스키로 회유했겠지만 어차피 결과가 눈앞에 그려지는 소개팅이었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 뒀던 것 같습니다.
옥토모어는 이런 위스키입니다. 입문자분들은 호기심으로 도전하기에는 매우 경험자 레벨이므로 충분히 라프로익이나 아드벡, 라가불린 같은 위스키를 먼저 경험해 보시고 도전하시는 것을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그래도 너무 궁금해서 한번 마셔보고 싶은 분들은 저희 업장에 오시면 경험해 보실 수 있습니다 ㅎㅎ...
*위스키 리뷰를 앞으로 다뤄볼까 합니다만, 이미 국내외에서 너무 나도 많은 위스키 전문가와 블로거들이 향과 맛에 대해서 잘 다뤄놨기 때문에 제가 리뷰하는 난이도는 최대한 초급자 혹은 입문자분들도 이해하기 수월하도록 작성될 예정이오며, 제가 그동안 바텐더로 지내오며 특정 브랜드에 대한 에피소드를 함께 다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