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5월 23일 수술을 했다.
오후 3시에 들어가서 다음날 새벽 1시 조금 넘어 병실로 돌아왔으니 꼬박 10시간 만에 돌아올 수 있었던 셈이다.
전신마취 수술 후에는 폐기능이 돌아올 수 있게하기 위해 아침 6시까지 깨어있어야했다.
깨어있는 시간동안 수술부위의 복통보다는 나는 어깨가 아파서 죽을 것 같았다.
나중에 여쭤보니 복강경이나 로봇수술 시에 몸에 가스를 많이 주입하는데, 그 가스통으로 어깨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정말 물리적으로 어깨가 많이 아팠다
수술 후에는 상시 들어가고있는 마약성 진통제도, 패치 진통제도, 주사 진통제도 그 어떤 것도 어깨통증은 가라앉히지 못해 나는 깨어있는 내내 울며, 그만하겠다고, 나 좀 도와달라고, 살려달라고 하며 버텼다.
말그대로 살아있는 지옥같은 시간이 지나고, 6시가 되서 나는 지쳐 쓰러지듯 잠들었다
하지만 혈압과 열 이것저것 체크하러 오시는 간호사 선생님들과 자면서도 느껴지는 어깨의 통증 때문에 두시간 남짓 잘 수 있었는데, 그 짤막한 잠이 그래도 고통을 조금 잊게 해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수술 후 10시간이 채 안되서 나는 걸었다. (이때만 해도 내가 미친 회복력의 소유자인줄 알았음)
오전에 혈전을 방지하기 위한 다리 마사지기를 제거하자마자 나는 벌떡 일어나서 느리지만 조금씩 걸었고,
대장항문외과 교수님의 요청으로 전과되면서 오후에 병동을 옮기고서도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지 못하고 걸었다
수술이 어떻게 됐는지, 내가 왜 장루를 하고나오게 되었는지 수술 다음 날에 내가 알길이 없어서 교수님을 너무 뵙고싶었는데
수술날이 금요일이었기 때문에 토요일인 오늘과 내일 일요일까지는 교수님을 뵐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내 상태를 체크하러 일요일에 교수님이 오셨고, 나는 자리에 없었다. (...응?)
병동에서 걸려온 전화로 부랴부랴 병실에 올라오니 나를 보며 황당해 하는 교수님이 서계셨다.
"아니.. 어디.. 어디를 다니세요..?"
내가 기억하는 교수님의 첫마디..
교수님은 되게 황당해하시는 것 같았지만 웃고 계셨다.
수술 전 장루는 싫어요, 라고 말하던 내게 의사는 본인보다 환자가 우선이라는 명언을 들려주신 로봇같은 교수님, 통 웃을 줄은 모르시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교수님이 웃고 계시니까 내가 정말 잘 낫고 있구나 생각이 들어 나도 좀 뿌듯했던것 같다.
그렇게 나는 감사히 수술 이틀만에 왼손 동맥 및 정맥 주사를 제거하고, 물은 마실 수가 있게 됐다.
그리고 다음날부터는 죽을 시작해도되고 조금씩 먹어도 된다는 허락까지 받았다. 많이는 먹지말고 1/4 정도만 시작하라고 하셔서 그렇게 첫날 식사를 마쳤다.
다음날에는 먹고싶은 만큼 많이 먹으라고, 식사를 잘하면 이번주 내에는 퇴원을 할 수도 있겠다는 긍정 답변까지 들어버렸다.
그동안 비정기적이며 간헐적으로 해온 운동이 이렇게 도움이 되는 구나, 내심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런데 죽을 먹게 된지 이틀째부터 복통이 느껴졌다.
마치 체한것처럼 명치가 아프고 숨이차는 느낌마저 들었다.
오랜 금식 끝에 6일만에 죽을 먹게 된 내가 안쓰러워 한숟갈만 더 먹어보라는 주변의 성화에 난 말그대로 정말 한숟갈만 더 먹을 수 있었고 더 먹을 수는 없었다.
배가 쥐어짜는 고통이 이어졌고, 메슥거리는 느낌이 들때는 전신에 식은땀까지 났다.
갑작스런 나의 통증 호소에 추가적인 진통제와 구토억제제에도 불구하고 나는 먹은걸 전부 게워내고 말았다.
다시 먹지못하는 시간의 시작이었다
잘 낫고 있던 내가 구토와 함께 잘 먹지를 못하니 교수님도 놀란 눈치였다
급하게 CT와 엑스레이를 찍고 난 후 교수님을 통해 이 아픔의 원인을 알 수가 있었다.
"배가 아플만 했네. 장이 부었어요. 물도 무리해서 먹지말고, 배가 아프면 죽도 먹지말아요. 그냥 쥬스같은 걸로 대체해요. 그리고 이번주엔 집에 못가요."
미친 회복력의 소유자로 당장이라도 집에갈 수 있을 줄 알고, 퇴원을 바라고 있던 나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실은 구토로 인해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어져서, 병동 한바퀴만 돌아도 30분은 쓰러져 자야하던 체력이었기 때문에 내심 퇴원은 어렵다는 것을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교수님의 목소리를 통해 확정되고 나니, 다시금 절망스러운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로봇수술 단일공으로 진행했던 수술이지만 예상치못하게 수술시간이 두 배 이상 길어지면서
그만큼 평소 몸속에 있던 장이 외부공기와 만나는 시간이 길어지며 생길 수 있는 합병증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고, 그저 가라앉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왜 이렇게 쉬운거 하나 없을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수술 받고, 이렇게까지 아픈것도, 장루를 달게 된것도 받아들이기 힘든데
굳이 합병증까지 찾아와야 했을까
수술을 받고나서 의식이 찾아온 후, 단 하루도 울지 않은 날이 없었다
처음에는 너무 아파서
다음에는 서럽고 원망스러운 마음에 매일 울었다
원망의 대상도 찾지 못하고 그저 왜 내가 이런 일을 감당해야하는지 반복적으로 묻고 또 물었지만 어떤 대답도 찾을 수가 없었다
이 또한 견뎌내야하는 시간이다
살면서 이렇게 아무것도 모른 채로 그저 묵묵히 견뎌내기만 해야하는 일을 경험한 적이 있었던가
아직은 모든 것이 의문 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