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걸었던 덕분일까.
금요일 저녁을 기점으로 컨디션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물만 먹어도 느낄 수 있었던 쥐어짜는 고통도 잦아들었고, 먹는 양도 조금씩 늘었다.
주말이 되면서 컨디션이 좋아진 게 확연히 느껴졌고, 컨디션이 좋아지자마자 나는 퇴원할 수 있을까 하는 머릿속 희망회로를 돌리기 시작했다.
몸이 보내는 긍정적인 신호는 나에게 겉잡을 수 없는 희망을 불어넣었고, 급기야 나는 퇴원 오더도 떨어지지 않은 일요일 저녁부터 병동의 간호사 선생님들, 조무사 선생님들과 미리 작별인사를 했다.
다들 피주머니도 아직 뽑지 못한 내가 퇴원 생각에 들떠있는 모습에 웃었지만 나는 왠지 월요일이면 내가 집에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너무나 기다렸던 월요일이 찾아왔고, 매주 월요일/목요일마다 하는 피검사와 엑스레이도 반가운 마음에 냉큼 일등으로 했다.
퇴원에 이렇게 밑도끝도 없이 자신있기는(?) 처음이었다.
오늘 안된다고 하면, 억지라도 부리자는 굳은 결심을 내면에 꽁꽁 감춰둔 채,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교수님을 기다렸다.
운동을 나가면 회진 오는 교수님을 만나지 못할까봐 어디 가지도 않고 침대에서 망부석처럼 교수님을 기다렸다.
마침내 커튼이 젖히고, 기다렸던 교수님이 모습을 나타냈다.
너무나 설렌 나머지 나는 침대위로 튀어오를 뻔 했는데, 교수님은 기대에 찬 내 눈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를 살짝 눕히고 촉진을 하셨다.
"오늘 퇴원해도 돼요. 음식은 자유롭게 먹어도 되는데, 절대 많이 먹지는 말고 외래 때 봅시다."
와. 내가 먼저 꺼내기도 전에 퇴원 소리를 먼저 듣다니.
퇴원이라는 말은 마치 그 어느 유명한 짤처럼 [나에게 주어지는 합격목걸이] 같았다.
퇴원 오더가 떨어지고 남은 과정은 일사천리였다.
담당 간호사 선생님이 오셔서, 수액을 전부 제거해주시고 또 피주머니까지 제거했다.
피주머니를 제거하는게 아프다고 하는 말들이 많아서 찾아봤었는데, 주변에 실밥을 제거하는 것들만 따끔하고, 피주머니를 뽑는 것은 조금 뻐근하면서도 이물감이 불쾌하게 느껴지는 잠시의 순간이었다.
입원 내내 나에게 주렁주렁 달려있던 줄들이 사라지는 건 정말 한순간이었다.
갑작스런 퇴원소식에 부랴부랴 베프가 달려왔고, 마침 간호사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퇴원 수속 절차를 안내해주었다. 설명이 끝나면 퇴원 수속을 마치고 바로 집에가도 되는 거였다.
지긋지긋한 환자복을 벗고, 입원할때 입고온 내 옷들을 입으면서 나는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정말 집에 간다. 나의 사랑하는 고양이 두마리가 있는 곳으로.
옷을 갈아입고, 어쩐지 입원할때보다 더 늘어난 짐을 양손 가득 챙기고 나서는데,
"뭐야뭐야, 정말 집에 가는거에요? 진짜 가신대~!"
장난기가득한 밝은 목소리에 나도 웃음이 났다. 입원 기간 내내 친절하고 밝게 대해주던 간호사님이었다.
기운 없는 순간에도 집에 가겠다는 나의 밑도끝도 없는 퇴원 염불을 웃으며 받아주시던 분이었다.
그새 정이라도 들었는지 나도 "제가 간다고 했잖아요!" 장난스레 받아치며 인사를 했다.
이 병동이 밝아보이기는 처음이었다.
폭 2M의 복도를 수없이 오가며, 창밖으로 보던 낯익고도 멀게 느껴졌던 풍경이 이제 내가 나아갈 세상이 되었다.
치열했던 2미터의 복도를 넘어, 진짜 나의 세상으로, 나의 일상으로 나아가는 첫 스텝이다.
비록 나는 장루를 달고 조금 변화된 일상이지만 어쩐지 복원 수술까지 잘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다.
오래걸렸다. 생각지도 못했던 긴 부재였다.
그러나 마침내 그 긴 부재를 깨고, 얼룩덜룩 묻어있던 감정의 터널을 지나,
가자, 집으로!