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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y Jan 29. 2021

서비스업의 흔한 빌런들.

바텐더

간혹 손님들에게 바텐더로 근무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드냐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게 되는데,


바텐더로써 가장 힘든 순간은 개인적으로 '사람'이라고 대답해드렸습니다.

20대 중반 군 생활을 경험하셨던 분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군 생활도 날씨, 환경, 훈련보다도 힘든 건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바에서 근무를 하다 보면 불특정 다수의 다양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중에서는 매너가 좋은 사람도 있을 거고 정말 두 번 다시 보기 싫을 정도로 진상 손님을 맞이하게 될 때도 있는데, 한 달에 한두 명 정도는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의 진상 손님, 아니 빌런을 만나기 마련입니다.


저도 최근에는 직원들이 그만두는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은 손님들에 대한 스트레스가 가장 컷는데, 돈이야 얼마든 벌든지 간에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으면서 이걸 하고 있어야 하나.....'라는 자괴감이 드는 순간들이 찾아옵니다.


물론 이런 스트레스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다르겠지만 저는 이걸 벌써 내년이면 15년 차인데도 아직도 직원들에게 함부로 하는 손놈들을 보면 가끔씩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는 합니다.

이번에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분들을 괴롭히는 빌런들의 유형에 대해 풀어볼까 합니다.



1. 존칭을 잊어버리신 분들.

"야 이거 하나 줘" "얼마야?"등등 가장 흔한 유형입니다.

일반적으로 연령 때가 비교적 30대까지는 적은 편이긴 하나 40대부터 주로 많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일단 저보다 나이가 적든 많든 처음에는 듣고 넘어갑니다. 두세 번째 즈음에는  저도 이야기합니다.

"죄송한데 반말은 안 해주셨으면 좋겠는데요^^"라고 하면 대부분의 경우는 "아...옙 죄송합니다"라고 하는 경우는 당연히 거의 없고 "니가 여기 매니저야?" 라든지, "나 여기 사장이랑 친한 사이야" 뭐 이 정도의 경우의 수로 나오는 게 대다수입니다. 처음부터 바로 "죄송합니다" 라고 나올 것 같은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반말을 사용하지도 않았겠죠.


저는 직원들에게도 초면에 반말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편인데, 이런 경우는 한 번 두 번 받아주면 도가 지나치는 일이 분명히 생기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바로잡아서 말하는 편입니다. 그래도 수긍을 안 한다거나 기분이 나빠서 싸움이 날 것 같으면 그 자리에서 계산 받고 바로 내보내고 앞으로 방문을 사양한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편입니다.



2. 디스카운터.

"이거 어디 바에 가면 0000원에 팔던데" "이거 면세점에서 0000원에 파는 건데, $#%$^## 그러니까 깍아줘" 

이런 경우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명쾌한 대답은.......그러면 거기 가서 드시면 됩니다... 아니면 면세점에서 사서 집에서 드세요 제발.....

저는 사실 이런 경우가 워낙 많다 보니 대답을 "저도 먹고살아야 되지 않을까요?" 라고 대답해드립니다.

이런 분들은 면세점에서 세금을 면제해 주는 원리 자체를 이해 못 하시는 분들이나, 본인이 지금 이용하고 있는 장소에 대한 비용과 서비스 비용이 과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왜 이렇게 비싸요?" 라고 물어보면 당신이 이용하고 있는 이 장소에 대한 우리가 내는 세금 + 카드 수수료 + 월세 + 공과금 + 인건비 등을 일일이 설명해 주고 싶지만 물론 전부 다 설명할 수도 없고 이런 분들은 대부분 설명해 준다고 해도 "그래도 비싸니까 깍아줘" 혹은 "그러면 이거 깍아서 그냥 0000원에 해줘!!!" 가 보통이죠,


......제발 우리 업장의 가격을 님이 마음대로 정하지 마세요......

그렇다면 애초에 가격을 비싸게 메뉴에 올려서 적고 메뉴 상단에 "네고 가능" 이라고 써서 깍아보는 방법도 괜찮을 듯?



3. 프로 찝쩍러.

이건 사실 남자 바텐더보다는 여자 바텐더에게 해당 사항이 흔히 있는 경우죠.

일단은 바텐더와의 친분이 있는 관계를 만들었다고 생각이 되거나 했을 경우에 "번호 좀 알려주세요" 혹은 "명함 주세요"라고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뭐 여기까지는 누구나 좋은 의도로 그랬다고 생각했다 칩시다. 예약을 하려고 번호를 받아 가거나 아니면 이 바텐더가 정말 마음에 들어서 근무하는 날 오려고 하는 경우는 예외로 치고, 우리가 요새 흔히 사용하는 언어로 선 넘네... 라고 쓸 수 있는 경우인데, 사적으로 귀찮게 계속 연락을 해서 밖에서 만나자고 하는 경우도 빈번히 많이 보곤 하는데, 바에 근무하는 종사자들을 쉽게 생각해서 이렇게 사심으로 접근을 합니다.


