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 각자의 삶에서 저마다의 전쟁을 치르기 마련이다.
내가 입원해 있는 이곳, 외과병동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전신마취 수술 후, 회복하는 환자들이 모인 이 병동에서는
수술 후 잠들어있던 장기의 기능을 빨리 정상화하기 위해, '걷기 운동'이 필수적인 곳이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배가 쥐어짜는 통증이 있어도 꾹 참고 결국 걸어야 조금씩 나아진다고 했다.
새벽 동이 트기도 전부터, 혹은 한 밤 중 잠 못이루는 누군가가 뒤척일 때에도 시간에 상관없이 누군가는 항상 그 복도를 걷고 있었다.
병동 복도의 폭은 고작 2M 남짓이었다. 하지만 그 복도는 단순한 병동 복도 이상의 어떤 의미를 가진 것처럼 느껴졌다.
이 복도에는 항상 사람들이 오갔다. 수액을 주렁주렁 매달고, 소변줄을 달고, 아직도 붉은 체액이 담겨있는 배액관을 달고 각자의 속도에 맞춰 꾸준히 걷는 사람들.
나는 마치 그 사람들이 자신만의 전쟁을 고요히 치르는 전사들처럼 보였다.
나 역시 그 속에서 나에게 주어진 전쟁을 마주했다.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런일까지 생긴건지, 나는 언제쯤 나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는지
속에서 공허하게 떠도는 질문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아져야 했기에 불편한 걸음에도 나는 계속 걸었다.
평소에 걷는다는 행위에 대해 이렇게 큰 의미를 부여한 적이 있었던가.
이곳에서 마치 나는 내가 기억도 나지 않는 첫 걸음마를 떼던 시절의 어린아이로 되돌아 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스스로 한심한 기분을 느낄 때에도 나는 그 복도를 걸었다.
어떤 날은 생각이 넘치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꾹꾹 참아내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나와 같이 이 복도를 걷고있는 다른 사람들이 보였다.
어떠한 내색도 없이 그저 걷는 다른 사람들의 발걸음을 보면서 나는 알 수 없는 위로와 용기를 얻곤 했다.
서로 말을 건네지는 않았어도, 우리는 그 2미터 남짓한 공간에서 눈빛으로, 혹은 힘겹게 내쉬는 숨으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각자의 싸움을 이어갔다.
스쳐지나갈 때면, 서로에게 길을 비켜주며 아주 잠깐이지만 다정한 눈인사로 응원을 건네기도 했다.
그렇게 지나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딛는 성실한 발걸음들을 마주하며 때로는 이 곳이 교차로 같기도 했다
희망과 절망이 부딪히는,
회복과 재발이 교차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있음과 견딤 사이를 걷는 조용한 전쟁터.
그 조용한 전쟁터의 한 복판에서, 나는 때때로 길을 잃은 아이처럼 울음을 삼켜내곤 했다.
울먹이는 마음을 참고 나는 매번 그 2M 전쟁터로 나서는 준비를 했다. 끊임없이 나를 다독이면서, 오늘은 어제보다 한걸음이라도 더 가볍게, 한 순간이라도 희망에 가깝게, 하루 빨리 집에 돌아갈 수 있는 날을 그리며 내 딛는 걸음마다 나의 소박한 기도가 실렸다.
이 순간들을 넘고 교차로를 무사히 지나 언젠가는 웃으면서 지금의 날들을 이야기할 수 있기를.
생생한 지금이 언젠가는 그저 기억속 풍경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나는 오늘도 나만의 고요한 전쟁을 치러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