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의 아침이 밝았다.
전날 밤, 카타니아 공항에서
노토의 숙소로 향하던 길은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창밖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처럼 선명했다.
창문 너머로 따스한 햇살이 쏟아졌고,
올리브나무와 선인장, 그리고 돌담 너머로 고양이 한 마리가 느긋하게 지나갔다.
모든 것이 느릿했고, 고요했으며,
그 느림이 이상하게 마음을 놓이게 했다.
그 풍경은 내가 상상해온 시칠리아 그 자체였다.
나는 호기심에 올리브나무에서 가장 예쁜 열매를 하나 따서 먹어보았다.
“퉤.”
맛은 상상과 달랐다.
놀랄 만큼 시큼했고, 놀랄 만큼 떫었다.
두 번은 먹지 않기로 했다.
알고 보니 날것 그대로의 올리브는 먹을 수 없다고 했다.
오랜 시간 소금물이나 오일, 허브에 절여야만
비로소 부드럽고 깊은 맛을 낸다고 했다.
시칠리아의 첫인상은 그렇게 강렬했다.
수영장에서 친구와 햇살을 즐기고 있을 때,
숙소 주인 알폰소가 인사를 건넸다.
우리는 이곳이 정말 아름답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올리브나무와 선인장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나는 장난스럽게 물었다.
“혹시 이곳에서 수확한 올리브로
올리브유를 만들어 파시나요?
그럼 꼭 사고 싶어요.”
알폰소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올해는 흉작이라 수확이 별로 없어요.”
그의 말투에는 아쉬움 대신 평온함이 묻어 있었다.
그저 자연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우리는 웃으며 말했다.
“내년엔 풍년이길,
알폰소 씨의 올리브유 장사도 번창하시길.”
시칠리아에서 올리브 나무와 고양이를 키우고 에어비앤비 사업을 하며 밤에는 시내에서 기타 연주를 하는 알폰소. 그의 삶과 미소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힐링이 됐다.
내일이면 효정이의 생일이다.
이 여행의 진짜 목적이자,
우리 모두가 시칠리아까지 모이게 된 이유.
내일은 아마 오늘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하겠지.
조용했던 노토의 아침과는
또 다른 내일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