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하루아침에 장루환자가 되었다.
나의 경우에는 외부조직으로 인한 직장손상이 광범위해 직장을 1/3을 잘라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항문과의 거리가 5cm채 되지 않아 남은 건강한 직장과 위의 대장을 잇는 수술을 했고,
꼬맨 부위를 보호하기 위해, 소장에서 장루를 만드는 회장루를 하고 나오게 되었다.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나는 내 오른쪽 복부에 자리잡은 낯선 봉투가, 그리고 봉투를 채우는 초록색의 뜨끈한 액체가, 뽀글뽀글 소리를 내며 부풀어오르는 모양이 영 불편했다.
영구장루나 임시장루라 하더라도 일정기간 이상 장루를 달고 지내야하면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다는 글을 봤다.
나역시 임시장루지만 장이 회복하는데는 6주~8주나 걸리기 때문에 최소한 2달, 회복이 느리다면 3달은 장루를 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 2달~3달 기간이 암담하기만 했다.
복원수술 이후에도 장이 회복하는데 또다시 2~3달이 걸리는데, 나는 그럼 최소 4개월에서 6개월의 회복기간을 거쳐야한다.
말도 못하게 고통스러웠던 전신마취 수술이 또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공포스러웠다.
그리고 내 2025년은? 나의 일은?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거지?
달라진 일상을 받아들이는 것도 벅찬데,
회복하는 기간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수술 후 3일 째 되던날 입원 후 처음으로 죽을 먹게 되었다. 6일만에 먹는 죽이었는데, 괘씸하게도 나는 감격스럽지 않았다. 그저 나의 처지가, 고통이 힘겨웠다.
분명 입원 날 오전까지만 해도, 회사를 위해 업무를 보았던 멀쩡한 사회인이었는데
나는 일어서 걷는 것만으로도, 소변을 보는 것만으로도 칭찬을 받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수술 전에는 장루가능성을 듣기는 했지만, 회복기간이 이렇게 더딜 것이라고
장을 쮜어짜는 고통이 내내 있을 것이라고
그것때문에 먹은걸 다 토해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은 아무도 해주지 않았다.
왜 내게 이런일이 벌어진 걸까
벌어져야 했었던 일일까
감사하게도 수술 전에 병자성사를 봐주신 병원 내 신부님께서, 옮긴 병동을 어떻게 아시고 매일 찾아와주셔서 안수기도를 해주셨다.
신부님의 기도말에도 나는 울컥 넘쳐오르는 원망을 감출수 없어 눈물만 흘렸다.
어떤 날은 신부님의 걱정하는 그 눈도 마주할 수가 없었다.
회복기간 중 갑자기 또 지속적으로 찾아오는 복통과 구역감에 퇴원일은 불투명해졌다.
받아들여야하는구나.. 아니, 받아들여야만 한다
나는 회복해야하고, 장루환자로 2개월이든 3개월이든 보내고, 다시 내 일상을 찾아야한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고통앞에 그대로 무너져버리는 나약한 내 자신이 실망스럽다
그럴때마다 나는 어김없이 그만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말하고, 자꾸 운다
매일매일 나의 절망을 바라보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면서까지 나는 매일 운다
이 고통이 그럴 가치가 있을까?
살아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지금까지 나는 무슨 마음으로 살아왔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