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쓸 모 없는 경험은 1도 없다.

직업능력개발훈련교사

by 노마드노트

정보*컴퓨터 교사 뽑습니다. 혹시 교원자격증 있으실까요? 00고 교감 올림.



읭?? 뜨근한 침대에 누워 띵까띵까 하고 있는데 30분 전에 웬 교감선생님 문자가??


서울시교육청 포털일자리 센터에 들어가서 00 고등학교 채용공고 검색해 봤다. 내일 마감 빨간 폰트 박은 급한 채용껀였다.


죄송합니다. 저는 교원자격증은 없습니다. 근데 "게임콘텐츠 제작지원" 수업을 원하시네요. 제가 시스템 아키텍처 기획이나 콘텐츠 기획 수업지도 가능하니 방과 후 교사 모집 때 연락 주세요~~



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방과 후 등으로 꼭 뵙고 싶습니다. 꼭 조만간 연락할게요!!


이 뜨거운 환대는 뭔 일이지? 이력서 열람목록을 보니 교감선생님이 이틀간 내 이력서를 방문하셨다!


컴퓨터전공자라면 좀 아쉬운 2급 정교사 자격증.


나 때는 사범대나 교대 아니면 교원자격증을 딸 수 없었다. 실사 딴다 하더라도 공고에나 가서 지도해야 하는 과목인 컴퓨터.


진짜 교원자격증 필요하다며 여자가 잘 안 들어가는 전자과 전공공부를 울면서 잘하는 남동생 학우에게 거의 손이 발이 되도록 빌면서 공부하는 거 보고 내심, 이건 아니지 않나? 했더랬다.


난 학부생 세대라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였는데 우리 학교는 전자과만 교원자격증이 나왔던 걸로 안다. 전자 교원자격증 따도 진출할 수 있는 학교는 공고 밖에 없던 2000년 초반 시절이라..


지금이야 마이스터고, 명문 특성화고, 서울형 마이스터고해서 많이 제도가 좋아졌고 초, 중, 고에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정보, 컴퓨터 교육이수 시간이 늘어나고 있는 바뀌는 추세니... 컴퓨터 교원자격증도 많은 줄 착각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내 눈에 들어온 NCS확인강사, 어? NCS? 익숙한 단어라 이 키워드로 알아보고 follow up 해서 알아보니 결국 찾게 된 직업능력개발훈련교사.


이건 또 뭐야~ 알아보니 '학사 학위나 국가자격증 취득하고 한 분야에서 7년 경력'을 인증하게 되면 온/오프라인 200시간의 13과목 NCS교직을 이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워지고 이수해서 시험에 통과하면 직업능력개발훈련교사 자격증을 받게 된다는 거다. 공공기관이나 특성화고에서 강의를 할 수 있다는 자격이 생긴다는 걸 알게 되면서...


에이씨 작년에 알았으면 교감선생님한테 기회 왔을 때 저 직업능력개발훈련교사자격증 있어요. 내뱉을걸... 쩝;;;


그래서 NCS 기반의 신 직종 154개에서 찾아봤다. 나는 과연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어떤 과목을 가르칠 수 있을까?


1. 실감형 콘텐츠 제작

2. 정보기술개발

3. 사업관리

4. 경영기획

5. 홍보*마케팅

6. 재무*회계

7. 법률(지식재산)

8. 여행서비스

9. 정보기술전략*계획

10. 정보기술운영*관리

11. 판매


11개 교과목을 가르칠 수 있을 거 같다. 우선 2개를 올해 한꺼번에 취득가능 했다. 마침 운 좋게 연초에 직업능력개발훈련교사를 알게 돼서 첫회 모집은 놓쳤지만 많지 않은 서울 후발 모집에 지원해서 경력으로 붙는다면 승산이 있어 보인다.


코로나시절 메타버스에 꽂혀서 회사 퇴사하고 나서 메타버스 게임 콘텐츠 기획자과정(언리얼)을 들었다. 메타버스에 낚여서 960시간을 투자했지만 결국 메타버스가 아닌 게임에 올인한 수업과정에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난 솔직히 4D 수준의 게임을 즐기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건 메타버스 공간을 어떻게 그래픽으로 구현하는지가 궁금했던 거고 카이스트에서 그 당시 메타버스 석사과정 모집 중이라 미리 체험하고 싶었다. 지금은 메타버스 시장이 사라져 버렸지만 당시 난 메타버스에 투자한 게임회사에 내 커리어가 통할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유일무이하게 관심이 가졌던 교과목은 "시스템 아키텍처 기획과 콘텐츠 기획과 레벨디자인"였다. 요거만 240시간이다.


