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하게 됐다.
얼마전부터 불편했던 배의 증상이 일상에 영향을 미치자 병원을 찾았다.
대장내시경을 했는데, 장이 유착된 것 같다며 현재 병원 장비로는 볼 수가 없으니 큰 병원에 가라는 소견서를 받고 고대안암병원을 다니게 됐다.
소화기내과로 인계를 받아, 정밀 CT와 MRI를 통해 결과가 자궁내막증 대장침범이라는 병명으로 산부인과로 인계되고 대장항문외과와 협진을 통한 외래를 다니고 수술날짜를 잡았다.
이 두 줄의 과정이 두 달이 걸렸고 나는 별 생각 없이 입원을 했다.
결장 밑 직장을 누르고 있는 자궁내막증유래로 보이는 이 외부 조직덩어리가 위치가 너무 밑에 있어서 까다로웠기 때문에 나는 대장항문외과 교수님도 외래로 만났고 수술전에도 따로 찾아주셔서 설명을 다시 해주셨다.
수술 전 외래에서 안좋을 경우 불가피하게 장루를 달 확률도 있어보인다고 하셨다.
그래, 그 장루라는 단어가 수술을 기다리는 내 마음을 자꾸 종종거리게 만들었다.
대학병원 수술은 원래 이런건지, 별다른 연락이 없다가 입원 이틀전부터 친절한 안내 문자를 하곤 했다.
입원 당일 오후 4시에 맞춰 오라는 안내에 맞춰 입원 수속을 마치고 첫날은 그냥 지나갔으면 좋았겠지만
생전 처음해보는 관장의 고통에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차라리 모든게 나가고 고통이 끝나길 바랐던 첫째날이 지나고, 둘째날도 내내 장을 비우면서 수술날을 맞이했다.
수술 전에, 대장항문외과 교수님은 여전히 까다로운 위치에 대해 우려를 표하시며 장루 이야기를 하셨고,
나는 장루는 안된다고 말씀을 작게 드려보았지만 미용보다는 환자의 목숨이 우선이라는 명언만 들었다.
까다로운 수술이 될거라 예상하여 제일 마지막 순서에 배치된 나는 오후 3시 남편과 베프와 환하게 웃으며 헤어졌다. 실은 이때까지만 해도 장루 확률이 10%라고 하신 말씀을 굳게 믿었고, 뭔가 맹장 제거하는 느낌으로 가볍게 수술실을 들어갔다.
수술대기실도 신기했고, 준비된 수술실도 신기했고, 나빼고 분주한 그 분위기가 생경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그리고 난 10시간만에 수술실에서 나올 수 있었다. 수술시간만 8시간이 넘는 대수술이었다.
직장의 1/3을 제거했고, 우려했던대로 장루를 달고 나왔다.
대장암이나 직장암 환자가 받는 수술을 갑자기 하게 되었고, 말못할 고통 속에 눈을 뜨고도 6시간은 꼬박 잘 수가 없었다.
준비되지 못한 마음은 수술 후 내 상태를 받아들이기 힘들게 했다.
죽을고비를 넘겨 나왔다는 것도, 임시장루지만 장루와 일상을 보내야하는 것도, 또 다시 복원 수술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전부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었다.
나는 잠시 눈감았다 뜨면, 뭔가 해결돼 있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일상이 변했고, 난 적응해야했다.
길어야 5시간이면 나온다는 사람이 꼬박 10시간이 넘어서야 나올 수 있었는데,
그 두 배의 시간을 기다리며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잠시 내가 없는 삶이 억지로 상상이 되었다고 했다.
나는 그렇게 갑자기 장루환자가 되었다.
내 인생이 강제종료 당할 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