이런 경우는 본인이 잘 처신하는 것이 중요한데, 뭔가 그런 낌새가 보인다거나 이런 곤란한 요구를 해올 것 같은 때에는 이 손님은 다시는 안 와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손님을 잃으면 안 될 것 같다. 이 경우가 중요한데, 저 같은 경우는 그냥 못 알아듣는 척했습니다;;;; "문자 잘못 보내신 것 같아요^^;;" 라던지....아니면 그냥 무시하는 것도 상책일듯합니다.



4. 인크레더블 헐크.

이 유형은 1번 유형의 분들이 포켓 몬스터처럼 술을 마시고 진화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영화 '뚝방전설'에 나오는 명대사가 있습니다 "경찰은 우리와 5분 거리에 있다"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못난 인성을 가진 사람이 술까지 들어가면 그 진상력이 매우 상승하여 정말 가히....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이가 갈리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행해버리고 뭐... 반말은 기본이고 쌍욕에 기물 파손에 심하면 손찌검까지...

일단은 절대 사로 때리거나 하는 행동은 하지 마시고 경찰 불러서 고소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그러면 술이 어느 정도 깨고 헐크의 변신이 풀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보통은 "잘못했습니다. 제가 그만 술이 취해서 데헷."을 시전합니다.

일단 고소를 하시고 합의를 안봐주시면 그쪽에서는 변호사를 고용하거나 벌금형을 맞게 되는 게 이게 추후에 기록이 남기 때문에 도저히 용서가 안된다면 합의를 안 해주고 검찰로 사건을 송치하시면 됩니다.



5. 자신들의 이야기인지 모르는 그분들.

제가 예전에 어느 게시글에서 읽은 내용인데, 편의점에서 직원이 "봉투에 담아드릴까요?" 라고 물어봤더니 "아니 그럼 이걸 손으로 들고 가라는 말이에요?????" 라고 말했다고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일상생활이 가능할까?'라고 의구심이 드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도시 전설로만 내려오던 이런 인성이 바닥인 사람들도 있구나...라는 것을 실감을 많이 하게 되는데,

이런 이야기들을 보거나 들으면서도 자신의 이야기인지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1번과 4번 유형은 특히 자라며 가정 교육을 잘못 받았다고 판단되는 안타까운 경우입니다.


저는 호텔리어, 승무원 같은 직업군의 서비스업 종사자분들을 리스펙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화도 못 내고 웃는 얼굴로 매뉴얼대로 설명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진상들은 "내가 뭘 잘못했냐?" "너네가 나를 우습게 봤다"라는 도돌이표 피해망상증 같은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저는 인간관계를 맺을 때 어디 음식점을 가서도 위와 같은 경우 중 한 가지라도 행하는 사람과는 다시는 얼굴 조차도 보지 않으려 합니다.


진상까지는 아니어도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손님들이 있는데 마감 시간 직전 입장해서 "진짜 딱 00분만 더 있다가 나갈께요" 라고 떼를 쓰는 손님들도 있습니다. 이건 닥터 스트레인지가 와도 시간 못 돌리는 부분이니 제발 나가주세요. 

제 경우에는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되기 때문에 직원들을 먼저 퇴근 시키고 제가 마감하고 퇴근을 하면 됩니다.


편하게 반말이나 가격을 깍아달라는 이런 경우에는 물론 손님과의 친분이 있을 때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고 매너가 좋은 손님이라면 알아서 잘 챙겨줍니다.


제가 쓴 유형은 초면 비매너 유형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이니 오해없으시길 바랍니다.


5년 10년 이상씩 겪고 나면 내성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을 하는데, 내성만 생기기 시작하는 게 아니고 자기 자신이 성격이 좋지 않게 변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저처럼

그래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회 초년생들이 이러한 부분들을 힘들어하고 상처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 상처받은 자신의 마음은 자기가 알아서 스스로 추스려야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머리로만 알고 있고 가슴으로 실천이 안되는 1인...


저는 고된 노동으로 인하여 신체적으로 겪는 피로감보다 정신적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더 크더군요.

그래서 이런 스트레스를 받으면 풀 수 있는 방법을 자기 자신이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주로 음주와 흡연으로 풀었는데, 이건 절대 금물입니다. 스트레스를 더 악화 시키더군요.

저는 담배는 끊은 상태이고 음주도 1주일에 한두 번 정도 마시는데,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는 주로 운동을 해서 해소하는 편입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시는 서비스 업종에 있는 모든 분들이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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