근데 그 시스템 아키텍처 기획과 콘텐츠 기획이 게임학과가 있는 특성화고에서 필요한 교과목이라니.... 응용 SW엔지니어링 NCS 직종을 얻어서 직업능력개발훈련교사 자격과목으로 인정도 받다니...


역시 인생에서 살다 보면 쓰잘데 없는 경험도 다 쓰이게 된다!!!! 알고는 있었지만 저 지옥의 960시간은 내 인생에서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는데.. 인생은 진짜 모르는 거 같다.


거기다 나는 레벨디자인 수업에서 운이 좋게 멀티캠퍼스 수강생 20명 중 1등 했다.

수강생 20명 모두 다른 사람의 콘텐츠 기획서를 보고 언리얼로 제작하고 내 콘텐츠 기획서는 타 수강생이 제작하는 서바이벌 방식였다.


유일무이하게 레벨디자인 제작하면서 모듈을 놓는 재미가 있었다. 보통 그래픽 사양 높은 컴퓨터로 작업을 하지만 난 새로 나온 2023년형 Mac Air로 언리얼 설치해서 외장하드 1 테라 사가지고 작업했다. 최근에 포트폴리오 빼고 언리얼 포함해서 싹 다 지웠더니 90기가 드라이브가 생겼다. 나름 학생들에게 선생님 레벨디자인 수업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당당하게 얘기해야지 게임에 미친 수강생들 중에서 1등 먹었다고 ㅋㅋㅋㅋㅋㅋ

그렇지 않아도 직주근접의 중고등학교 알아보다가 집에서 가까운 예술특성화고에도 게임학과가 있어서 교감 문자 받고 시스템 아키텍처랑 콘텐츠 기획 수업지도 계획서 만들어놔야징~ 했는데 ㅎㅎㅎ 특성화고에서 인정한 공식 직업능력개발훈련교사 자격증까지 생겼으니 교원자격증의 부재를 채울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오래간만에 경영지도사로 활동하시는 스터디언님께 전화했더니 본인은 이미 3개 받았고 2개 더 받을 생각이라서 뭐 받았냐고 여쭈어보니


양식조리사, 소방방재, 판매 푸하하하하..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오신 거예요~ 7년 경력으로 첫 번째 자격증을 받으면 그다음 추가될 직종은 경력 5년만 있어도 인정해 준다.


5년 전 경영지도사 스터디로 만났을 때 사회복지사 라이선스 따두셨는데 그건 경력 5년이 안 돼서 신청을 못 하셨나 보다. 난 사업하고 지식재산학위 공부하느라 도중에 시간이 도저히 안 돼서 떠났지만 이분은 꾸준히 10 회독하셔서 2차 과목 논술시험 보러 갔더니 그냥 쓰더지더란다. 역시.. 인생에서 살아온 경험이 그냥 버려지는 건 없다. 소방 쪽은 상상도 못 했는데 지금 박사과정 졸업반이라서 자격증 따두면 언제 가는 쓰인다며....


석사는 언제 졸업하고 박사는 또 언제 공부 시작하셨대? 급 반성하게 된다. 박사과정 하시는 분도 판매도 받아두셨다기게..

나는 1. 실감형 콘텐츠 제작이랑 2. 정보기술개발만 취득할 생각였는데...


꼭 자격증 취득하셔서
교단에서 일하시면 좋겠습니다!


교감 선생님 문자 말씀이 떠올라 그동안 배워가면서 사업하면서 총괄했던 모든 커리어를 뽑아보니 3번부터 11번까지 뽑아낼 수 있었다.


못 알아들은 "판매" 덕분이다.

그래 어차피 살면서 세일즈는 필수야.

가끔씩 연락온 헤드헌터한테 내 커리어 팔아먹어야 하고, 어제 면접후기로 높은 등급으로 등급업 한 아이컨 카페에 나온 채용공고에 팔아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생은 정말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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