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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man with yellow smile Jan 25. 2023

먹는다는 행위

횡설수설 [14]

원초적인 본능에 대한 고찰


세상의 많은 것들이 아닌척하면서 원초적인 본능을 기반으로 두고 움직이는 듯했다.

그 본능 자체를 죄악시하는 사람들도 있고, 오히려 그 본능 자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같이 일했던 미국친구가 ‘먹방’이라고 발음하면서 불닭볶음면을 10개씩 만들어 먹는 영상을 보여줬다.

요즘 자기가 가장 빠져있는 콘텐츠가 먹방이라고 했다.


원래 먹는 것에 대해 그렇게 크게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 솔직히 많이 먹는 먹방에 대해서는 별로 흥미가 없고

어쩔 땐 좀 기괴하게 느껴지기 까지 한다.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식욕이라는 건 뭘까?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또 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먹는다는 행위자체가 굉장히 귀찮고 버거웠다.

알약처럼 한 알만 먹으면 한 끼가 해결되는 그런 약이 개발되길 바라기도 했다.

예전엔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저렴하고 양이 많은 식사만 찾아다녔다. 하지만 요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먹는 것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게 아닌,

누군가와 ‘함께’ 먹고 마시고 시간을 보낸다는 게 얼마나 큰 추억, 위로, 그리고 행복이 되는지 깨달았다.

관계의 시작에도, 관계의 중심에도, 항상 함께 먹고 마셨던 기억들이 있다.


중요한 데이트에 어울리는 샹그리아와 그렇지 못했던 새까만 먹물 빠에야,


4층 독서실 건물 1층에 있던 오락실옆 김밥천국에서 친구들과 함께 먹었던 김돈라 세트


학교 앞 유일하게 새벽 3시까지 문을 여는 중국집, 허름한 외관 때문에 위생이 살짝은 걱정됐지만 맛은 기가 막혔던 쿵파오치킨


영어가 통하지 않는 이탈리아 해산물 집에서 사장님이 답답해서 직접 추천해 주셔서 먹었던 해산물모둠


원룸 친구 자취방에서 회와 화이트와인의 환상의 쿵짝을 경험한 밤


아버지가 술안주로 드시던 오징어와 견과류, 대부분을 내가 옆에서 뺏어먹어서 생수를 들이키시던 그


입 속에서 녹아 없어지던 할머니의 갈비찜


셀 수도 없는 수많은 기억들 속에 항상 먹고 마시는 게 가득하다.

먹는다는 건 모두에게 다 다른 의미가 있을 듯하다.

내가 번거로워했던 식욕은, 오히려 나에게 많은 관계와 추억들을 선물해 주었다.

책상보다 식탁이 더 따뜻하고 정겹다. 식탁에 앉아서 맛있는 걸 먹고, 맛있는 걸 마시며 이야기 나누고 싶다.


오늘은 뭘 먹을까?


themanwithyellow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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